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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꿈꾸는 세상에 성 소수자는 없다

홍준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그럼요.”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성소수자들의 외침에 대한 답변이었던 ‘나중에’를 이어 또 다른 답변이 나왔다. JTBC 주최로 열린 25일 4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냐고 묻자 문재인 후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말했다(처음에는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이후 질문은 명백히 ‘동성애’라고만 표현되었다. 동시에 군대 내라고 해도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토론을 지켜보던 이들이 경악했다. 홍준표는 반대하냐고 재차 물었고 문재인은 다시 답했다.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열린 2부 토론에서 문재인은 말을 정정했다.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는 기만적이다. 차별은 다르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성애자들에게는 허가된 결혼이 동성애자에게는 허가되지 않는다면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다르게 대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차별이다.

 

 

그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 대선이 열흘 남짓 남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TV 토론의 촉박한 시간을 쪼개어 그렇게 말했을 때, 이 말은 문재인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다음 정권의 입장을 대변한다. 어떤 정치인도 아시안을 좋아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 이어진 심상정 후보의 말처럼 동성애는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받는 성 소수자들

 

 

 

청소년 성 소수자 활동가 육우당의 사진과 유품 ⓒ뉴스앤조이

 

 

 

토론이 이루어진 25일은 청소년 성 소수자 활동가 육우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4년째 되던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수사를 받고 구속된 군인의 전역예정일이었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몇 분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어떤 존재를 싫다고 말할 때 자신의 영향력과 위치성을 모를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은 사람이 개인적 생각이라며 혐오 발언을 내뱉는 동안, 어떤 이들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기고 세상을 떠났다.

 

 

 

2012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물론 여기서도 구체적이지 않은 서술뿐이었고 당의 종교특별위원회가 곧바로 기독교계의 입장에 공감한다며 동성혼 법제화를 막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지만 최소한 문재인 후보 본인의 입으로 ‘동성애를 반대한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인권변호사 출신임을 강조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약속하던 문재인은 5년 동안 진보하기는커녕 후퇴했다.

 

 

성 소수자 쯤은 버려도 괜찮으신 거죠?

 

 

 

문재인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

 

 

 

성 소수자 문제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의제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극렬 기독교인들의 반응이 두려워 동성혼 법제화까지는 약속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하다못해 그동안 보여 온 전략적 모호함을 취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서는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고,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라며 말을 돌렸다. 일자리 정책의 재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정책부장과 얘기하라고 회피했다. 그는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한 쪽의 지지를 잃지 않는 ‘전략’을 취했다. 왜 하필 이 문제에서만은 명확하게 입장을 피력했는가? 그가 성 소수자 문제에서만큼은 확실한 입장을 밝힌 것은, 성 소수자의 인권을 ‘버려도’ 떨어져 나갈 표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문재인이 명백하게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했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극단적 기독교인이나 ‘샤이’포비아들이 이 발언을 듣고 그를 더욱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점은 현재 한국의 현실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더 끔찍하다. 문재인은 인권변호사라는 점을 매번 강조해왔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 인양에 수천억이 들어도 자본과 효율성의 논리가 아니라 가족을 찾고 생명을 존중하는 당위를 말했었다. 그가 내세우던 당위는, 당연한 생명권은 왜 성 소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몰지각한 편견과 X스러운 사회가 한 사람을, 아니,

 

수많은 성적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반 성격적 반인류적인지…”

 

 

 

 

14년 전 어제 생을 마감한 고 육우당이 남긴 유서의 한 부분이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생존권이다. 성소수자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에게서, 장애 인권과 여성의 낙태권과 망루에 올라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기대할 수 없다. 문재인이 일으키겠다는 ‘파란’에, 문재인이 꿈꾸는 세상에 성 소수자는 없다.

 

 

 

글. 유디트 (ekitales@gmail.com)

특성이미지 출처 ⓒ포커스뉴스

3 Comments
  1. 기레기

    2017년 4월 27일 10:39

    과장이너무심하시다. 그렇게 이슈만들고 싶었져요??

  2. doyh

    2017년 4월 28일 02:12

    기자님의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과 마음에 아주 공감합니다.
    문재인의 동성애 “반대”에 가까운 의지는 그리고 그 표현 방법은 전략을 떠나 그가 평소에 동성애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더욱 강경하게 “반대”에 가깝게 말한 것에는 전략적으로 접근한 부분도 보입니다. 그렇게 말해야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면 동성애를 “반대” 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3. 제니

    2017년 4월 28일 22:54

    기사 너무 잘읽었어요. 문 후보 사과와 해명에도 차별이 가득하더군요. 차별은 금지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제도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 너무나 모순적이에요. 이 일로 지지율 확 떨어지시고 후회하고 반성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분이 대통령 되면, 또 어떤 소수자가 전략적으로 배제당할지, 벌써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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