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싸움> 시리즈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외롭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투쟁의 현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새벽부터 모여있는 구시장 상인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노량진 전통수산시장은 조용하면서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생존권 쟁취’, ‘노량진수산시장을 꼭 지키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조끼를 입은 상인들은 새벽부터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노량진시장의 관리자로 등록되어있는 수협은 3월 28일 새벽 6시 부로 <칠보수산> 등 3개 업소에 대한 인도 집행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철거 예정 통보를 받은 <칠보수산 >앞에서는 상인들과 시민들이 철거를 막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민들이 모여 있는 자리 위에서는 수협 측 인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사진을 몰래 찍어가기도 했다. 몇십 년간 이곳 노량진에서 수산물을 팔던 시장 상인들은 무슨 연유로 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서울역 근처에서 형성된 시장이 71년 현재 장소로 오면서 한국냉장주식회사의 직영으로 운영되었다. 이후 노량진수산 주식회사로 민간업체들이 공동 운영하였으나, IMF로 인해 경영난을 피하지 못하고 시장의 토지가 경매에 오르게 되었다. 민간기업들, 개설 및 관리권이 있는 서울시는 인수를 거부했고, 최후에는 수산물 유통 특성에 맞추어 수협이 은행 대출을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 토지를 매입, 노량진수산 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장의 관리권을 얻게 되었다.

 

 

인수 이후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계획한다. 71년 개장 이후 곳곳에서 노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현대화 사업에 대한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2006년 예비 타당성 조사 시행, 2012년 7월 서울시 건축위원회 승인을 거쳐 그 해 12월 27일 착공을 시작했다. 사업을 추진하던 2008년에 장사하는 상인들과 관리하는 수협과의 갈등이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수협중앙회가 유통 등의 이유로 수산시장을 2층으로 이주한다고 밝히면서 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비상대책위원회로 대표된 상인 집단은 수산시장의 특성상 현재처럼 1층으로 상인 전체가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해 수협중앙회와 상인 비상대책위는 ‘사업 대상 부지를 확대하여 현대화 건물 1층에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수평 이동 하며 경매장 및 중도매인, 판매상인을 1층에 배치한다’ 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현대화된 노량진시장 조감도. ⓒ노량진수산주식회사 홈페이지

 

 

이후 2015년 완공 시점에서 상인과 수협의 갈등은 재점화 되었다. 상인 측은 수협이 양해각서 체결 이후 안전상의 이유로 공사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 준공일(10월 20일)이 가까워져서야 건물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건물 내부가 장사에 적합하지 않게 지어져 있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양해각서대로 기존 수평 이동 하여 장사를 하기에 신시장의 업장 당 배정된 부지인 1.5평(약 5㎡)은 비좁다는 것. 수협 측은 최초 설계대로라면 상점마다 2.5평(약 8㎡)에서 3평(약 10㎡) 정도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경매장이 있는 층에 판매장까지 배치하려다 보니 1.5평(약 5㎡)으로 줄게 됐다고 2015년 10월 28일에 밝혔다.

 

 

 

이후 구 시장 상인들이 양해각서 조항인 수평 이동 보장을 불이행할 시 신시장 입주를 거부하겠다 밝히면서 갈등은 커졌다. 수협과 구 시장 상인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수협은 2016년 3월 11일부터 합의를 거부한 구시장 상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 및 신규 입주희망자에 한해 입주자리 결정을 위한 추첨을 시작했으며, 3월 15일까지 입주절차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신 시장이 운영을 시작한 3월 16일, 그 이후로 약 6개월 이상 수협은 자신이 공실관리 명목으로 고용한 용역들을 통해 구시장 상인들에 대해 협박 및 폭행을 이어가면서 신시장으로의 자진 입주를 종용하였다. (관련 영상)

 

 

 

 28년간 <영종상회>를 운영하는 상인은 입주절차를 진행하던 시기와 이후의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한다.

 

 

“상인들에게 나가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진 않았고, 현대화시장으로 옮기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신시장 규모가 한정되어 있어서 다 들어갈 수도 없는데, 수협 쪽에선 신사장으로 상인들 몰아넣으려고 별 짓을 다했어요. 명도 소송한다거나 자식들까지 들먹이면서 협박하고 회유했어요. 해 뜨기 전에 나와서 해 지면 집에 가는 생활을 몇 십년동안 한 사람들이 뭘 알겠어요…여기 남은 사람들이나 협박에 못 이겨서 넘어간 사람들이나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구시장 상인들은 상인생계비상대책위를 거쳐 2015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이하 연합회)를 결성하였고, 구시장 부지에 대한 명도 소송 등의 생존권 싸움을 1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명도 소송 1심에서 상인들이 패소하게 된 상황이다.

 

 

 

 철거가 예정된 3개 업소 중 하나인 <칠보수산>

 

 

 

“지금까지 영업장에 대한 철거가 이루어진 적은 없어요. 이번에 처음 시도하려는 거죠. 300여 가까이 되는 업장 중 3개 업장을 철거하는 것이 큰 규모는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철거는 수협이 구시장 상인들에게 보이는 가장 큰 협박이에요. 3개 동이 전부 연합회 간부들 가게거든요. 이런 식으로 위협하면 상인들은 무서울 수밖에 없어요. 철거가 예정된 3개 업장 중 하나인 칠보수산 윤헌주 씨의 이야기다. 윤 씨는 현재 연합회 위원장이다.

 

 

 

2016년 9월 27일 서울시민 5,000명의 청원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시민공청회가 열렸으나, 당시 수협 측은 불참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구시장 상인들과의 대화 창구는 열고 있지 않은 상황. 노량진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인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처장과 차은택이 당시 현대화 사업 TF팀 소속으로 관여한 것이 확인되면서 이 싸움도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듯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상인들 모두가 한평생을 이곳에서 장사해왔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자신 있습니다. 싸울 겁니다. 끝까지.  15년을 장사해온 한 상인의 이 한 마디는 새 국면을 접하면서 얻게 되는 기대감과 더불어, 영종상회 상인과 윤 위원장에게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떳떳함이 묻어있었다.

 

 

 

28일 새벽 6시로 예정되었던 인도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이후 30일 6시 반에 재집행을 예고하고 용역들이 찾아왔으나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과 시민들을 보고 그냥 돌아갔다. 서울시가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철거현장 인권 지킴이단’ 활동 때문에 수협이 무리하게 인도 집행을 진행한 것 같다고 연합회 측은 보고 있다. 연합회는 현재 인도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1심에서 패소한 구시장 부지에 대한 명도 소송에 대해 항소를 계획하고 있다.

 

 

 

 

 

 

 

글. 쌔미(sam8662i@gmail.com)
사진. 쌔미(sam8662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