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추석은 왔고 추석 특선 영화가 방영된다. 어색하고, 어색하므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답시고 듣기 싫은 오지랖을 부리다가 다시 할 말이 없어지면 티비로 눈을 돌린다. 어쩌면 그건 엘리베이터 안의 타인들이 눈 둘 곳 없어 무의미하게 층수만 바라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무리 무의미한 행위일지라도 티비에 나오는 내용은 우리 사이를 더 어색하고 짜증나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추석, 티비 앞에 앉아있을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추천 혹은 비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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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비추 ★, SBS, 9/14, 23:10

 

제목에 속지 말자. 이 영화는 청년의 노오력을 참한 외모의 박보영을 통해 강요하고 있다. 박보영은 관심도 없던 언론계에서 일하게 되지만 어떤 사건을 취재하면서 직업적 소명을 갖게 된다. 그 ‘어떤 사건’ 또한 단순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예인 사생활로 정계 비리를 덮으려는 상황에서, 해당 연예인의 무고를 밝히는 과정이다. 최근의 어떤 사건이 생각나면서 기분이 확 나빠질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여타 꼰대 영화가 그렇듯 나이 많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아재 멘티와 젊은 여성 멘토 구도를 택한다. 정말 꼰대의 로망이 범벅되어 있는 완전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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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찾기- 추천 ★★★, EBS, 9/16, 22:45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툭하면 너 결혼은 언제 하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참견을 하는 어른들과 로코 영화를 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진정한 사랑(으으…)이나 결혼이 아니다. 주인공 지우는 가족의 등쌀에도 결혼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자신이 설 자리가 명확한 여성. 그런 여성은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결혼만 하면 완벽한’ 존재로 평가받는다. 지우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여행지에서 만난 김종욱이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고 한다. 지고지순하게 첫사랑을 기다렸다가 해피엔딩을 맞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반전을 보고 나면 결혼도, 삶의 완성이나 종지부로 평가받는 무언가도 너무나 의미 없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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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 비추 ★★, KBS2, 9/14, 21:50

 

포스터 속 최민식의 비장한 얼굴과 달리, 영화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싸움이 아닌 우정을 그린다. 호랑이와 주인공, 주인공 아들은 시대 속에서 각각의 상징을 가지지만, 그 은유부터 서사의 전개 일체가 틀에 박힌 건 문제다. 사극 영화가 으레 담고 있는 국뽕도 한 가득 담고 있는데, 그것이 국뽕임을 인지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순간, 친척들 사이에서 당신은 애국심도 없는 요즘 것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간중간 잔인한 장면도 나오니 어린 조카들과 볼 계획이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명목으로 쓸데없이 비장하고 잔인하며 엄숙한 사극을 틀어줘서 트라우마에 걸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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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 비추, ★★, KBS2, 9/17, 22:00

 

정치 스릴러다. 복수극이기도 하다. 그래서 반은 먹고 들어가며 영화의 긴 러닝타임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다.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스토리지만 캐릭터 설정이 뻔하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은 정의의 편인(?) 깡패, 열혈 검사, 부패한 언론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 혼자 보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는 건 비추다. 생각보다 많이 역겨운 성 접대 장면과 그 장면이 지나가기까지의 무거운 공기를 이겨낼 수 있다면 뭐. 신체 절단 장면도 빈번히 나와 어린아이들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글. 샤미즈(ndhhdm90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