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금요일, 국정농단 사태 등 여러 이유로 국민을 힘들게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했다.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 긴 겨울 동안 지속했던 광장의 시위는 축제로 바뀌었고 곳곳에서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축제의 중심 속에서 더욱더 권장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치킨. 즉, ‘닭’이다.

 

박근혜와 ‘닭’

 

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끊임없이 고통받았다. ‘머리가 나쁘다’, ‘판단력이 좋지 않다’는 의미의 정치적 풍자가 닭이라는 말에 담겼고, 박과 비슷한 어감을 띄는 닭은 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과 합쳐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곧 ‘닭근혜’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별명이 됐고, 촛불시위에서도 닭은 풍자의 대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주사 맞는 닭인형과 닭은 닭장으로라고 쓰인 현수막  ⓒ인스타그램

 

광장에서는 닭을 통해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면을 쓰고 풍자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닭의 모형에 주사기를 꽂아 보톡스 맞는 대통령을 풍자한 사람도 있었다. 또, 아예 죽은 닭의 모형을 거대하게 세운 경우도 있었으며, 닭장에 넣어진 닭의 모습을 감옥에 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비유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기도 했다.

 

끊임없이 혐오의 대상이 되던 닭은, 탄핵 축하의 이유로 또 한 번 고통당하고 있다. 파면 이후 통닭과 치킨의 수요가 늘었다는 기사가 여러 신문사에서 올라왔다. 트위터 등에서도 치킨집 번호를 모아놓은 글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경사스러운 날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어야 한다는 풍조와 함께 이번에는 특히 닭근혜로 불리던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치킨’을 ‘뜯어 먹음’으로써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지금 닭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끊임없이 혐오와 희생의 대상이 되는 닭은, 그만큼 고통을 받아야 하는 ’잘못‘이나 ’자격‘이 있는 걸까? 사람들의 분노에 의해 ’뜯겨지는‘ 닭들은, 어떤 삶을 살아서 사람들의 식탁으로까지 올라올까?

 

닭들은 전 대통령의 감옥에 비유되는 닭장에 이미 고통스럽게 갇혀있다. 그 감옥은 좁을 뿐만 아니라 편하게 발 디딜 땅조차 없으며, 오물과 함께 뒤섞인 비위생적인 공간이다. 이것은 공장식 축산의 한 예로서 그들은 인간에 의해 한 뼘이 채 안 되는 닭장 속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다가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좁은 케이지 안에서 평생동안 갇혀 사는 닭 ⓒKBS1

 

누군가는 이미 먹기 위해 키워졌으니까 사람들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치킨을 먹는 것에 도덕적 판단을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사람들이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 닭을 많이 소비할수록, 공장식 축산의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고통받는 삶을 지속할 닭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닭고기를 먹는 것 자체에 도덕적 책임을 부과하자는 말이 아니다. 닭고기를 먹더라도 ’최소한‘의 닭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소비를 하자는 말이다. 즉, 공장식 축산을 더 부추기지는 말자는 것이다. ‘닭’을 비하하지 말자는 것이다. 분노해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분노해야 하는 것은 ’부패정권‘이지 ’닭‘이 아니다.

 

ⓒ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약자인 동물혐오는 말고, 닭 대신 다른 음식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혐오 발언들은 한국사회에서 이미 논의됐다. 가장 대표적인 혐오 발언은 장애인 비하이자 여성 비하적인 ’병신년‘이라는 예시일 것이다. 장애인과 여성 비하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는 반면 가장 최하층에 자리한 동물에 대한 혐오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물론 동물단체에서는 이런 동물혐오를 지양하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으나, 그 목소리가 다수의 귀에까지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 가장 약자이자 이미 인간에 의해 큰 고통을 받는 동물을 혐오하는 방식 말고 다른 방식의 풍자를 하자. 약자를 향한 분노가 아닌, (잘못된) 강자를 향한 분노를 하자. 다른 음식들을 먹으며 자축하자.

 

글. 엑스(kkingkkanga@gmail.com)

특성이미지 출처. 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