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이에요?”

 

누구나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는 걸 안 후로 대학에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할 때마다 교직원들은 내게 전화를 걸어 질문했다. “우리 학교 학생이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고, “이게 대체 왜 궁금하냐”는 질문도 여러 번, “(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냥 알려줄 수 있으니 제발 청구 신청을 취소해 달라”는 애원도 있었다.

 

정보공개청구는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열람하도록 신청하는 제도다. 원래 공개되어 있어서 신청 없이 열람 가능한 정보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위해 직접 원하는 정보를 신청하는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있고,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청구하면 기간 내에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대학은 엄밀한 의미의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는 기관 중 하나다. 대통령령은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치된 학교’를 정보공개청구 대상 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공립대학 외에 사립대학도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냐를 두고 말이 많았지만, “공공기관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중요한 역할이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도 포함해 정해야 하므로 사립대 역시 정보공개청구의 대상 범위에 속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게 왜 궁금하세요”

 

하지만 많은 것들이 그렇듯, 정보공개청구도 법대로 쉽게 되진 않는다. 사립대의 경우 더 그렇다. 일단 절차가 귀찮다. 어디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지, 그 창구를 찾다가 진이 빠진다. 정부나 지자체, 심지어 국립대까지도 정보공개포털에서 양식만 갖추면 신청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사립대는 예외다. 청구하고 싶은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1시간을 뒤져야 겨우 ‘정보공개청구’ 라는 작은 글자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뒤져도 못 찾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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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다 ⓒ한겨레

 

눈이 빠져라 글자를 찾은 나를 기다리던 건 대개는 말도 안 되는 정보공개청구 양식이었다. 정보공개포털에선 필요한 정보의 내용과 정보를 받아볼 방식(우편, 팩스 등), 간단한 개인정보만 요구하지만, 일부 사립대들은 임의로 만든 정보공개청구 양식을 홈페이지에 떡하니 올려놓곤 한다. 그 임의의 양식에는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는 이유’, ‘받은 정보를 사용할 용도’ 같은 것도 더러 포함되어 있다. 그러고도 성에 차질 않으면 전화를 걸어 “우리 학교 학생이냐”, “그게 왜 궁금하냐” 캐묻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지방의 모 대학(지방 사립대의 경우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더 낮다. 언론 등의 감시와 견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은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도 ‘정보공개청구’가 보이질 않아 전화를 했다. “정보공개청구 담당 부서로 연결해주세요”라는 부탁을 거쳐 통화하게 된 직원은 제도 자체를 아예 모르는 눈치였고, 나는 수화기를 붙들고 20분을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대해 설명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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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어떤 대학에선 “청구한 정보를 주려면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니 그 인건비를 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청구 과정에서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개 종잇값이나 우편비 정도에 불과하다) 접수를 하려면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복사해서 보내야 한다는 곳도 있었다.

 

투명한 사립대는 멀다

 

10월부터는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청구할 수 있는 기관에 사립대가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여름 시범운영 당시 EBS의 보도를 보면, 10월 이후에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청구할 수 있도록 등록하는 것이 여전히 법령으로 강제되지 않았으며, ebs 취재진이 등록 희망을 묻자 “굳이 하고 싶진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기야, 그 학교 학생이 아니라 했더니 슬그머니 ‘반말’을 섞던 교직원도 있었는데, 고작 포털 등록 권고 정도로 제도가 잘 굴러갈 수 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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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문캠프

 

시민단체 등의 노력으로 정보공개청구 제도 자체가 조금씩 알려지고는 있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특별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대학의 총학생회 등도 학교를 상대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도 대학, 특히 사립대학은 정보공개청구의 사각지대에 있다. 10월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여전히 ‘투명한 사립대’는 너무 멀리 있다.

 

글. 아레오(areoj@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