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청년연구소]에서는 기존의 논문이나 텍스트를 비평하는 대신, 고함20 ‘청년연구팀’이 작성한 텍스트를 직접 소개합니다.

 

청년수당에 대해서 서울시와 복지부가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청년수당이 계속 지급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시를 막아선 복지부를 겨냥해서 여러 언론사에서는 복지부를 비판하는 속칭 ‘사이다’를 연신 쏟아냈다. 

 

‘사이다’의 전제

 

복지부가 청년의 현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하는 소위 ‘사이다’ 글들은 힘든 청년을 전제로 한다.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실업률과 등록금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주거비는 치솟고 있으며, 고용 안정성도 바닥을 치고 있다. 게다가 청년은 경제적 불황을 버틸 힘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인 청년을 보호하기 위해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 ‘사이다’ 글은 이 사회적 합의를 부정한 복지부에 대한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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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분노유발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사이다 글은 SNS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각종 부정부패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이다는 확대 재생산됐다. 그런데, 사이다를 마신 속이 그리 시원하지만은 않다. 김이 빠진 사이다처럼 텁텁하고, 끈적거린다.

 

청년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사이다 글이 쏟아지고 있는데 왜 시원하지 못할까. 한 페이스북 페이지(현재는 글을 내린 상태)는 정부가 조선업에 투여하는 예산을 지적하며, 청년 정책에는 왜 저만큼의 예산을 투여하지 않는지 비판했다. 지역 사회 일자리, 경제,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청년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생존과 직결된 조선업 구제 정책과 청년 정책은 왜 대결할 수밖에 없나. 청년 정책은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 청년 정책은 ‘사회’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만’을 위한 정책인가. 왜 정책은 이런 식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나.

 

여타 정책과 청년 정책이 대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년’ 개념이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의 개념은 특정 연령대 안에서 개념 지어진다. 특정 연령대에서 벗어나면 정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 이렇게 ‘청년’ 개념은 이미 갈등을 배태하고 있다.

 

‘청년’ 개념의 배타성과 함께 청년이 ‘힘들고 불쌍하니까(니트족, 삼포 세대, 88만 원 세대, 딩크족)’ 도와야 한다는 관점도 대결 구도의 한 축이다. ‘우리(청년) 힘들어요’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대개 ‘그럼 우리(다른 세대)는 안 힘드냐?’ 또는 ‘힘들다고 징징대지 마라.’ 등의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세대론과 정책이 청년의 경제적 힘듦(취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세대 갈등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좋은 토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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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은 정부가 나서서 주선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청년 정책은 청년 한정이 아니다

 

정책이 전제하고 있는 ‘청년’ 개념이 배타적이기 때문에 그 위에서 생산되는 청년 정책도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시민이 청년일 수 있는 특정 기간에 한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그 사이에 고용불안정성, 높은 실업률, 높은 교육비/생활비/주거비, 악성 부채 등의 구조적 문제는 방치된다. ‘청년’ 개념이 가진 배타성을 허물고, 사회 정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이 대안적 개념은 다른 계층을 배제하지 않고, 청년을 불쌍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이때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개념이 청년과 성인을 이어주는 연속적인 개념인 ‘성인이행기’다. 성인이행기는 ‘청년 시기’를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한시적 시기로 상정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 – 청년 – 성인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불평등을 포착할 수 있다.

 

청소년-청년-성인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불평등이 악순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첫 일자리’ 다. 첫 일자리가 중소기업일 때 이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전체 근로자의 10% 내외다. 불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를 피하고자 청년은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청년은 취업을 유예하고 양질의 첫 일자리를 획득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상류층 가정의 청년들이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청년 중 일부는 ‘니트족’이 되거나 잦은 이직을 한다. 이 과정이 청년-성인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근본 구조이고, 메커니즘이다.

 

사회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복지, 경제정책, 인구문제, 정치 이념 등과 관련된 특수한 이해들이 응축된 기표가 청년 세대다. 그러므로 ‘청년정책’이 꼭 ‘불쌍한 세대’를 돕는 정책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책과 담론은 불쌍한 청년의 한시적 고통에만 집중하지 않고, 이행기 관점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생애주기 관점에서 청년의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이행기는 ‘가능성’의 시기로서 사회적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가 된다. 꼭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어야만 청년 정책이 아니다. 정책(청년 정책을 표방하지 않더라도)이 이행기 청년의 불평등을 (의도했던, 혹은 하지 않았던) 해소할 수 있다면, 그 정책은 사회 정책이면서 청년 정책이다. 청년 정책과 사회 정책을 대결시키는 사이다 글이 불편한 이유다.

 

정리. 참새(gooook@naver.com)

원글. 고함20 청년연구소 (압생트, 참새, 페르마타)

특성이미지 ⓒ ‘스프라이트’ CF 캡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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