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청춘은 젊은 시절 한 번쯤 누릴 수 있는 이상이자 특권이라고 생각된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놀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그런 시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도한 경쟁과 취업난 등으로 얼룩졌고, 청년들의 삶은 팍팍해진 듯 보였다. 청춘 페스티벌은 그런 이유로 기획되었다고 마이크임팩트 한동헌 대표는 말한다. 아시아 경제 등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청춘 페스티벌은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지나며 꿈과 용기를 잃어가는 한국의 청춘들과 함께 청춘을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페스티벌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다만, 기대를 하고 찾아본 청춘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이상했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멘토들에게서 여성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청춘을 즐기고 싶은 ‘여성’, 어디로 가야 하나요?

 

 

2017년 청춘 페스티벌의 멘토들은 청년들에게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유명인들로 구성된다. 이번에는 총 30팀의 멘토가 참여했는데 그중 여성이 포함된 팀은 3팀뿐이었다. 청춘 페스티벌에 꾸준히 참가 중인 안영미와 새롭게 얼굴을 보인 황석정, 볼빨간 사춘기팀이다. 유명인 중에서도 ‘유리천장’을 뚫고 온 이 여성들에게도 젠더의 잣대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들의 소개란엔 ‘섹드립러’, ‘늦바람녀’, ‘소녀들’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청춘 페스티벌

 

 

멘토의 성비 문제는 비단 이번 해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6, 2015, 2014년도 등 과거 청춘 페스티벌 라인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30팀 중 여성이 포함된 팀은 많아야 5팀 내외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성 멘토들은 다음 해 청춘 페스티벌에서는 볼 수 없는 얼굴이 되곤 했다.

 

 

 

ⓒ청춘 페스티벌

 

 

 

남성 멘토들은 몇 년째 지속해서 초대되는 인물들이 많으며 굳이 젠더의 이름이 씌워지지 않는다. 억울하게도, 어마어마한 유리천장을 뚫어야만 멘토로 초대될 수 있는 여성 유명인들보다 남성 멘토는 방송에서 활동하지 않는 멘토,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은 멘토도 찾아볼 수 있었다. 남성으로 구성된 멘토들은 청춘 페스티벌의 기획 의도와 맞게 나름 ‘다양한’ 멘토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예계에서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홍석천, 청년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BJ 벤쯔, 래퍼 도끼, 마이크임팩트 CEO 한동헌,  페북스타 정선호 등.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알 법한 볼빨간 사춘기, 안영미, 황석정으로만 구성된 여성팀에 비해서는 인지도와 상관없이 그 구성과 선정취지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멘토단의 성비가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이유엔 멘토로 삼을만한 여성이 정말 없기 때문일까? ‘청춘’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해 줄 수 있는 여성, 재미있는 여성은 없는 걸까? 다양한 청춘들의 삶에 다양한 희망의 지표를 보여준다고 말하는 청춘 페스티벌에서조차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져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여성과 유리천장

 

 

멘토로 삼을만한 여성들이 없을 리 없다. 사회 각층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여성에게 존재하는 유리천장은 개인의 능력으로 뚫고 나오기엔 너무 두꺼울 뿐이다. 남성보다 ‘감성적’이고 ‘약하’고 ‘집당 생활을 잘 못 한다’고 치부되는 여성에게 높은 자리로의 도약은 남성보다 어렵다. 청춘 페스티벌에서 멘토로 주로 삼는 ‘방송인’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힘 있는 방송인들은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TV 채널을 여러 개 틀어 놓아도 유명한 프로그램엔 남성 방송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BJ, 유튜버, 작가, 페북 스타, 가수 등의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혹은 떠오른) 직업은 대체로 성비 불균형이 크게 나지 않는다. 젊은 세대에서의 유리천장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청춘을 대표하겠다는 축제에서 남성 멘토 위주로만 캐스팅한 것은 무너져가는 유리천장을 오히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청춘의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여성들에게 멘토로 여길 수 있는 사람은 남성밖에 없음을, 남성 중심적인 세상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만들어온 ‘유리천장’을 젊은 여성들에게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청춘에게 다양성을!

 

 

청춘 페스티벌만의 문제는 아니다. 20대를 겨냥한 다른 콘텐츠들도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구성된 경우가 대다수다. 20대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조언을 해준다고 하는 <말하는 대로>라는 TV 프로그램에서도 ‘멘토’의 역할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청춘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의 고민과 걱정을 나눈다고 얘기하는 <김제동의 톡투유>에서도 출연진은 대부분 성공한(호모소셜에 속해있는)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청춘과 청년의 범주에는 남성만이 포함되지 않는다. 남성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분명 모두 ‘청춘’을 즐길 자격이 있다. 정말로 즐거운 청춘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면, 청춘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자. 청춘을 남성만의 범주를 뛰어넘어 다양한 시각으로 재구성하자. 누구라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청춘 페스티벌을 만들자.

 

 

글. 엑스(kkingkkanga@gmail.com)

대표이미지. ⓒ청춘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