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에 있어서만큼은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진보적이고, ‘이것’은 바른정당에는 아예 없다. 아침에는 발이 네 개, 점심에는 두 개, 저녁에는 세 개인 것은 무엇이냐는 스핑크스의 문제만큼이나 알쏭달쏭한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정당의 윤리강령이다.

 

 

중앙경제의 실무노동용어사전에 따르면 윤리강령은 조직이 사회적인 책임을 인식하고, 조직의 투명성과 윤리적 소명을 위해 구성원들이 준수해야하는 자세와 실천규범을 의미한다. 윤리강령은 각 당의 대선후보를 포함한 모든 당원들의 말과 행동의 기준이 되고,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징계를 내릴 수도 있는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지금처럼 유세 중에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윤리강령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들을 표기하고 있는지는 각 정당이 가지고 있는 차별과 폭력에 대한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 품위유지를 위한 차별금지?

 

 

 

문재인 후보님 성소수자도 안전한 나라를 약속해주세요

ⓒ문재인 공식 블로그

 

 

 

먼저 기호 1번 문재인 후보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은 윤리규범 제 5조 품위유지 항목 안에 차별금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7개의 세부 항목이 있는데 이 중 세 개의 항목이 차별과 혐오발언, 성희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5조 (품위유지)

③당원은 여성ㆍ노인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지역ㆍ세대 등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당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민족적 또는 사회적 기원, 재산 또는 출생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당원은 경위를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성적 혐오감 및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또는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금지하는 차별에는 성적지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지난 대선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윤리규범 안에서는 차별적발언으로 정의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 조항이 아니라 당원의 품위유지를 위한 조항 아래 좁은 범위의 차별금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별금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당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항의 하나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 윤리규칙은 훌륭하지만…

 

 

있으면 뭐해… ⓒ이데일리

 

 

반면에 가장 많은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홍준표 후보의 자유한국당은 놀라울만큼 진보적인 윤리강령을 갖추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윤리규칙에 품위유지 조항 외에 차별 금지 조항과 성희롱 금지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제 20 조 (차별 금지)
당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나이, 종교, 출신지, 국적, 인종, 피부색, 학력, 병력(病歷), 신체조건, 혼인ㆍ임신 또는 출산 여부,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정치적 견해, 실효된 전과,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아니한다.

 

제 21 조 (성희롱 등 금지)
① 당원은 경위를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해서는 아니 된다.
②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지위와 신분을 이용하여 직무와 관련되는 공직자나 이해관계인에게 성적 언행을 요구하거나 그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해당자에게 일체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③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간담회, 토론회 또는 회식모임 등에서 성 비하 발언 또는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한다.

 

 

차별 금지 조항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기재한 항목 외에 혼인, 임신, 출산 여부와 정치적 견해,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성적 지향이 포함된 것은 매우 진보적이다. 이 윤리규칙에 따르면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발언은 징계의 대상이 된다. 또한 성희롱 금지 조항을 독립한 것도 인상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성희롱 관련 항목을 한 줄로 정리한 것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세 가지로 나누어 성희롱 금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훌륭한 윤리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실제로 당원들이 이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홍준표 후보는 ‘동성애를 엄벌하겠다’, ‘내가 그 XX년을 다시 만나면 사람이 아니다’ 등 공식석상에서 성 소수자와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수 차례 물의를 빚었다. 윤리규칙이 있어도 제재나 징계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 – 더불어민주당과 비슷한 수준

 

 

안 후보님 탱크보이 맛있게 드시고 윤리강령도 좀 고쳐주세요…

ⓒJtbc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거의 유사한 윤리규범을 두고 있다. 국민의당 당규 제 16호에는 윤리규범이 있고, 이 윤리규범 안에 3조 품위유지 조항에서 차별과 성희롱과 관련된 언급을 찾을 수 있다.

