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은 바쁘다. 청년들의 삶은 알바와 취업준비 등으로 점철되어 있고, 각계에서 그런 청년들을 위해 조언과 정책제안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청년은 바쁘다.
 
청년들이 좋은 알바생이 되는 법 
 
오늘도 청년들은 알바에 20대를 바친다. 그런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 건 진상 손님과 악덕 업주다.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도 방법은 있다. 진상 손님이 무릎 꿇으라 해도 패기를 가지고,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당당히 부당함에 맞서야 한다. 그렇게 비굴하지 않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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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겐 패기가 필요하다?
ⓒ 조기숙 교수 트위터
 
 
 
그럼 악덕 업주는? 악덕 업주는 별수 없다. 김무성 전 여당 대표가 말했듯, 열심히 해야지 다른 방도가 없다. 대신 한 번 당하고 나면 다음에 악덕 업주인지 아닌지 고를 눈이 생긴다. 이렇게 청년들의 알바 고민은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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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청년들을 위한 대책이 많다
ⓒ 네이버 뉴스 검색 캡처
 
 
청년들이 성공적인 취업을 하는 법
 
과거 청년들은 독일로 떠났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아니다. 요새 핫한 곳은 중동이다.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으로 떠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라 하셨다. 왜 옛날에도 중동 건설 붐이 있었다고 하지 않나. 요새 IS로 시끄럽다고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미 청년들은 알바를 하면서 부당함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패기도 익혔다.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구분할 수 있는 구분능력도 길렀다. 실제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중동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한국 일자리’라고 한들 그것이 대수인가. 청년들에게는 도전정신이 필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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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시작이야 ~ 취업을 위한 여행 ~
ⓒ JTBC 
 
 
정부는 청년들의 세계 일주를 원한다
 
허나 중동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여전히 대한민국 땅에는 ‘잉여청년’들이 득실득실하단다. 화살로 바위를 뚫을 정신으로 핵심 목표는 해외취업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청년들의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정신 자세를 흩트리고 혼란을 조장하는 세력들이 너무 많다. 그 대책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새로운 방법이 나왔다.
 
이번엔 오지다. 나이지리아, 콩고다. 캄보디아 같은 곳에서도 한화로 100만 원이면 1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야 한다고 한다. 저번 이야기가 단순히 “텅텅 빌 정도”라는 추상적인 수치에 그쳤다면 이번엔 수치까지 있다. 10만 명이다. 한 10만 명 정도 오지로 보내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재밌는 건 이 발언을 한 정운천 의원이 ‘오지 보내기 사업’과 비교한 사업이 ‘K-MOVE’사업이라는 거다. 정 의원은 ‘K-MOVE’ 사업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청년들을 오지로 보내자고 했다. K-MOVE 사업은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비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사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싶지만 어쨌거나 오지로 가서라도 취업을 하면 되지 않냐는 큰 뜻 아니겠나.
 
설마 청년들을 위해서 돈 쓰기는 싫다든지, 청년들 있어 봐야 도움도 안 될 것 같다든지, 오지에서 무슨 사고를 당해도 알 바는 아니라든지, 명목상 취업률만 높였다고 보고할 만한 건만 만들면 그만이라든지, 청년들이 실제로 원하는 취업에는 관심 없다든지 뭐 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건 알바에서부터 능력과 패기를 기른 청년들을 위한 일이다.
 
최근에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님께서도 청년들에 대해서 한 마디 평가하시지 않았던가. 그는 ‘학생들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이다. 중동 사막으로, 여행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오지로 가서 일도 하고 그래야 파이팅을 하지 않겠나. 빚이 없으면 파이팅을 하지 않고, 오지가 아니라 한국이라서 취업을 못 하는 거다. 이 모든 게 청년들이 좋은 환경에서만 자라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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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하니까 빚이 느는 거라고 설명해주신 바 있다
ⓒ MBC 무한도전 캡처
 
 
여러모로 청년들은 바쁘다
 
청년은 바쁘다. 알바도 해야 하고, 해외 취업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그 해외라는 곳은 중동에 캄보디아에 콩고에 나이지리아에 멀고 위험한 곳이다. 그 나라 언어는커녕 그 나라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지만 청년들은 거기에 가야만 하는 존재들인 것 같으니 어쨌거나 청년들은 바쁘다.
 
이 와중에 정부는 내년에 2만 명의 신생아를 늘릴 수 있다는 정책들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에 청년들은 텅텅 비어’야 하는데 동시에 신생아까지 낳아야 한다. 이 나라의 국운은 청년에게 달린 것 같다.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왜 오지에 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궁금한 게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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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된다면 좀 더 바빠 보도록 하자
ⓒ SBS 힐링캠프 캡처
 
 
도올 선생은 지난 4월 JTBC <차이나는 도올>에 나와 젊은 층의 투표율이 저조함을 이야기하며 “헬조선은 오히려 젊은이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거야!”라고 일갈했다. 아, 이제야 청년들이 바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헬조선이 문제라고 하는 데 헬조선을 ‘만든’ 청년들은 ‘탈조선’을 꿈꾸고 있지 않나. 중동과 오지 보내기 사업은 청년들의 탈조선을 돕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인가 싶다.
 
오세훈 전 서울 시장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오지에서 한 달만 살다오면 자부심이 생긴다”고. 역시 청년들은 바쁘다. 오지 다녀와서 자부심도 키워야 한다. 지금 정부가 원하는 건 다녀오는 게 아니라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 같지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교과서가 국정교과서가 아니라서 우리나라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게 된 청년들이 그간 허송세월한 것에 대해 응당 겪어야 할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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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뜻이 있는 거야, 너희는 청춘을 허송세월한 청년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 YTN 캡처
 
 
이 일련의 조언들은 일맥상통한다. 이 조언들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실제 대학생들이 등록금이 반값이 되었다고 여기지 않는데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었다는 홍보물처럼, 청년들이 텅텅 빈 사이에 “취업률 00% 상승”이라는 홍보물이 걸릴 것만 같다.
 
중요한 건 그것이다. 오늘도 헬조선의 청년들은 바쁘다. 과제 마감 기한도 어기고 대충 작성해도 교수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점수도 잘 주는 청년이 아니라면, 마음에 메트로놈 하나 놓고 달그닥, 훅 할 수 있는 청년이 아니라면 더더욱.
 
 
글.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