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주말, 서울혁신파크에서 ‘청년주간: 너를 듣다’ 행사가 열렸습니다. 나를 말하고 너를 듣기 위해, 곳곳에서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왜 이곳에 온 걸까요? 그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청년이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회가 청년 앞에 붙이는 다양한 수식어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힘쓰고, 자취를 하는 대학생이라는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나 자신을 청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얼핏 청년의 수식어엔 의심이 스며들 여지가 적어 보인다. 팍팍한 사회 때문에 “연애를 포기한” 청년이나, “‘헬조선’을 입버릇처럼 외는” 청년 같은 말들을 듣다 보면, 그것들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이론처럼 보이기도 한다. 청년 연구자 콜로키움 <청년연구, “??”하지?>의 두 번째 세션 ‘청년X담론’은, 그러나 청년이 정말로 연애를 포기했는지, 헬조선은 정말로 청년의 언어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자리였다.

 

낭만적 사랑과 청년

 

낮은 출생률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는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은 젊은이들에게 장려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젊은이들은 삶이 힘들어 연애조차 포기하는 안쓰러운 ‘삼포세대’다. 만약 연애하게 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대신 썸과 어장관리로 대표되는 ‘쿨한’ 연애를 한다는 것이 청년의 연애에 대한 고정관념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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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김예은(고려대 일반대학원 언론학과)은 현재 연애 중인 20대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연애를 둘러싼 편견을 비판했다. 우선 청년에게 연애는 다양한 부정적 여건 속에서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시켜야 하는 대상이었다.

 

버팀목? 이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내 얘기 들어줄 사람 있다는 거만으로도 되게…”

 

인터뷰 대상 A는 취업 준비 중인 대학 졸업생이다. A에게 연애는 고단한 취업 준비 과정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었다. 청년에게 주어진 힘든 현실을 전제할 때, 특정 대상(연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연애는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청년이 연애 과정에서 낭만성을 포기한 ‘쿨한’ 연애만을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연애 상대방과 진심을 나누는 과정에서 청년은 사회의 통념과는 다른, ‘낭만적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당신들의 헬조선

 

청년으로 하여금 연애를 포함한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하는 공간적 배경으로 ‘헬조선’이 지목된다. ‘헬’과 ‘조선’을 합한 이 신조어는 20대를 포함한 청년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선기(고함20 청년연구소)는 한국을 ‘헬조선’으로 칭하는 주체가 정말로 청년인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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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는 자살률, 가계부채, 남녀의 임금 격차, 노인 빈곤율 등이다. 자세히 따져보면 이런 지표는 청년에게 한국을 헬조선으로 느끼게 하는 주요한 청년문제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언급하기 위해 꾸준히 사용되던 지표를 가져와 청년들이 한국을 헬조선으로 부른다고 말하기에는 청년과 청년문제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진 증거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헬조선은 청년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언어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청년연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살펴본 것처럼 청년과 담론을 엮는 논의의 상당수는 청년에 덧씌워진 이미지에의 반박이다. ‘88만 원 세대’가 그랬고 ‘달관세대’가 그랬다. 세션에서 소개된 논의처럼 논란의 여지 없이 당연해 보였던 ‘삼포세대’와 ‘헬조선’에도 청년을 고정적이고 단일한 무엇으로 박아두려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탓에 반박은 필연이다.

 

발표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청년을 연구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반박하다 보면 대상에 몰입해 긍정적 면을 보려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예은 발표자는 “연구를 하다 보면 기존의 논의에 반하는 대항담론을 만들고 싶게 되더라”며 “연구대상을 신격화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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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기 발표자는 “청년은 청년 얘기만 하라는 것은 폭력이다”는 말로 청년연구와 청년담론의 가능성을 열었다. 청년이라고 해서 청년문제에만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청년이 청년 문제 밖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청년을 연구하는 흐름 역시 좀 더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능성은 청년주간 자체의 문제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청년주간에선 청년담론과 무관하게 각자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행사도 다수 기획됐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 청년의 소통권을 말할 땐 그가 청년인 것보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올해 열린 서울청년의회에서는 청년이 환경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함20이 청년을 다룬 기사들을 통해 목표했던 것 역시 미디어가 재생산하는 청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청년을 다루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기사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청년과 무관하지 않다. 고정관념 해체 이후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청년연구자들에게 남아 있다.

 

글‧사진. 아레오(areoj@daum.net)

특성이미지. ⓒ드라마 ‘청춘시대’

기획. [청년은 X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