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추석은 왔고 추석 특선 영화가 방영된다. 어색하고, 어색하므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답시고 듣기 싫은 오지랖을 부리다가 다시 할 말이 없어지면 티비로 눈을 돌린다. 어쩌면 그건 엘리베이터 안의 타인들이 눈 둘 곳 없어 무의미하게 층수만 바라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무리 무의미한 행위일지라도 티비에 나오는 내용은 우리 사이를 더 어색하고 짜증 나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추석, 티비 앞에 앉아있을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추천 혹은 비추천한다.

  

52635-1

 

슈렉2- 추천 ★★★, EBS, 9/15, 18:00

선남선녀가 주인공이었던 동화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슈렉>에선 지저분한 초록색 도깨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의외의 주인공 ‘슈렉’은 영화를 흥행 가도에 올렸고, 제작사 드림웍스는 단숨에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많은 사람이 <슈렉> 흥행의 원인으로 1) 기존 애니메이션과 너무 다른 주인공의 외모와 2) 깜찍한 조연들을 꼽는다. <슈렉2>는 <슈렉>의 이런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슈렉이 피오나 공주와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이자, 그들이 외모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보여준다. 슈렉 이야기를 평범한 선남선녀의 동화 이야기로 돌아가게 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슈렉부부는 여전히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물론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더없이 건전하고 교훈적이다.

 

52635-2

 

월레스와 그로밋-거대 토끼의 저주 – 추천 ★★★★, EBS, 9/16, 12:10

 

생명존중 해충관리센터를 운영하는 월레스와 그로밋은 토끼진공청소기를 사용하여 채소를 갉아먹는 토끼들을 생포한다. 이 새로운 방식이 의미 없는 동물사냥을 지양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받으면서 그들의 사업은 점차 번창한다. 허나 새로운 고민과 그 극복을 위한 새로운 노력은 급기야 기계의 오작동, 거대토끼의 등장, 채소학살사건이란 파국까지 다다르고 마을은 전에 없던 혼돈에 휩쌓이는데……. ‘인간의 욕심이 자연의 질서를 깨트리면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다소 무거운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러닝타임 내내의 사랑스러움을 감추기 어렵고, 그 상이한 매력을 한꺼번에 소화한다는 게 이 영화 최대의 장점이다. 추석 당일 점심, 돌봄 노동에 지쳤다면 EBS를 틀어 조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라. 탄탄한 스토리와 놀라운 상상력이 아이와 당신을 함께 묶어 놓을 것이다.

 

52635-3

 

극장판 꼬마버스 타요의 에이스 구출작전– 비추, ★, EBS, 9/17, 10:00

 

지극히 영유아 취향의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와 친구들은 폐차장에 실수로 버려진 에이스를 구출하기 위해 장난감 나라로 모험을 떠난다. 단순한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 교통법규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교훈성까지 3~6살의 아이들에겐 완벽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당신이 에니메이션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조카들을 텔레비전 앞에 앉히고 조용히 침대로 돌아가 낮잠을 자는 걸 추천한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장난감을 사달라는 조카들의 성화에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다.

 

글. 차차차(amazingcha3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