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업하다 : 일을 의미하는 업()이라는 한자가 두 번 반복되는 이 한자어는 오늘날의 일자리 문제들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매우 위태롭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용률 70%’를 구호로 걸고 호응을 얻어 당선되었다. 그리고 탄핵 시점에서 고용률은 (고용노동부 통계 기준 2017년 2월) 65%에 그쳤고, 장시간 노동, 임금 격차 등의 문제들은 심해졌다. 일자리 공약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대로 검증되어야만 한다. ‘장미대선’의 후보들은 어떤 일자리 정책들을 내놓았을까? 그리고 2017년 현재 일자리들의 사정은 어떠할까? 대선주자들의 희망찬 일자리 상과 현실 일자리 사이에 온도 차가 있지는 않을까?

 

 

ⓒ중앙일보

 

후보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난 2월 16일 문재인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이므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위해 국가 차원의 보육 지원과 여성 노동자 성차별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요지다. 내놓은 공약은 다음과 같다. 엄마, 아빠인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도입, ▲육아휴직제도 활성화를 통해 보육을 지원한다. 여성 노동자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블라인드 채용제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비정규직 중 여성 비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여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여성 일자리 정책에 관련한 공약을 중요하게 내놓은 후보는 문재인뿐만이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육아휴직 3년으로 늘리는 동시에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한 ▲칼퇴근법, ▲돌발노동금지법, ▲근로시간 공시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막고, ▲공공 여성관리자 할당제로 여성 고용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돌봄 할당제를 통해 육아휴직 초기 3개월의 소득대체율을 100%로 높이는 공약과 고용차별 해소를 위한 ▲성평등공시제도 공약을 내놓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유급 출산휴가 확대와 ▲육아휴직 기간 연장 공약을 내놓았으며 ▲육아휴직 남녀 할당제를 통해 육아에서의 여성의 부담을 덜겠다고 약속했다.

 

후보님 여기 좀 봐주세요

 

 

#1. 취준생 A의 이야기

 

 

취준생 A는 요즘 여자라는 이유로 고용을 안 해주는 회사가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입사 면접 때, 이성 교제 중이라고 하거나 결혼 계획이 있다고 하면 100% 불합격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의무화, 소득대체율 인상 이후에 회사에서 여성을 고용하지 말라는 압박을 주면서, 할당제 같은 규제도 피해가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쓴다고 한다. 아이 키우는 건 부부 중 여자만 하는 사회에서, 여자를 고용하는 게 그만큼 기업이 비용을 감수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맘껏 쓸 수 있으면 뭐하나, 취직이 안 되는데 싶은 것이 A의 심정이다.

 

2016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약 500개 기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용 시 남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5.5%로 ‘여성’(24.5%)보다 3배 정도 많았다. 이유는 남성이 여성보다 야근, 출장 부담이 적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미생> 화면갈무리

 

 

#2. 워킹맘 B의 이야기

 

지난 1월 세 아이를 키우던 공무원 ‘워킹맘’이 과로사했다. 근무하던 직장의 계단에서 쓰러져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육아휴직 복귀 후 일주일 동안 그녀는 무려 7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맞벌이로 겨우 살아가는 마당에 육아휴직을 했으니 생계비가 아슬아슬했다. 복직하자마자 그동안 벌지 못한 생계비를 충당해야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으로 옮겼더니 양육비는 더 많이 들었다. 승진 시기는 이미 놓친 그녀였다. [참고기사]

 

 

육아휴직이 아무리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로 사용하는 건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사 측은 언제나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들에게 벌을 줄 수 있다. 육아휴직이 끝난 후 복귀하면 부서 배치가 달라져 있거나, 비정규직이었던 경우 곧바로 계약해지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3. 마트 노동자 C의 이야기

 

 

C는 재취업한 50대 주부 노동자로 마트에서 판매, 진열 직원으로 일한다. C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부터 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되었다며, 40시간이 아니라 25시간을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월급이 11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줄었다. C의 남편은 은퇴했고, 아들은 대학 4학년이다. 한 달 60만 원으로는 생활할 수가 없으므로 그녀는 요즘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보고 있다. [참고기사]

 

 

 

시간제 일자리는 유연근무제 일자리 중 약 60%에 해당하는 고용방식이다. 낮은 기본급에 근로 복지도 미비하다. 박근혜 전 정부가 유연근무제로 새로운 일자리 92만여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후 크게 확대되었으며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후보님 한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대선주자가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에 따른 급여를 높이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기업이 여성 고용을 기피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설사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직장으로 돌아온 후는 책임지지 못한다. 육아휴직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만 있다면 좋은 정책이다. 육아휴직의 제도적 강화는 중요하지만, 남성 중심적 직장문화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의 생리는 육아휴직과 같은 복지만으로는 바꾸기 어렵다.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유연근로제는 이미 만연한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할 확률이 높다. 시간제 형식의 유연근로제 일자리들은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일 등 근로 복지 수혜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사실상 대부분이 기본급만 받고 일한다는 것인데 애초에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본급 자체가 적은 편에 속하는 데다가 초과노동을 해도 초과수당을 받지 못한다. 여성들을 위해 유연근로제를 늘리겠다는 것은 저임금에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일자리로 늘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여성정책이 이러한 일자리 정책들과 더불어 공공보육 정책과 함께 제시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의식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공약들이 ‘어떤’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더욱 명백하다. 대선주자들은 낙태죄 폐지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어야 할 것이다. 

 

 

본 기사 내용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누가 만들까?> 토론회에 참관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제공: 연세대 여성주의 학회 앨리스)

 

 

 

(※ 본 기사 내용은 3월 29일, 대학 내 여성주의 학회들의 주최로 진행된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누가 만들까?> 토론회에 참관한 후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다정(tsb02319@gmail.com)

대표이미지 출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