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그들을 불쌍한 젊은 세대로 각인시킨다. 또 누군가는 그들을 치기 어린 불만쟁이로 붙박아 놓는다. 때때로 그들은 열정이 필요한 청춘이 되고, 시스템을 부숴야 할 투사가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모든 청년은 다르다. 다른 삶을 산다. 그래서 만나야 한다. 정의하지 말고 만나야 한다. 다시,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의미는 언제나 ‘무엇’에 있다. 고함20이 몇 개의 ‘무엇’을 만났다. 그래야 알 수 있으니까.

 

5년 동안 살던 하숙집에서 나가달라고 통보 받을 때, 집주인이 보증금 환급을 계속 미룰 때 , 무엇보다 살 만한 집을 구할 만큼의 돈이 없을 때 청년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민달팽이 유니온은 이 모든 문제들이 청년 개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그러니 함께 해결하자고 말한다. 그들은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함께 사는 달팽이집을 제시한다.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달팽이집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솔아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Q. 민달팽이 유니온은 어떤 곳인가요? 

 

A. 민달팽이 유니온이 있고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 당사자들이 모여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다. 세입자네트워크 운동, 공공주택 관련 연구, 정책의 코디네이터 역할 등을 한다. 활동의 하나로 제도 개선만 기다리기보다 우리끼리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자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여기에서 달팽이집의 공급과 운영이 이뤄진다.  

 

Q. 달팽이집은 일반 쉐어하우스와 어떻게 다른가요?

 

A. 쉐어하우스와 달리 달팽이집에서는 입주자들이 내는 월세 일부가 적립되어 다음 달팽이집을 짓는 데 쓰인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다른 활동에도 (입주자들이) 참여할 기회가 많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가는 거다. 사는 모습도 약간 다르다. 달팽이집에서는 같이 사는 사람들과 함께 규약도 만들고 교류도 활발하다. 달팽이집은 주거 공간을 넘어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Q. 달팽이집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공동체 생활은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A. 아직은 못 산다. 달팽이집에서 살고자 하거나 조합원이 되고자 하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에서 달팽이집에 직접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렇게 실질적인 얘기를 하고 나면 안 살겠다는 분도 있고 가입 안 하는 분도 있다. 달팽이집은 아무래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곳이니까 이런 문턱 아닌 문턱 같은 게 있다. 생전 모르는 사람하고 같이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같이 살다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살기 전에 우리 이런 대화하지 않았냐며 풀어갈 수 있다.

 

 민달팽이 4호 집들이 ⓒ 민달팽이 유니온 공식 블로그

 

Q. 청년을 중심으로 주거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청년주거문제는 어떤 점에서 특별히 심각한가요?

 

A. 전국 전체 가구의 주거 빈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꾸준히 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주거환경도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빈곤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전체의 주거 빈곤율은 14~15%인데 청년은 36.3%다(2010년 기준). 거의 두 배 이상이다. 누가 봐도 청년이 주거 빈곤에 훨씬 많이 노출되어있는 건 분명한데 사람들은 자꾸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청년이라는 단어 때문에 문제가 덜 심각해 보이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Q. 사회가 청년문제를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A. “청년만 힘든 게 아니다”, “주거 정책이 청년 중심으로 편향되어있으니 노인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장말 많이 듣는다. 민달팽이 유니온이 청년 중심으로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장애인, 노인과 같은 다른 약자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청년이 구조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도 다 중요한 거 안다. 그런데 그 논리대로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겠나. 또 청년 관련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엄청 많이 받는다. 그 자체가 사회 구조적인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Q. 이런 사회에서 청년단체로서 활동하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나요?

 

A. 활동으로 정책을 바꾸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한 줄을 남기기 위해 정말 많은 일이 필요하다. 이렇게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청년단체에서 일하는 것을 직업으로 안 보는 경우가 많다. 저한테 자꾸 취업하라고 하거나 청년단체활동을 공부를 위한 과정으로만 여겨서 이제 대학원 갈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나는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내가 이제 다른 데로 갈 거라고 단정 짓는 걸 볼 때 청년단체 자체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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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유니온과 고함20이 입주해있는 청년허브 

 

Q.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일하는 것에는 만족하나요?