 

 

제3조(품위 유지)
③당원은 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지역·세대 등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당원은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민족적 또는 사회적 기원, 재산 또는 출생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당원은 경위를 불문하고 상대방에게 성적 혐오감 및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또는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도 역시 성적지향이나 장애 관련한 언급은 없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차별금지 아니고 품위유지 조항에 차별금지 항목이 일부 포함된다는 점에서 당 내에서 차별 금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 후보 또한 동성혼 합법화 이슈에 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바른정당 – 우리만 윤리강령 없어…

 

 

나만 없어 진짜 정당들 다 윤리강령 있고 나만 없어

ⓒ연합뉴스

 

 

 

놀랍게도 바른정당에는 윤리강령이 없다. 정당 홈페이지에서 당 소개를 클릭하면 일반적으로 당헌당규와 윤리규범이 함께 나와 있는데, 바른정당 홈페이지에는 윤리강령 나와 있지 않았다. 이에 바른정당 관계자는 ‘우리 정당이 아직 창당한 지 100일 가량 밖에 되지 않아 윤리규범을 만들지 못했다’며 ‘지금은 대선이 시급하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면 차차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석을 20석이나 갖춘 원내정당이 윤리강령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의아하다. 현재 바른정당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당원들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내부적인 기준이 전혀 없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당을 구성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도하에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5월이 된 지금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 가장 완성도 높고 구체적

 

 

 

소수자 의제는 역시 정의당 ⓒ뉴시스

 

 

 

마지막으로 정의당은 소수장 의제에 가장 적극적인 진보정당인만큼 차별금지와 성폭력 관련 법안이 가장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정의당은 당규 내에 성차별 성폭력 방지에 대한 규정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방지에 대한 규정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제13호 (성차별·성폭력·가정폭력 방지와 처리에 관한 규정)
1. 성차별이라 함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과 성정체성을 이유로 행하여지는 모든 구별, 배제 또는 제한을 말하며, 성중립적이거나 성별과 성정체성에 관계없는 표현으로 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한 성이 다른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로 인하여 특정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는 때에도 이를 성차별로 본다. 또한 물리적이고 언어적인 폭력이나 그 외의 분쟁 상황 안에서도 그것이 성이나 성정체성의 차이를 바탕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성차별로 본다.
2. 성폭력이라 함은 범죄 행위의 구성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의 성적 자율권과 성정체성을 침해하는 모든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 환경적 폭력을 의미한다. 또한 개인의 성정체성을 본인이 원하지 않는 대상에게 폭로(아웃팅)하는 행위나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행위 역시 성폭력으로 보며, 위의 개념과 행위는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의당에서는 성별 뿐 아니라 성정체성도 명시하고 있고, 다른 정당에 비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차별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다. 성폭력 또한 구체적인데, 성 소수자의 아웃팅이나 성소수자 혐오, 동성 간 성폭력도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섯 개의 정당 중 가장 성 소수자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4호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방지와 처리에 관한 규정)
1.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이하 ‘장애인등’이라 한다.)를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구별하여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2. 장애인등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다르게 대하지 않지만 장애가 없는 사람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3. 과도한 부담,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등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4.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행위를 부추기는 문서, 도화, 영상, 공연, 음반, 전기·전자 매체 등을 통한 표현물, 기타 물건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히 전시·상영하는 경우
5.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고의적으로 의사를 왜곡시키는, 또는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경우

 

또한 다섯 개 정당 중 유일하게 장애 의제를 독립적인 규정으로 명시해놓았다. 다른 정당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간단하게 서술한 데 반해 정의당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무로 보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차별이라고 보았다. 여기서의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당원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 도구, 활동보조인을 배치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나와있다. 또한 ‘적극적 조치’는 장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당사자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을 고려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의당이 매우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의미에서 차별의 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 개의 정당 중 당규와 윤리규범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곳은 정의당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윤리규칙 자체는 비교적 진보적이지만 후보의 발언을 볼 때 그 규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윤리규범에 성적 지향을 포함하지 않고 있고, 차별금지 조항이 품위유지의 하위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정당보다 차별에 대한 민감도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바른정당은 정당의 구성요소인 윤리강령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당원들의 행동 기준을 마련하고 당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윤리강령의 제정이 시급하다.

 

 

 

글. 유디트 (ekitales@gmail.com)

특성이미지 출처.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공식포스터

*이 글은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