개강이다. 이토록 부정적으로 들릴 수 없다. 하필 어간 ‘개’가 붙어있으니 더 부정적으로 들린다. 3월의 개강보다 9월의 개강이 더 기분 나쁜 이유는, ‘새로움’이 없기 때문일까? 새로움보다는 곧 있으면 학년이 바뀐다는 불안감으로 시작하는 2학기다. 여기, 2학기를 앞둔 1, 2, 3, 4 그리고 추가학기 생의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에겐 취업, 누군가에겐 군대, 누군가에겐 또 다른 얘기일 2학기를 들어보자.

 

1학년 2학기 

괜찮아, 아직 1학년이야

 

더는 새내기가 아니다. 나와 동기들은 ‘괜찮아, 새내기야’ 스킬을 시전하며 열심히 놀아도 보고, 별 이유 없이 수업을 빠지기도 하고, 사랑에 실패도 하며 한 학기를 보냈다. 모든 행동에는 ‘새내기라 괜찮다’는 자기 위로가 담겨있었고, 우리는 무모했다. 1학년 2학기 현재, 나는 시전할 수 있는 필살기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배들은 벌써 “2학기부터 전공 꽉꽉 채워 듣고 학점도 잘 관리해야해. 스펙도 관리하고. 하긴, 그래 봤자 취업은 힘들지만” 식의 조언인 듯 조언 아닌 조언을 던져준다.

 

남자 동기들은 군대 얘기를, 여자 동기들은 교환학생 계획과 진로 얘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한다. 무모한 삶을 괜찮다고 해주는 엄청난 필살기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이 상황이 불안하기보다는 억울하다. 12년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지 9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경쟁을 벌써 생각해야만 한다니. 억울해서, 그리고 스무 살의 나에게 더 면죄부를 주고 싶어서 나는 아직 1학년이니까 괜찮겠지?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스킬을 쓸 생각이다. 그 스킬이 필살기는 아니더라도 나름 괜찮아 ‘보이는’ 방어스킬이 되어 줄 거라 믿는다. 마음이 좀 편해진다. @모킹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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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든 생각: 방학 언제 하지?…. ⓒ 대학일기(자까/네이버)

 

2학년 2학기

안녕하세요 반 남은 사람입니다

 

개강이다! ‘님아 개강을 건너지 마시오’. ‘대학생이 왜 강한 줄 알아? 개강해서 그래.’ 등등. 개강을 알리는 드립들이 SNS에 넘치기 시작했다. 긴 여름방학이 벌써 다 가고 개강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이것저것 찔러보고 이리저리 쏘다니는 성격 탓에 이번 여름 방학에도 많은 일을 벌여놓았다. 학회, 봉사, 과외, 독서모임 등등. 방학 때 다 수습 가능할 줄 알았는데, 결국 아무것도 수습하지 못하고 2학기까지 끌고 왔다. 방학 때도 너무나 힘든 삶을 살았는데, 수업까지 어떻게 듣는담? (게다가 방학 때 일 벌인 걸 반성하지 않고 21학점을 수강신청 해 버렸다!) 이번 학기부터 학점 관리를 하려 했는데 이미 망해버렸다. 내 목표는 ‘살아만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벌써 대학교에 입학한 지 1년 반. 취업은 어쩌지? 이제 친구들 사이에서 취업 얘기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답이 없다. 답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다 취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들이다. 사실 아직 취업에 관심도 없으면서 괜히 조급해진다. 나,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아, 이게 대2병인가보다. 중2병도, 사춘기도 뛰어넘었던 내가 대2병만큼은 피해갈 수 없나 보다. 그렇게 혼자 진단한 병명을 계속 중얼거렸다.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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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멍멍!

 

3학년 2학기

그래.. 막학기는 아니니까….

 

3학년 2학기가 된다는 건, 졸업이 눈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졸업까지 필요한 것들을 재보고, 아직 듣지 않았던 필수 강의들을 신청한다. 시간표가 조금 망하더라도, 그 과목들을 넣어야 한다. 4학년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까. 그러다 ‘내가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졸업을 한 걸까. 조기졸업을 하는 사람은 학교를 어떻게 다녔던 걸까.

