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우리는 하나 이상의 유행을 겪는다. 그러나 그저 경유할 뿐, 마냥 즐길 수 없는 유행도 존재한다. ‘블랙20 다이어리’는 그런 유행을 들여다본다. 어딘가 불편한, 강제된 듯한 유행을 아카이빙한다.

 

53369-1“25만원으로 한 달을 어떻게 살아?”  

 

케이스 1

서울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대학생 A군.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반, 한 달 교통비 요금은 87,000원이 나온다. 물론 A군이 평소 학교와 알바처 빼곤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다. 최저시급인 6,030원으로 주말 동안 7시간씩 편의점 알바를 해서 받는 돈이 대략 30만 원, 별다른 용돈은 받지 않는다. 후불교통카드를 쓰기 때문에 매달 3일에 빠져나가는 교통비를 넉넉하게 10만 원쯤 잡아두면 나머지 잉여자산은 20만 원 정도. 20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30만 원 중 많은 부분이 물론 식비로 나가겠지만, 그 전에 1/3은 교통비로 빠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엥겔지수 말고 BMW 지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A는 생각한다. B는 버스BUS, M은 지하철METRO, W는 마을버스 요금이 아까워 추위도 불사하고 삼십 분을 걸어가는 걷기WALKIN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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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2

서울에서 춘천으로 통학하는 B양, 왕복으로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이 걸린다. 아침 수업은 당연히 들을 자신도, 체력도 없다. 그러나 부모님은 여자니까 절대로 자취는 안된다고 한다. 학교까지 가는 스쿨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앉아갈 수는 있지만, 가격은 만 천원이다. 스쿨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기 위한 지하철까지 생각한다면 한 달에 이십 칠만 원 정도 든다. 그래도 자취하는 것보다는 싸다. 그러나 용돈을 받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정도다.

 

청소년 할인이 끝나는 20세에 취업을 한 청년들을 빼고, 특히 대학생들만 보자면 교통비는 확연하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친구들 몇 명은 교통비가 부담되기 때문에 수업을 3일, 4일로 몰아 듣는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든 공강 날을 만들어야 수업 몇 시간을 듣기 위해 비싼 교통비를 쓰는 허사를 줄일 수 있다.

 

청년들은 청소년 요금 720원을 그리워한다. 더 이상 뺑뺑이로 가까운 학교가 배정되길 바랄 수도 없고 부모님이 출근 시간에 맞춰 자가용으로 학교까지 태워다주기를 바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청년은 경제적으로 약자다. 노인들은 경제활동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무임승차 혜택을 받고 마찬가지로 청소년들도 할인을 받는다. 대학생들을 이런 경제적 약자의 그룹이 아니라 독립된 존재로 취급한다면 그것은 대학생들은 굶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차를 타고도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걸어 다닐 방법은 없고 그렇다면 돈을 아끼는 방법은 식비를 줄이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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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어디로든지 문 좀 빌려줘 제발 ⓒ일본 TV아사히

 

청년의 트렌드는 “티끌 모아 큰 빚” (1250x2x30=75000)

 

통계청의 체감 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교통비 물가지수가 99.75일 때 대학생의 교통비 물가지수는 115.69로 다른 계층과 약 16%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대학생들이 다른 소비자들보다 교통비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후불교통카드의 경우 (간혹) 10% 할인이 붙기도 하지만 보통 대학생들이 잘 쓰지 않는 신용카드거나 전월 실적 30만 원 이상일 경우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혜택받기가 어렵다. 버스도, 지하철도, 고속버스도, 스쿨버스도 직불일 경우 요금이 빠져나가거나, 후불일 경우 쌓여가는 걸 보면서 이번 달에는 명절이 없나, 휴일이 없나 속으로 셈한다. 혹시나 공강 날에 겨우 삼십 분 팀플 회의하자고 학교로 부르기라도 하면, 교통비도 그렇고 길거리에서 버리는 시간도 그렇고 탈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청소년 기본법 제3조에서는 청소년이란 9세 이상 24세 이하 사람을 말한다. 헌데, 교통비에서 말하는 청소년 할인은 ‘청소년’이 아니라 ‘학생'(초중고) 할인을 일컫는다. 20세 이상의 늦깎이 중고등학생에게도 청소년 혜택을 주는 정책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거로 봐서는 그런 듯하다. 대학생이든, 대학생이 아닌 취업한 청년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이든 버스와 지하철이 말하는 ‘청소년’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학생은 ‘학생’이 아닌 취급을 받는다. 경제적으로 독립되어있지도 혜택이나 도움 없이 우뚝 자리 잡을 수 있는 존재일 리도 없는데 말이다. “대학 가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성인이 되면 책임은 네가 지는 거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이 말에서 후자는 현실이 됐고 전자는 날갯짓하며 눈앞에서 아른거릴 뿐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대학 가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책임에 뒤져지고 있다.

 

생활비 1/3을 차지하는 교통비는 그 책임의 일부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나가는(사실은 생활하기 위한 생활비를 악착같이 모으는) 알바에도 교통비라는 책임이 따른다. 공부하기 위해 나가는 학원이나 학교에도 교통비라는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에겐 20살이 돼서 변한 게 급식만도 못한 삼각김밥과 컵라면 점심, 밤늦게 하던 야자 대신에 야간알바, 그리고 500원이 오른 1,250원의 교통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후불카드를 쓰는 사람은 매달 5일, 혹은 10일 그 지정된 날짜에 빠져나가는 교통비를 헤아리다가 좌절한다. 지금 당장 돈이 없는데, 연체되면 신용불량자 된다는데? 지금 10만 원이 빠져나가면 월급날까지는 생수도 못 사 먹겠네. 아, 왜 내 통장엔 10만 원도 없는 거지? 이번 달 교통비 왜 이렇게 많이 나간 걸까. 친구 좀 덜 만날걸, 알바 가게까지는 좀 걸을걸. 그들은 이런 책임들에 둘러싸여서 자신이 무력한 준성인임을 느끼게 된다.

 

정부는 청년들, 정확히는 성인이지만 청소년 기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교통비 10% 할인의 혜택을 주면 5년간 6000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고 반대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청년 교통비 할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재정부담으로 중단한 전적이 있다. 청년들은 그렇게 2순위가 되며 청소년이지만 혜택은 없는 청소년이고, 성인이지만 그걸 체감하기는 힘든 애매한 존재로 남아버린다. 가장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이등 시민으로 오늘도 이걸 사 먹고 버스를 포기할까, 아니면 굶고 타고 갈까 고민한다. 이번 달 후불 교통비는 얼마나 나올지 두려워하면서, 또 편의점에서 얼마를 더 충전해야 하는지 현금을 계산하면서.

 

글. 타라(kim_ny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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