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통령 후보의 딸 유담이 5월 4일 홍대 일대 선거 유세 중 성추행을 당했다. 한 남성이 유담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얼굴을 가까이하고 혓바닥을 내밀었다. 어깨를 움츠린 그녀는 그 와중에도 애써 미소 지으려 노력했다. 성추행 현장이 담긴 사진은 기사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다음날 새벽에 범인은 검거되었다. 유담은 사건 이틀 뒤인 5월 6일부터 유세에 다시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이 사건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사건 이전부터 유담은 이미 공공연하게 잠재적 연애 상대로 회자되고, 외모 품평을 당해왔다. 포털사이트에 ‘유담’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유담 쌍꺼풀’, ‘유담 몸매’가 따라 나오는 것이 일례이다. 그녀는 지금껏 선거 운동원이 아닌 ‘예쁜 여자’로 소비되어 왔다. 유세 기간 내내 유담의 외모에 대한 기사와 그에 달린 댓글은 수도 없이 많았다. 언론이 공인한 외모 품평과 여성 대상화는 성추행범은 물론이고 이 잘못된 문화를 성찰 없이 소비해 온 사람들 모두의 생각 기반에 있다. 성추행범의 범행은 이 만연한 대상화에 더해 그 소비 대상에 대한 ‘직접적 액션’까지 발현된 것이다.

 

 

ⓒ 네이버
유담 연관검색어로 바로 뜨는 ‘유담 쌍커풀’, ‘유담 몸매’

 

 

유담의 발언 내용이 아닌 얼굴에 집중하며 지금껏 그녀를 국민 여친으로 대해 온 이들은 이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본질에서 빗나간 분노를 터뜨린다. “장인어른, 제가 지키고 싶습니다.”, “내 미래의 와이프를 감히 건드려?” 등의 댓글은 관련 기사마다 달려있고, 심지어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도 ‘우리 국민딸’이라는 워딩을 사용해 분노를 표현했다. 유담이 예뻐서, 유명인이어서, ‘국민 여친’ 혹은 ‘국민 딸’이어서 이 사건이 특히나 화가 난다는 것은 그녀를 하나의 인격체 이전에 ‘공공의 연인’, ‘공공의 딸’, ‘공공의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분노의 초점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자체여야 한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우리 국민 딸’?

 

 

‘국민장인’의 타이틀을 얻고 지지율을 위해 적극적으로 딸의 외모를 선거 유세에 활용한 유승민 후보 역시 책임이 있다. 언론이 선거 운동 구성원의 목적으로 유세에 참여한 유담에게 ‘국민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그녀의 외모를 찬양할 때, 유담의 연애 여부를 질문받을 때, 남초 사이트에서 성희롱 수준의 품평을 당할 때 그는 단호히 화를 내고 잘라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수식어를 즐겼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딸이 남자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아마도 딸인 유담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본인의 인지도에 이로운 가십 정도로 여겼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었던 발언일 것이다. 그날 댓글과 남초 커뮤니티는 ‘희망’을 가진 남성들로 유독 북적였다.

 

 

당사자 유담은 5월 6일 유세 현장에 복귀하면서 유승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다시 동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하면서 본인이 선거 운동에 ‘동원된’ 것이 아닌 스스로 ‘동참한’ 것이라는 주체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유담이 한 명의 선거운동 주체가 아닌 후보 자질과 전혀 무관한 ‘캠프의 미모 담당’에 가깝게 활용되는 것, 그녀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만연해지는 것을 안일하게 묵인, 방치한 유승민과 캠프는 무책임했다.

 

 

유담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가족들도 이번 대선 유세에 동참 중이고, 그들 역시 외모 품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안철수의 딸 안설희는 최근 영상을 통해 아버지를 응원했고, 현장 유세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이 공개된 이후, 그녀의 화장기 없는 모습과 선천적 외모에 대한 부정적 품평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갑질 사건으로 비판받은 안철수의 아내 김미경 역시 불필요한 외모 비하까지 더해져 욕을 먹었다. 유담은 누군가의 눈에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성범죄 피해자가 되어야 했고, 안설희와 김미경은 누군가의 눈에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 범위 밖의 비난을 받으며 꾸밈을 강요당했다. 양쪽 모두 외모 품평과 밀접한 연관된 피해이며, 어느 방향의 외모 품평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이다.

 

 

심상정의 아들 이우균의 외모도 화제가 되었다. 지정 성별을 막론하고 외모지상주의를 기반으로 한 평가가 만연함을 알 수 있고, 이는 명백히 타파해야 할 문화이다. 외모 품평이 인격 모독적 · 성적 조롱, 외모 개선 강요, 성범죄 등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는 심상정 아들보다는 유승민, 안철수의 딸에 관한 이슈에 훨씬 짙게 드러난다. 외모 품평으로 겪게 되는 피해와 위협의 온도가 성별에 따라 다름을 보이는 지점이다.

 

 

대통령 자질과 무관한 후보 자녀의 외모에 초점을 둔 화제를 던지고 수식어를 만든 언론, 자각 없이 한 인간을 품평하고 대상으로 소비하는 뿌리깊은 문화, 유담의 외모에 편중된 이슈화를 묵인하고 나아가 반기는 기색까지 보여온 유승민과 바른정당, 직접 행동으로 옮긴 성범죄자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을 미와 추를 기준으로 품평 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한 인격체로보다 ‘누군가의 무엇’으로 대해 온 것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여성은 신체 부위들의 총합이 아니다. 인격체인 여성에 대한 감상, 품평, 수정, 소비, 손길 모두를 거부한다.

 

 

글. 땡치(see031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