 

아,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나에게 실질적으로 마지막 대학생활이겠구나. 4학년이 되면 원서를 써야 할 것이다. 그래도 3학년과 4학년의 무게 차이는 크다. 말인즉슨, 나도 토익을 따야 한다는 것. 미루어놨던 온갖 자격증들과 토익을 알아본다. 왜 이제까지 나는 이것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물론, 몰랐지. 졸업이 이렇게나 쉽게 다가온다는 것을. 토익과 자격증 책을 넘기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졸업을 하는 걸까. 나는 졸업할 수 있을까. 원서를 내기 위해 이번 학기 내에 모든 걸 마쳐야 한다 생각하니 암담하다. 내 대학생활에 선고를 내린 느낌. 그래, 그래도 난 아직 3학년이니까…. 괜찮을 거다. 그래, 난 ‘아직은’ 3이다. @감언이설

 

4학년 2학기 (막학기)

난 막학기닼ㅋㅋㅋㅋㅋㅋ

 

“야 우리한테도 막학기가 오긴 온다ㅋㅋㅋㅋㅋㅋ”

 

수강신청이 끝나고 시간표를 공유하며 동기와 킥킥댔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놀던 1학년을 생각하니 내가 4학년 2학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8학기로 모자라 초과학기를 다니는 사람이 주변에 그득해, 8학기 만에 졸업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장 조금 보태 축복 같다.

 

물론 막학기라고 딱히 다를 건 없다. 여유로운 시간표엔 졸업을 위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들어찰 테다. 나의 경우엔 졸업논문을 쓰고, 토익점수를 따야 한다. 그래도 심적 부담에 죽을 것 같거나 그렇진 않다. 3학년이 되는 순간부터 주변에서 “넌 고학번이야”라고 주입해준 덕분에 정작 지금엔 부담감에 무뎌졌다. 학생 신분으로 보내는 인생 마지막 방학이 끝났지만, 일단은 학교를 일주일에 이틀만 가도 된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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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 대학일기(자까/네이버)

 

4학년 2학기 (막학기 아님)

막학기였으면 좋겠다

 

대학생 타이틀을 달던 순간이 엊그제마냥 생생한 건 아니다. 그래도 4학년 2학기를 앞두고 있다는 건 어쩐지 생경하다. 예전에는 개강이 설레거나 귀찮았는데 지금은 그냥 담담하다. 휴학 한 번 없이 여기까지 오면서, 나는 완전히 방전됐다가 어찌어찌 버텨냈다가 또 금세 지쳐버리기를 반복했다. 개강을 준비할 때마다 도대체 나에겐 언제 ‘막학기’가 찾아오는 거냐고 투덜댔다.

 

물론 이번 학기도 막학기는 아니다. 작년에 교직 이수를 시작하고, 복수전공도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초과학기는 당연한 결과였다. 오히려 작년에는 명확했던 것 같다. 교직 이수와 함께 9학기를 각오했고, 교환학생은 포기했고, 언제 무슨 수업을 듣고 언제 자격증을 따고 언제 졸업할지 대강 계획을 짰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학기에 휴학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했다. 졸업요건에 맞춰 들어야 할 과목들이 아등바등 남아있고, 졸업하기 전에 ‘요건’ 아닌 강의를 몇 개 더 듣고 싶은 욕심이 솟아났고, 그럼 이제 9학기가 아니라 10학기를 다녀야 할 판인데, 등록금은, 또 취업준비는, 또 나는, 고민이 이어져서 휴학하지 못했다.

 

흔히 ‘막학기’라 일컫는 4학년 2학기 즈음 된다면 내가 좀 더 ‘준비되어’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거라고 믿었던 것처럼. 개강은 담담해졌지만, 여전히 명확한 것은 없다. 나는 아직 고민의 한가운데다.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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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방금 졸업했다고? 그럼 모든 걸 다 알고 있겠구나? 

 

5학년 1학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졸업…뭘까? 

 

11학번이다. 1년을 휴학하고 복학한다. 11학번이 학교에 꽤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남 앞에서 학번을 공개하는 게 꺼려질 것 같다. 이번 학기엔 취업을 위해 학내 취업준비반을 들어갈 예정이다. 매번 벽면에 붙은 모집공고를 보며 저긴 누가 들어갈까 싶었는데……. 그게 너야 2년 전의 나야…. 하지만 사실 취업을 하고 싶진 않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면서 살고 싶은데 하고 싶은 일은 막상 돈이 안 되고 딱히 엄청 잘할 것 같지 않다. @콘파냐

  

글. 통감자(200ysk@naver.com), 모킹버드, 엑스, 감언이설, 아레오, 달래, 콘파냐

특성이미지.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