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주말, 서울혁신파크에서 ‘청년주간: 너를 듣다’ 행사가 열렸습니다. 나를 말하고 너를 듣기 위해, 곳곳에서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왜 이곳에 온 걸까요? 그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많은 이들은 묻는다. “청년 활동가는 무슨 일을 해? ‘청년’ 활동이니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겠지?”, “청년단체는 어떤 직장이야? ‘청년’ 단체니까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있겠지? 그런데 월급은 많이 주나?”

 

수많은 개인들이 ‘청년’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버리듯이, 청년 활동가와 청년단체도 주어진 틀 안에 쉽게 갇혀버리곤 한다. ‘청년주간’에서 현장의 청년 활동가들이 자신의 일과 직장에 어떤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우리, 활동가의 딜레마

 

<우리, 활동-노동자: 노동과 활동의 영원한 갈등에 대해>이라는 제목의 컨퍼런스에서는 활동과 노동의 일치 또는 구분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시민단체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흔히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어떻게 한 줄로 나의 일을 소개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라고 말한다.

 

활동가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만은 아니다. 돈을 벌어야 하지만, 돈벌이를 위해서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활동가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대의를 위해서 하는 일이 일상의 행복을 갉아먹지 않기를 바란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다. 

 

활동가는 안팎에서 항상 시험에 든다. 숭고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필요하고, 일상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아 자신을 스스로 설득하기 어려울 때는 “돈도 안 되는데, 내 삶도 꾸리기 힘든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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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벼리 청년허브 매니저

 

나는 누구, 노동자?

 

주변의 시선도 따뜻하지만은 않다. 활동가는 활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노동자이지만, 종종 노동자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게 돈을 버는 직업이 맞냐”라는 질문과 “언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거냐”는 힐난에 맞서 스스로 존재를 설명할 것이 요구된다.  

 

다른 차원에서 활동가가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동자의 권리는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활동가들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돈을 조금 받을 수 있다”거나 “일이 끝나지 않으면, 야근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활동가는 노동자이기도 하기에, 사회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나의 활동이 노동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그리고 나를 소진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경험과 성장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그럴 때야만 활동가로서 노동의 윤리를 준수하는 책임 있는 자세도 가능하다.

 

활동가들은 단체 또한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마음먹고 돈 벌자고 달려드는 사람들도 망하는 판에 공공성과 수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 때문에 추구해야 할 방향을 놓칠 필요는 없다. 청년단체에서는 과노동 저임금 구조를 벗어나기 쉽지 않지만, 구성원들이 함께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협동조합 성북신나에서는 월급을 올리고 업무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실패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초창기에 적게 받는 대신, 체불 임금을 정산해놓은 바가 있다. 다른 단체에서도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일을 얼마나 할 것인지 끊임없이 얘기해야 한다는 인식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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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과노동의 고통은 터질 수밖에 없다 ⓒ 한국일보

 

망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고민이 <우리는 3년 안에 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컨퍼런스에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청년단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이 ‘3년 안에 망할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고 있는 희망에 관해 나눠주었다.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망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나름대로 사회를 바꾸어간다는 자부심이 사라지는 것을 들었다. 청년단체에서 일하는 것에는 내적 동기가 특히 중요한데 일이 더 이상 하고 싶은 무언가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면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임금과 노동 시간으로 인한 현실적인 이유였다. 강력한 내적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외적 보상이 따라주지 않으면 언젠가 소진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임경지 위원장은 운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이곳이 건강한 일터인가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협동조합 성북신나 오창민 대표는 현실의 조건을 출발점으로 삼고 “우리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임계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망할 것이지만, 망하는 것은 별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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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참여자들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

 

다음으로 참여자 각자가 간직하고 있던 망할 것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청년단체를 운영하고 있거나, 청년단체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을 하고 싶어 이 자리에 참여한 모두가 망할 것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고민을 나누다가 우울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이야기는 결국 웃으면서 마무리되었다. 망할까 봐 불안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자리에서처럼 수많은 대화를 통해서 함께 망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사진. 진(bibig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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