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업하다 : 일을 의미하는 업(業)이라는 한자가 두 번 반복되는 이 한자어는 오늘날의 일자리 문제들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매우 위태롭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용률 70%’를 구호로 걸고 호응을 얻어 당선되었다. 그리고 탄핵 시점에서 고용률은 (고용노동부 통계 기준 2017년 2월) 65%에 그쳤고, 장시간 노동, 임금 격차 등의 문제들은 심해졌다.

 

 

일자리 공약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검증되어야만 한다. 장미 대선의 후보들은 어떤 일자리 정책들을 내놓았을까? 그리고 2017년 현재 일자리들의 사정은 어떠할까? 대선주자들의 희망찬 일자리 상과 현실 일자리 사이에 온도 차가 있지는 않을까?

 

 

후보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공약 첫 번째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문 후보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OECD 평균(21.3%)에 한참 못 미치는 7.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면서 소방관과 경찰, 보육교사, 복지공무원을 늘려 공공부문 고용비중을 3%p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 10대 공약집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비슷한 공약을 낸 바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의 한 토론회 초청 연설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분야별 10대 과제’ 중 하나로 공공부문 100만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 바 있다. 복지서비스, 보건, 돌봄, 교육, 소방, 경찰, 환경, 문화 등이 주요 분야였다.

 

 

국가재정을 들여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는 목소리들이 많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민간이고 기업이다. 공공의 일자리는 그런 활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문 후보의 일자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매년 21조 원의 돈이 필요한데, 결코 돈이 없어 못 하는 게 아니다.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연간 17조 원이 넘는 기존 일자리 예산을 개혁하고 매년 증가하는 15조 원의 정부예산 일부를 더하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후보님 여기 좀 봐주세요

 

 

#1. 사회복지 공무원 A의 이야기

 

 

A는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 근무에 시달린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는 20건 정도에 불과한데, 신청 건수는 수백여 건에 달하니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A가 맡은 복지 대상자만 6백여 명이다. 그나마 A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노인요양보호센터나 영세한 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아동지도, 회계, 총무, 기획, 심지어는 요양보호사 일까지 한다.

 

 

 

마음의 병도 많다. 수급을 안 주면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받는 날이면, 집에 가서도 불안하다. 종일 도움이 시급한 사람들과 상담하고 빈번하게 욕설까지 들으면서 그걸 풀지 못하고 하루하루 일을 하다 보면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복지사도 사람인데, 나도 복지가 필요한 국민인데. [참고기사]

 

 

ⓒ 미디어숨

 

#2. 초등돌봄교사 B의 이야기

 

 

B는 지난 4월 24일 광주 시내에서 134배를 올리는 운동에 참여했다. 광주지역 기간제 교원 신분인 유치원 방과 후 교사 18명과 위탁에다 단시간 고용 형태로 운영되다 직영 형태로 바꾼 초등돌봄교사 11명에 대한 복직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B는 2014년 초등돌봄교사로 채용되어 만 3년 넘게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근무해왔지만 단 한 번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초등돌봄교사직이 단시간 근로, 위탁 운영으로 해마다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학교 비정규직 집단해고 상황은 항상 B를 위협하고 있었다. 올해부터 ‘학교장 직접고용’으로 바꿨지만, 고용승계 대신 100% 공개채용이다. 지난 4월 19일 광주시교육청 인사위원회는 공채 공고를 발표했고, 현재 각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초등돌봄교사 134명은 공채 시험 합격자로 전원 대체된다. [참고기사]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3. 우편집배원 C의 이야기

 

 

지난 4월 25일 21년 차 집배원 C가 과로사했다. 11일부터 19대 대통령선거 우편물 특별소동 기간으로 비상근무 중이던 C는 매일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 평균 11시간을 일했고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하루 평균 물류양인 982통보다 300여 통 많은 1,291통의 우편물을 배달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임신한 아내를 둔 집배원이 폭우가 쏟아지는 날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낸 일도 있었다. 이렇게 지난 한 해 동안 순직한 집배원은 6명이다.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 ~ 2016년 4월 기준 우체국 집배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55.9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일반 노동자 평균보다 12시간이나 더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정부기업을 구현’하겠다는 우정사업본부는 지금의 집배원 수가 적정 수준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참고기사]

 

 

후보님 한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왜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을까? 안정적인 일자리로 공무원·공기업 일자리를 선호하는 세태에 맞춰 청년들을 위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공공부문의 일자리들이 ‘질 좋은 일자리’라고 볼 수 있을까?

 

 

문재인 선거캠프 측은 “흔히들 생각하는 ‘공무원’만을 말하는 게 절대 아니다. OECD 기준으로는 그 임금의 일부라도 공적인 자금으로 지원이 되는 일자리를 ‘공공부문 일자리’라고 하는 것. 예시를 들자면, 교비 지원이 이루어지는 사립학교 교원이나, 유비 지원이 이루어지는 유치원 선생님도 공공부문 일자리로 포괄이 되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광의의 정의를 설명했다. 국민의 안전과 치안,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공무직이나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분명 의의가 있다. 해당 직종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일부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공약이 그들의 노동 처우 개선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민간수탁 일자리들을 노동 처우 개선 없이 공공부문의 시간제 일자리들로 전환했을 때, 낮은 기본급 문제와 맞물려 이들의 임금은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낮아지게 되어 생계에 위협을 줄 확률이 높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기 이전에, 공공부문에서의 외주화, 민영화 등으로 빚어지는 문제들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부터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들의 문제 해결을 약속한 후에야 공공부문에서의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닐까.

 

 신촌역에 붙은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의 포스터

 

 

글. 다정(tsb023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