 

A. 진짜 만족한다. 일하는 사람들과 토론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혹은 민달팽이 입주자들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때 우리가 어떤 조정을 통해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항상 대화한다. 요즘은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른 여러 주거형태를 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얘기 하고 있다. 청년 중 누군가는 계속 1인 가구로 살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도 있지 않나. 이에 맞는 다양한 달팽이집의 형태를 상상하고 있는데 이 상상들이 고정된 게 아니라 대화하면서 조금씩 발전해간다. 이렇게 역동적으로 조직의 미래를 그리는 경험이 너무 행복하다.

 

Q. 행복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눈 뜨면 출근이고 눈 감으면 퇴근이라는 얘기를 한다. 달팽이집에서 일하는데 달팽이집에서 살고 있다 보니 일이 하루의 일상 속에 퍼져있는 거다. 우리나라가 근로조건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낮은 수준이지 않나. 기업이야 복지나 월급으로 메꾸는 경향이 있다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니까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Q. 그래도 자신 있게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A. 청년들이 사회초년생 시기에 부당한 대우들을 많이 받다 보니까 다들 민감하지만 저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조직에서도 부족한 걸 알고 있고, 부족한 걸 얘기했을 때 쳐내지 않고 일단 끌어안는다. 오래 걸리더라도 개선하려고 계속 얘기를 하는 거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내 임금이 기업 다니는 친구들만큼은 아니고 나의 퇴근이 유동적일 수 있더라도  점점 나아질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

 

Q.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불안하지 않았나요?

A. 처음에는 엄청 불안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준비를 하다가 시간이 약간 남아서 민달팽이 집 리모델링을 돕는 데 참여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랑 토론하고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상상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그대로 대학원에 가야 할까? 헌데 여기를 선택했다가 나중에 그만두게 되면 어떡하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 선택한다고 하니까 “기껏 좋은 대학 나와서 부모님 진짜 속상하시겠다” “부모님은 반대 안 하시냐”는 얘기들을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들, 선배들, 엄청 많은 사람들한테 들었다. 앞으로 그런 시선들을 잘 쳐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결국에는 내가 행복한 순간이 여기서 더 많은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다.

 

Q.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내가 환경생태공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면서 느낀 게 환경이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당장 취업을 해야 하고 집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말하는 게 헛헛하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들이 지금 겪고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하나의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으니까 활동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환경보다 얘기하기가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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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집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 ⓒ 민달팽이 유니온 공식 블로그

 

Q. 청년단체가 진로를 선택하려는 청년들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나요?

A. 다른 일과 임금의 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극단적인 차이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해보고 싶거나 이런 사회문제에 청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규모가 작다 보니까 한 명 그만두는 게 너무 타격이 크다. 청년 당사자 입장에서도 시간 낭비일 수 있으니까 바로 취업하는 것보다는 당사자 활동으로 먼저 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은 거 같다. 저도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일을 해야겠다고 말해서 일하게 된 거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A. 친구가 god를 진짜 좋아했는데 꿈이 god가 행복하게 사는 거였다. 지금 약간 그런 느낌이긴 한데 민달팽이 유니온이 행복해지는 것?(웃음) 가까운 꿈은 민달팽이 유니온의 취지를 알고 동의하는 청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달팽이 나라를 세우고 싶다. 그 나라에서 우리끼리 서로의 삶을 보장하는 거다. 6시 땅 하면 끝.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술은 마시든 말든 알아서 지낼 수 있는 삶. 사회가 그렇게 못 해주는 걸 우리끼리 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실험적인 무언가를 우리가 사회에 제안할 수 있으면 사회의 변화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글.  진(bibigcoma@hanmail.net)

인터뷰. 진, 블루프린트(41halftime@gmail.com)

사진. 블루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