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에 6만 원!” 모란시장을 취재하면서 자주 들리던 상인들의 흥정 소리다. 모란시장은 모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시장 주위는 여러 빌딩이 세워져 있다. ‘성남 중심부에 위치한 섬’ 모란시장의 첫인상이다.

 

 

모란시장은 한 해 8만 마리의 개가 거래되는 국내 최대 개 도축장이다. 동물 단체들의 항의 집회와 상인들의 신경전으로 모란시장은 복날마다 언론의 이슈에 오른다. 올해는 상인들이 시장에 있는 개의 보관, 도살시설 전부를 자진 철거하고, 성남시는 상인들의 업종 전환과 환경 정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환경정비 업무협약 체결로 주목받았다. 업종 전환을 거부하던 시장 상인들이 철거를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모란시장의 풍경

 

 

가는 날이 장날이다. 시장은 수많은 노점상과 손님들로 가득하다.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갔다. 2마리에서 10마리까지 좁은 철장이나 종이 상자에 개들이 갇혀있다. 연령대는 강아지부터 성견까지 다양하다. 옆에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개를 줄에 묶어 끌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쪽에서는 오토바이 뒤에 철장을 매달아 성견 여러 마리를 넣어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에겐 반려견이지만 이곳에선 단지 음식이다.

 

 

 

 

모란시장에는 단지 ‘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란 시장 곳곳에는 ‘건강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팔리고 있다. 흑염소와 토끼는 개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동물들이다. 건물 상가 앞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며 상점을 살펴본다. 상점 안에는 많은 솥이 놓여있다. 그 앞으로 철장에 놓여있는 토끼가 보인다. 솥이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솥이 주는 잔인한 이미지는 눈치챌 수 있다.

 

 

좀 더 걷는다. 시장의 끝쪽에는 2.5톤 트럭들이 주차 중이다. 맨 처음 돌아봤을 때 이 트럭들에 크게 관심 두지 않았다. 다시 살펴보니 트럭 위에 있는 많은 철장이 눈에 띈다. 철장에는 개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갇혀있다. 한 트럭에 4개씩 3층으로 쌓아 올린 철장에서 감옥의 이미지가 겹친다. 트럭 주인이 흑염소 한 마리를 철장에 집어넣는다.

 

 

트럭 위에 있던 녹슨 철장

 

 

순간 ‘보통은 이런 과정들을 숨기지 않나?’하는 의문이 든다. 다른 시장은 모란 시장처럼 동물들이 전시되고 도축되고 유통되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그 과정을 거친 음식들이 판매대 앞에 존재할 뿐이다.  모란시장은 다르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과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협약이 개고기 식용을 막을 수 있을까?

 

 

철거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장날이기에 철거 과정을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철거가 끝난 가게들도 있다. 업무 협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시장 안에서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에 체결한 업무 협약이 모란시장에 산재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성남시와 체결한 업무협약에는 빠져있는 것들이 많다. 첫 번째 문제는 이번 협약이 오일장 상인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란시장은 상설 시장과 오일장이 결합한 형태다. 개 판매는 두 곳 모두에서 같은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협약은 상설시장만 포함된다.

 

 

성남시는 오일장 상인들에 관해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 성남시 동물자원팀은 “(오일장 개 판매)그거는 저희하고도 얘기하고 있는데, 동물판매업 등록을 해야 하지 않느냐. 안되면 좀 어렵지 않느냐. 그런 얘기는 하고 있어요. 그거에 대해서 이전할 때 방안들도 만들고 있고요.”라고 언급했다.

 

 

체결된 협약에 반대하는 상인들의 문제도 있다. 철거에 반대하는 상인들은 기존 상인회와는 독립적으로 시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결론 도출은 쉽지 않다. 지난 3일, 철거를 반대하는 상인들과 성남시와의 간담회 자리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서로 요구하는 사안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분들 얘기 듣는 그런 자리였어요. 따로 결론 난 건 없는 상태이고요.”라고 전했다.

 

 

업무 협약에 동의한 상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상인들은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용복 모란 가축 시장상인회장은 “동물 단체 사람들이 너무나도 괴롭히다 보니까. 성남시에서 좋은 조건을 달아주고, 그걸(지원) 해준다 해서 우리가 철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모란시장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온 상인 한 분도 복날에 열리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에 불만을 내비쳤다. 상인들이 개의 보관, 도살시설 전부를 철거하게 된 경위는 개고기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업무 협약을 수용한 것은 진전된 점이지만, 주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개를 제외한 동물들은 가능하다니

 

 

한국에서 동물들은 단순히 ‘상품’으로 존재한다. 모란시장은 이러한 인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확대 재생산한다. 비위생적인 유통과정을 거친 동물들은 잔인하게 도축되거나 버려진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에 노출된다. 그 과정에서 동물을 ‘상품’으로 보는 인식은 내면화된다.

 

 

 

모든 육식을 당장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고기여서 문제라는 것도 아니다. 동물을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는 해당 인식을 재생산하는 시설을 규제하는 것이다. 모란시장의 경우 살아있는 동물을 전시하고, 바로 도축하는 시설들을 규제해야 한다. 상인회 회장은 “다른 동물들은 협약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이 문제를 ‘개고기’ 문제로 국한해서 인식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모란시장을 나오며

 

 

이재명 시장은 지난 12월에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했다. 핵심을 뚫는 말이다.

 

 

이번 협약은 모든 개고기 상인들의 업종 전환을 담보하지 않는 점과 다른 동물들을 협약에 포함하지 못 했다는 점에서 ‘개고기’와 ‘동물권’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이번 협약이 모란시장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명백히 아니다. 지금 해결한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앞으로 더욱더 고쳐나갈 것이 많다. 이번 협약은 시작일 뿐이다.

 

 

글. 이스국(seugwook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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