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포기한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몇몇은 이들을 “부모님 등골 빼먹는 양아치 마인드”라고 비난한다. “약해빠진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도 있다. 실제로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에서 ‘취업 포기’라는 말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고함20》은 취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개인에게 있는지 사회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취업을 포기하고 영상 제작 분야에서 계약직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익명의 인터뷰이를 만났다. 아래는 대면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 GettyImagesBank멀티비츠

 

 

 

– 맨 처음부터 프리랜서 개념의 직장을 생각하셨나요?

 

 

→ 아니요. 맨 처음 생각한 것은 피디 직군이었어요, 그런데 피디의 삶이 너무 힘들고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업 취직도 준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 주변에 취직한 사람들중에 행복한 사람이 없더라구요. 모두 “죽고 싶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기업에서 즐겁게 노동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면서 프리랜서를 생각했어요.

 

 

– 처음 프리랜서 길로 들어섰던 상황을 알려주시겠어요?

 

 

→ 학교생활을 하다가 구청이 운영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제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계약직으로 전환해줬어요. 근데 조직생활이 힘들다는 말만 들었지 그렇게 힘든 줄 몰랐거든요. 관장님께 깍듯이 하는 이런 문화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문화 때문에 10월까지였던 계약을 4월에 종료시켰어요. 그 4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생각은 굳건해졌죠. 아 나는 사무실 나가면 안 되겠구나.

 

 

 

헬-기업 ⓒ KBS

 

 

 

– 프리랜서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 물론 프리랜서는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겠지만 회사를 다니는 것 보다 자유로울 것 같았어요. 제가 계약직으로 일을 했을 때 사람들 눈치 보면서 상사가 퇴근 안 하면 나도 퇴근을 할 수 없는 그런 경우들이 되게 많아요. 취직을 한다면 그런 기업문화가 저를 더 옭아매겠죠. 윗사람 눈치보고, 그런 상명하복적 조직문화가 총체적으로 싫었어요.

 

 

저는 학생 때도 외주를 받아서 일을 많이 했는데, 외주 작업을 하면 취직을 해서 버는 것만큼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능력이 있어서 프리랜서로 성공할 수있다는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업에 취직해서 받는 돈이나 프리랜서로 외주 받아서 버는 돈이나 고만고만할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 외주를 받아 일한다면 취직하는 만큼 벌 수 있겠다고 얘기하셨는데, 기업들이 돈을 많이 안 준다는 건가요?

 

 

 

→ 맞아요. 진짜 알바몬에 들어가도 지금 받는 월급만큼 준다는 아르바이트 되게 많아요. “왜 이렇게 힘든 취업난을 겪고 아르바이트랑 다를 바 없는 돈을 주는 회사에 다녀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돈을 많이 받고 싶으면 대기업을 가면 돼요. 근데 대기업은 진짜 죽어나거든요.

 

 

 

– 대기업은 죽어 나간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 아 저는 대기업이 일한 만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는 거에 비해 한 2배는 더 일하는 거 같아요. 

 

 

–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가도 되풀이된다고 생각하세요?

 

 

 

→ 네. 제 친구가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는 신입이에요. 아직 개발이 덜 된 부서에 속해있는데 혼자 있어요. 왜 혼자냐고 물어보면 이제 막 개발하는 단계기 때문에 안 팔려도 상관없다 이거에요. 걔는 혼자서 밥도 못 먹고 그것만 해요. “죽고 싶다.”가 말버릇이에요. 회사 차원에서는 구색 맞추는 식으로 직원 하나 둔 거예요.

 

 

 

ⓒ MBC 무한도전

 

 

 

– 취업난 얘기를 좀 해볼게요. 취업이 힘든 상황도 취업 포기에 영향을 끼쳤을 거 같아요.

 

 

 

→ 네. 취업난 때문도 있어요. 하지만 취업난도 결국 취업 이후의 삶과 연관돼요. 취업에 성공해도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결정적인 요인이죠. 취업해도 불행할 게 확실한데 굳이 힘든 취업난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취직 관련 설명회를 들으러 갔는데 80%는 재취업자였어요. 주변에 취직했던 사람들 보면 이직을 생각하거나 퇴사하고 대학원 생각하는 사람들 진짜 많아요. 이 사람들도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거죠. 하지만 아무도 그 끝이 어디인지 몰라요. 죽어라고 고생해서 대기업간 친구들도 퇴사를 고민하고 방황해요. 불행에 끝이 없는 거예요. 저는 모두가 함께 이 불행을 끝내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꿈 꿀 때 걱정되는 부분은 없나요?

 

 

 

→ 물론 삶이 불안정한 점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일해본 회사가 5개도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자유롭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생활을 오래 하면 또 모르죠. 실제로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자기들을 슈퍼 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취업을 생각하진 않아요. 꿈이라는 게 있으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성취감도 있고 행복감도 있어야 하는데, 그 끝이 불행할 것이 너무 자명한 거죠.

 

 

 

– 취업 포기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있어요.

 

 

 

→ 저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취업이 굉장히 힘들잖아요.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자신 기준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게 너무 웃기네요. 시대의 변화를 잘 모르는 거라 생각하기도 해요. 요즘 시대는 산업이 발달해서 예전만큼 노동하지 않아도 그와 비슷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생각해서,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가 가능하니까 사람들은 노동을 덜 해도 되잖아요. 근데 같은 노동시간을 사람들에게 배분해요. 일자리는 한정되고 오히려 줄어드는데 노동 시간은 같으니 당연히 취업난이 발생하죠.

 

 

 

 

너무 절대적이다… ⓒ 인크루트 설문조사

 

– 프리랜서의 삶은 행복하신가요?

 

 

 

→ 저는 자신을 멋진 프리랜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오히려 일본 프리타족(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가까운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잘 먹고 잘살려는 것이 아니라, 취업 준비해도 안 될 거 그냥 일이나 하자 아르바이트라도 하자 이런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금의 생활도 불행한 건 똑같아요. 비위 맞추는 것 똑같고, 삶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근데 내가 지금 10만큼 불안하다면 취직하면 70만큼 불안할 거 같아요.

 

 

–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회사 문화가 진짜 좋은 곳을 만난다면 정착하실 생각이 있나요?

 

 

→ 아 물론 당연히 있죠. 정말 좋은 맘에 드는 곳을 만나면 정착할 생각 있어요. 그런데 있을까요?

 

 

 

– 끝으로 하실 말씀은 뭔가요.

 

 

 

→ 많은 청년은 취업이 안 되면 자책해요. 회사에서 사람 취급도 못 받으면 능력이 부족해 이런 회사에 들어온 자기를 탓하죠. 우리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자기는 진짜 많은 거 안 바라고 평범한 월급 받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근데 지금 이 사회는 평범하게 살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고. 걔 지금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대학원 다녀요. 20대 평균 월급이 130만 원이래요. 이거로 평범하게 못살거든요. 저는 이 상황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들 불행한 걸 깨닫고 함께 연대해서 좋은 세상으로 바꿔나갔으면 좋겠어요.

 

 

 

글. 이스국(seugwookl@gmail.com)

인터뷰 이스국(seugwookl@gmail.com), 모킹버드

 

기획 [노동절 기획]

기획. 망고, 모킹버드, 엑스. 이스국, 통감자

 

특성이미지 ⓒ GettyImagesBank멀티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