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그들을 불쌍한 젊은 세대로 각인시킨다. 또 누군가는 그들을 치기 어린 불만쟁이로 붙박아 놓는다. 때때로 그들은 열정이 필요한 청춘이 되고, 시스템을 부숴야 할 투사가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모든 청년은 다르다. 다른 삶을 산다. 그래서 만나야 한다. 정의하지 말고 만나야 한다. 다시,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의미는 언제나 ‘무엇’에 있다. 고함20이 몇 개의 ‘무엇’을 만났다. 그래야 알 수 있으니까.

 

판타문 필름.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영화였다. 단편 영화를 만드는 예술 단체인가했는데 아니란다. 그들은 생각보다 폭넓은 영상을 다루고 있었고, 영상 자체뿐만 아니라 영상업체의 구조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판타문 필름은 영상제작 업체다. 상업적이지만 양심적인 가격에 영상을 제작해준다고 한다. 판타문필름의 대표 옥문수 씨를 만나 판타문 필름이란 어떤 단체인지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Q. 판타문필름과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판타문 필름의 대표 옥문수라고 합니다. 저희 판타문필름은 영상을 제작하는 업체에요. 다른 업체들처럼 상업적이지만 다른 게 있다면 첫 시작은 동아리 같은 단체였어요. 영상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점점 이 일이 좋아서 다들 하던 일을 그만두고 판타문 필름에서의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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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문필름의 대표 옥문수씨

 

Q. 어떤 영상을 만들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나요?

A. 단편영화부터 뮤직비디오, 홍보영상, 교육 영상, 행사 스케치까지 장르는 딱히 가리지 않아요. 지향점이 있다면 ‘합리적인 영상 제작’이에요. 영상업체에서 제작비라는 게 구조상으로 불합리하게 형성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광고기획사가 있고 그 밑에 외주사가 있고 그 밑에 프로덕션이 있고 그 밑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구조다 보니까 중간에서 처음 맡긴 돈이 삭감되고, 실제로는 처음 받은 돈보다 적은 비용으로 제작하게 되는 것이죠. 저희는 그런 구조에서 벗어나 조금 더 합리적인 금액에 제작하려고 해요.

 

Q. 합리적인 단가를 맞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거죠?

A. 솔직하게 이야기해드리는 거죠. 제작을 맡기는 분들을 속이고자 하면 얼마든 속일 수 있어요. 단가라는 게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 아무리 디테일하게 적어줘도 일반 사람들은 영상에 대해 깊이 알 수는 없으니까 저희는 설명을 다 해드려요. 어디에 얼마만큼의 금액을 쓰고 우리가 실제로 얻게 되는 수익은 얼마인지까지 오픈해요. 필요하면 영수처리도 해서 보여드리려고 해요.

 

Q.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지는 않나요?

A. 저희가 합리적인 단가에 제작을 한다고 해도, 그걸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게 저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예술적인 행위나 창작물에 대한 값어치가 떨어지는 거예요. 이게 영상 분야로 오면, 우리가 하는 기획이나 연출에 값을 안 쳐주는 식으로 나타나요. 밖에 나가서 촬영하는 것만 노동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은 밖에 나가 촬영하는 것보다 그 전에 해야 할 게 많거든요. 그 많은 부분을 무시하는 현상이 알게 모르게 퍼져있으니까 그런 부분이 좀 힘들어요. 디스카운트를 요구받다 보면 저희 인건비를 삭감하고, 저희 돈을 더 들여 영상을 제작하기도 해요. 영세한 사람들끼리 돕고자 시작한 일인데, 그럴 때면 좀 힘들죠. 돈벌이가 되는 일을 찾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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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대로 한다! ⓒ판타문 필름 

 

Q. 청년 허브에 어떻게 입주하게 되었나요?

A. (입주 전부터) 이쪽에서 주최하는 지원 사업에 참여했어요. 청년 모임이나 단체에 100만 원씩 사업비를 주는 거였는데, 저희도 지원을 받았어요. 사업비를 받은 게 3~4년 됐어요. 사무실 들어올 때는 면접을 봤는데, 통과하고 허브에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사실 청년 허브 울타리 바깥에서는 우리를 구분해주지 않잖아요. 다양한 청년의 모습보다는 직업의 유무로 가려져요. 회사원인지 아닌지 일을 하는지 노는 지. 그래서 저도 당연히 어딘가에 취직해야 하는 줄 알았고 그 외의 것들은 다 노는 행위로만 생각했어요. 청년 허브 안에서는 내가 ‘논다’ 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냥 그들의 삶이었어요. 나도 놀았던 게 아니고 내 일을 한 거고요. 그냥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까 좋았어요.

 

Q. 허브에 입주한 후로 판타문필름 활동에 생긴 변화가 있나요?

A. 네 변화가 있죠. 그전에는 저희가 사무실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로 카페 같은 곳에 모여서 생활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매일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커뮤니티가 없으니까 영업적인 손해도 보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허브 들어오면서 좀 더 안정적이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지원도 받고 공간도 생기니까 매일 나와 있고, (혁신파크) 안에서 엮여서 일을 받은 경우도 몇 번 있거든요. 그런 점이 좋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다른 단체들에 자극받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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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문 필름 

 

Q. 문수 씨 본인은 영상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저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어요. 제가 32살인데 중학생 때 애니메이션의 황금기였어요. 90년대 후반 00년대 초반이랑 그때. 비디오테이프 돌려서 보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때 저는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고, 또 이걸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학도 애니메이션 과로 진학을 했어요. 애니메이션도 다 영상물의 일환이니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Q. 어떻게 보면 취업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잖아요. 판타문 필름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면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제가 구직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20대 때 많이 놀다가 졸업하고 나서 한 3년 정도 더 놀았거든요. 말을 놀았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뭘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영상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을 (직업으로) 해보려고 노력했었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취직을 해서 3, 4년 정도 일을 했어요. 회사에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안정적으로 월급 나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돈 쓸 수 있고. 근데 그때 되게 불행하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못 벌어요. 반의반도 못 벌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자유롭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그게 좋아요. 친구들을 만나면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니까 멋있다, 이러는데 저는 그 친구들이 더 멋있거든요(웃음). 대기업 다니는 게 어떻게 보면 더 멋있는 일이잖아요. 그 친구들은 그 일을 하면서 의미를 찾는 거고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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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판타문 필름 

 

글. 샤미즈(ndhhdm90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