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요? 동물혐오와 육식이 당연시되는 세상에 의문을 던집니다. 고함20의 기획 [동물혐오], 시작해보겠습니다.

 

언젠가 햄스터를 믹서기에 갈아 죽인 동영상이 SNS상에서 이슈가 됐다. 거의 매주 주인에게 물리적·정신적 학대를 당하는 강아지가 동물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한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동물 학대’ 사건들을 우리는 의외로 쉽게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에 분노한다. 분노를 공유하며 욕을 하기도 하고, 생명에게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안타까워한다.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저런 XX는 법적으로 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그런데, 정말 그들은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동물들은 인간으로부터 (법과 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이 있잖아요!

 

있긴 있다. ‘동물 보호’라는 이름을 단 법이 우리나라에도 존재는 한다. 그런데, 그 동물보호법이 얼마나 많은 동물을 보호하고 그들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은 동물보호법 제8조다. 이에 따르면 아래에 해당하는 사항 학대로 인정된다.

 

52382-1

 

학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 좁다. 조항에서도 보시다시피, 죽지 않으면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조항이 ‘죽이는 행위’로만 학대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1, 2, 3항에 해당한다면 (믹서기에 햄스터를 갈아 죽인 사건을 그렇다 할 수 있겠다)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최대 1년 혹은 1천만 원이라는 말이므로 그보다 훨씬 적은 형을 받거나 벌금을 낼 가능성이 크다. 적용되는 조항이 4항이라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문다. 이 조항들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면? 처벌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동물에게 심한 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학대 같은 건, 현행법상으론 당연히 학대가 아니다. 처벌도 힘들다. 최근 이슈가 됐던 강아지 공장, 고양이 공장 속의 동물들은 어떤가. 밥을 먹고 ‘살아는’ 있지만,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끔찍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 또한 학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현행법상으론 그렇다.

 

또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반려동물’ 외의 실험동물, 전시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을 위한 법 또한 제정되어 있지 않거나 제정되어 있으나 마나 한 실정이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동물권’

 

문제는 동물보호법뿐만이 아니다. ‘보호’ 자를 달고 있는 법도 이렇게 정비가 안 돼 있는데 다른 법에 어떻게 기대하냐만은, 민법과 형법에서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대한민국의 법에는 ‘인간’과 ‘물건’만 존재한다. 만약에 다른 사람 ‘소유’의 동물을 학대했다면? 형사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민사상으로 고소한다면 점유이탈죄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만약 본인 ‘소유’의 동물일 경우 이마저도 해당하지 않는다.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항목은 어디에도 없다. 동물의 권리는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들의 권리는 단지 ‘소유주’의 재산(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이 사람과 같냐고, 그들은 말도 못하고 인격이 없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쾌고(快苦)감수능력(sentience)이 있으며 사람 혹은 다른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생명이기 때문에 존중받기에 충분하다. 인간이 스스로 ‘인격’을 정의하고 내세우듯 그들에게도 생명의 자격이 있다.

 

사람도 물건도 아닌 제3의 지위

 

동물들을 위해 법적으로 많은 부분의 개정 및 제정이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법안에서의 인식이다. 인간과 물건이 아닌 제3의 법적 지위(혹은 법인격)가 필요하다.

 

독일, 스위스 등 동물권 선진국의 경우 동물보호법뿐만 아니라 민법에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명시돼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했으며, 법적 주체로서 이들의 권리를 인정한다. 또한, 동물 학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동물복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동물의 권리조차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이다. 

 

영국의 FAWC(Farm Animal Welfare Council)에서는 동물 복지에 중요한 5 기준을 제시한다. 동물복지의 다섯 가지 자유라고 불릴 수 있는 아래의 원칙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중요한 사안이자 대한민국의 동물권을 위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안이다.

 

52382-2

 

눈치챘겠지만, 동물복지를 위한 다섯 가지의 자유는 사실 사람이 살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과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슬프게도 많은 사람이 누리고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대부분 동물들이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 조건이 존재한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최근 한 TV 방송사에서 방영한 강아지 공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동물보호법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확연하게 진보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기대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동물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의 동물보호법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개정될 것 정도는 기대해 보자.

 

글. 엑스 (kkingkkanga@gmail.com)

[동물혐오] 기획. 엑스, 콘파냐, 호빵맨, 이설, 김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