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주말, 서울혁신파크에서 ‘청년주간: 너를 듣다’ 행사가 열렸습니다. 나를 말하고 너를 듣기 위해, 곳곳에서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왜 이곳에 온 걸까요? 그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고함20 청년연구소는 네 차례에 걸쳐 ‘청년 연구자 콜로키움’을 연다. <청년연구, “??”하지?>라는 주제다. 어떤 이들에게는 “삼포세대”라는 하나의 수식어로 간단하게 갈음되는 ‘청년’을 잘게 조각내고 살펴보고 접합시키는 청년 연구자들이 모여 ‘청년연구’와 ‘하다’ 사이의 물음표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첫 번째 콜로키움은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청년주간’의 일환으로 열렸다. 청년이 청년으로 호명되면서 청년이 경험하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 내부의 차이들은 지워졌다. 지워진 차이들 중 하나가 ‘젠더’다. 첫 세션 ‘청년X젠더’에서는 청년 가운데서도 ‘여성 청년’에 주목한 연구들이 소개됐다. 적지 않은 여성 청년들이 마주하는 ‘혼자 살 것인가, 함께 살 것인가’의 고민과 관련된 연구들이었다.

 

독립한 여성 청년의 집

 

일반적으로 20,30대로 정의되는 청년기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시기이다. 대학을 가거나 직장을 구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이전까지 가정의 범위에 속하던 개인들은 부모와 형제로부터 벗어나 독립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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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지(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박사학위 논문은 다양한 이유로 기존의 집을 떠나 서울로 이주한 여성 청년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연구는 이들 여성 청년이 독립하는 과정에서 ‘집’을 새롭게 의미화하는 과정을 살피고, 그 과정에서 여성 청년이 다양한 영역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대상 중에선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서울로 이주한 여성 청년도 있었어요. 이들에게 집의 의미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과 차이가 있죠”

 

많은 이들에게 집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느끼는 안락함은 가부장의 질서 아래에서 여성의 가사노동 등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성 청년들이 독립하는 과정에서 느낀 해방의 하나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여자애가 방도 안 치우냐”, “남동생(혹은 오빠) 밥 좀 챙겨주라”처럼, 여성이기에 요구받았던 가사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여성 청년들이 갖게 된 ‘자기만의 방’은 그들에게 섹슈얼리티의 해방을 선사하기도 한다. 여성의 성적 행위가 오직 재생산을 위해서만 가능했던 가부장적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이 주는 해방이다. 섹슈얼리티 해방은 이성애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양성애자라고 밝힌 연구 대상 ‘유수’는 독립된 자신의 집에서 이성애 관계를 벗어나 “성적 자율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족을 선택하는 이유

 

이처럼 청년기가 되며 경험하는 독립은 여성 청년에게 다양한 층위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 청년들이 가족을 만들고 아내와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현아(성공회대 NGO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은 그 이유의 일부를 여성 청년이 경험하는 노동시장에서의 경험에서 찾는다.

 

사회에서 여성 청년의 이미지는 ‘알파걸’에 가깝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높고, 20대만 따져 보면 고용률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각종 국가고시에서의 높은 여성 합격률은 여성 청년의 알파걸 이미지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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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하지만 대학교 졸업 후 취업과 노동시장에서의 일을 경험한 20~30대 청년 여성들의 경험은 지표와는 사뭇 다르다. 높은 20대 여성 고용률은 여성 청년들이 남성에 비해 질 낮은 일자리로 취업한 탓에 나타난 결과다. 많은 여성 취업준비생들은 “여성들한테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취업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수차례 경험한 뒤, ‘눈을 낮춰’ 취직하기를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한 일자리는 취업 후에도 여성 청년으로 하여금 고용불안을 느끼게 한다.

 

결과적으로 알파걸인 것처럼 보였던 여성 청년들은 노동 시장의 구조적 차별과 고용 불안을 오랜 기간 걸쳐 경험한 후에는 살아남기 위한 새 경로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는 그들이 선택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결혼과 출산을 통한 “가족 실행”이다.

 

이들은 “가족 실행”을 선택한 이후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자녀의 ‘정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자신이 가족 내에서 수행하는 성별화된 노동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하나의 역할 모델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는 본인이 노동시장에서 경험한 불안정성을 자녀는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불가피하게 선택한 결혼과 출산을 합리적 선택으로 재정의하려는 심리의 결과물이다.

 

청년 담론이 비가시화한 존재들

 

혼자 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이때의 가정은 이성애 위계질서가 인정하는 정상가족의 모습에 가깝다) 살 것인가의 문제 앞에 놓이는 것은 남성 청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을 일컫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는 이런 모습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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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목표는 왜 취집이 되는가 ⓒ스타데일리뉴스

 

하지만 사실 ‘삼포세대’는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 청년의 수식어에 가깝다. 여성 청년에게는 혼자, 혹은 함께의 선택지가 남성 청년의 그것만큼 완벽하게 열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잘 살기 위해선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지만 일자리의 기회부터가 남녀에게 공평하지 않다.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여성을 가리켜 “취집했다”고 말해선 곤란하다.

 

세션을 마무리하며 장민지 연구자는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몰리고 비가시화된 존재를 끌어안는 노력이 청년 연구에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의 청년 담론에 젠더의 시각을 덧댄 ‘청년X젠더’ 연구들이 유의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사진. 아레오(areoj@daum.net)

특성이미지. ⓒ스타데일리뉴스

기획. [청년은 X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