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여성혐오 발언을 제보하고 가세요!

 

 

신촌역에서 신촌 젊음의 거리로 연결되는 문을 열고 나오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광장 한편에 늘어선 부스와 펭귄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3월 30일, 신촌 거리 광장에서 열린 <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은 12개 대학, 25개 단체가 모여 진행하는 ‘펭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펭귄 프로젝트 기획단장 이명아씨 인터뷰펭귄 프로젝트는 ‘용기’와 ‘연대’를 상징하는 펭귄을 모티브로 삼아 대학 내 반성폭력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 1월 텀블벅을 통한 후원으로 시작된 펭귄 프로젝트는 2월 말 예비 대학생 캠프를 개최했다. 이후 3월부터는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여성주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은 이에 참여하는 펭귄들의 연대감을 형성하고, 더 많은 펭귄을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천적과 추위에 맞서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을 의미하는 ‘퍼스트 펭귄’ 뱃지.

 

 

목요일 오후 6시,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그들은 페미니즘을 외치고 있었다. 광장을 지나는 많은 사람이 목소리에 반응했다. ‘이거 뭐하는 거야?’ ‘페미니즘 운동 인가 봐’ 와 같은 대화가 들려왔다. 광장에서는 펭귄 프로젝트, 언니미티드, 전국디바협회, 성균관대 여성주의 모임 닻별, 불꽃페미액션단, 비건펭귄, 소녀문학, 인권네트워크 ‘사람들’ 단체의 부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각 행사 부스에서는 ‘No BRA No Problem’, ‘겨털 해방’ 등 페미니즘 관련 문구를 새긴 굿즈를 팔았다. 가장 먼저 ‘언니미티드’의 노브라 운동이 눈에 띄었다.

 

 

 

여성의 몸 해방을 지지하는 단체 <언니미티드>의 부스

 

 

 

언니미티드는 접이식 텐트를 세워 축제에 참여한 여성들이 텐트에서 브래지어를 벗을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왜 우리만 차야 하죠? 우리도 답답해요!” 라며 지나가던 사람들과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비건 모임인 ‘비건 펭귄’은 우유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자 OX 퀴즈를 진행하고 있었다. ‘새끼 젖소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어미 젖소와 떨어져서 사육된다.’는 질문에 기자가 O라고 답하자, 새끼 젖소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닻별은 여성혐오 발언을 제보하는 사람들에게 고구마 칩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성균관대 <닻별>이 진행한 고구마 사연 응모. ‘넌 화장좀 하고 다녀라!’, ‘공대 다녀? 아름이네!’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지나가던 사람이 신기하다며 연인의 손을 부스로 잡아끌었다. 희끗희끗한 머리가 보이는 중년 남성이 ‘사람들’ 부스에서 세월호 리본을 받아 갔다. 더러는 행사 스태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스태프들은 뮤지컬 <헤드윅>의 OST가 흘러나오자 광장 한복판에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도 다시 자신의 부스로 돌아가 스티커와 엽서를 팔았다. 광장은 축제처럼 신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이 연대하여 살아남는 펭귄이었다.

 

 

 

오늘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A씨는 자신의 대학 역시 교내 성폭력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사건들은 혼자 맞서기가 힘든데, 오늘 행사를 통해 연대한다는 감정을 느꼈고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스태프 증을 목에 건 B씨 “단순한 불편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것이 사회 모두의 불편함이라는 것은 사회가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자신은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응당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7학번이 새겨진 ‘과잠’을 입은 C씨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부터 본행사가 진행되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은 백여 명이 넘었다. 마이크를 잡은 스태프 한수민 씨는 “분노와 억울함이 나의 것이 아니라 다수의 여성의 것임을 인지하자 큰 힘이 되었다.” 며 연대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했다. 함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우리가 대학을 바꾼다!”. 선언문을 낭독하는 행사 참여자들

 

 

 

행사는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SLEEQ)’이 등장하자 절정을 찍었다. 슬릭은 신곡을 부르기에 앞서 누군가가 자신의 노래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넓은 광장은 원래 참여자 이외에도, 슬릭을 보기 위해 멈춰선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너의 용기야” 라고 반복되는 가사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또 한 번 연대하게 했다.

 

 

 

<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은 이대까지 행진하는 ‘달빛 허들링’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페미니즘 깃발을 흔들며 대학가 중심을 활보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희망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대학 문화를 만드는 그 날까지 펭귄들은 연대해서 살아남을 것이고, 끊임없이 바다로 뛰어들 것이다. 그 모든 과정에 서로가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행사였다.

 

 

글. 망고 (quddk97@gmail.com)

대표이미지 ⓒ 펭귄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