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은 만 19세에서 29세까지의 서울시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학교에 재학 중이면 안 된다거나 하는 조건도 있고, 소득 수준까지 파악해서 대상으로 선별되지만 기본적으로 청년수당은 청년들이 가진 문제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 그들은 청년수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에게 50만 원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직접 청년들을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한 청년들(재학생, 졸업예정자, 졸업 후 청년)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자신이 청년수당 50만원을 받는다면 무엇에 쓰겠나?

 

 

# 이곳저곳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자격증 공부하기도 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어서 피아노를 배울 수도 있었을 거다. 문화재 보존/발굴 관련 학과다 보니 사진 찍는 능력과 실측할 수 있는 그림 실력이 있으면 좋은 데 그것을 위해 투자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 사실 50만 원이라고 해서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거다. 50만 원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자취하는 이들에게는 금방 나가는 돈이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또 무언가가 더 필요할 것이다. 방세 약 40만 원에 교통비 10만 원이면 금세 50만 원이다. 만약 50만 원을 받는다면 자취방 찬장에 먹을 것들을 쌓아두고 싶다. 늘 식재료가 비어있었는데 채워보고 싶다. 지하철과 버스를 마음껏 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졸업하고 독립을 할 때라 그런지 아무래도 집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다음으로는 교육비가 떠오른다. 자격증을 따거나 무언가를 배우는 데 쓸 생각이 난다. 어차피 20대가 사회로 진출하기 전의 단계라고 보통 생각이 되는데 그만큼 그 돈으로 무언가를 더 배우고 자기 계발할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

 

 

# 보통은 방학 중에 9시-6시로 꽉 채워 일했다. 주 5일로 했는데 주 6일, 주 7일로 일할 때도 있었다. 그것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댔는데, 생활비가 부족하면 학기 중에 주말 알바를 하기도 했다. 느낌상으로는 그냥, 늘 알바를 하고 있었다.

 

 

# 지금은 잠시 일을 쉬고 있는데,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학교 다니면서 1주에 20시간은 일했다. 어떻게든 주말에는 쉬려고 했다. 그러니까 평일 5일에 각각 4시간씩은 일했다. 졸업하고 잠시 일을 시작했을 땐 8시간 이상은 일했다.

 

 

 

 

 

 

# 이것 때문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대학생활 내내 돈만 벌며 지낸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주일에 20시간은 쓴다. 아무리 적어도 14시간.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 우리 학과는 자격증이 많이 필요하다. 학과를 졸업하면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이 많다. 준학예사라는 자격증이 대표적인데 1년에 1번밖에 시험이 없다. 10개월에서 1년을 준비하는 데 합격률도 낮은 편이다. 보통 학기 중에 스터디하는 식으로 하는 데 따기가 쉽지 않다.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 자격증을 준비했을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배웠을 수도 있고, 운전면허를 땄을 수도 있다. 운전면허는 필요한 일이 종종 있는데 아직 못 땄다. 영어 공부를 더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방학 중에 해야 하는데 알바를 마치고 나면 몸이 피곤해서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육체를 쓰는 알바를 했다보니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되어서 아무것도 못 했다.

 

 

# 당연히 좋았을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엄청나게 많은 걸 했을 것 같냐 하면 그것도 의문일 수는 있겠다. 지금도 잠시 쉬면 많은 것을 할 줄 알았는데 쉬고만 있어서… 하지만 만약에 청년수당을 받아서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해보고 싶은 일은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 그만큼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었을 거다. 지금 하는 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인데, 내가 꿈꾸는 미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것 때문에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이유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함이니까. 돈 버는 기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돈 버는 기계가 아닐 수 있다면, 나를 위해 투자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알바를 하느라, 혹은 돈을 버느라 무엇을 포기했었나?

 

 

# 여행을 많이 좋아하는데 포기했다. 친구들 간의 모임이나, 흥미로워 보이거나 배울 수 있는 모임들도 있었는데 그 모임에 가지 못한 적도 많았다. 전공과 관련되어서도, 전시회가 있었는데 가지 못한 적도 많다. 사진/그림/컴퓨터 등 전공 관련해서 필요한 부차적 능력들이 많은데 따로 그것들에 시간 투자하는 것을 포기했다.

 

 

# 예전에 했던 것 중에서 근로 장학 비슷한 것도 있었다. 그때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그 일은 시간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니까 이것저것 다 했다. 보통의 일들은 그 정도 수익을 받을 수가 없다. 그만큼 그때 했던 것들을 포기한다. 휴식도 포기하고, 잠도 포기하고, 사고 싶은 책이나 영화도 못 본다. 야구장에 가도 어떻게든 더 싼 걸 찾아보고, 교통비가 아까워서 어디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운동도 포기한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게 좋지만 그럴 수 없으니 집에서 운동하고 하는 식인 거다. 돈이 부족하면 생활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된다. 돈을 벌더라도 시간이 없으면 마찬가지로 할 수가 없어서 포기한다.

 

 

# 나에게는 포기가 핑계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나는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돈을 많이 주니까. 만약에 일반적으로 하는 일들을 했다면, 알바가 두 세 개는 필요했을 거다. 공과금, 집세, 통신비, 교통비, 식비 등 포함하면 고정적으로만 7, 80 씩은 나갈 수밖에 없다. 일반 알바를 하면 그 돈을 벌면서 학교에 다니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친구 만날 시간, 자기 공부할 시간 다 포기하는 거다. 나도 그런 것들을 일정 부분 내려놓았지만 그래도 나 정도면 덜 포기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청년수당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 인생의 순환점이 아닐까. 한 번 숨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다시 목표로 달려가게 하는 그런 지점.

 

 

# 그물이다. 최소한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안전망이다. 최소한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 우주 안에서 발을 디딜 수 있는 행성이 아닐까. 지금 청년들은 우주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에 속해 있지 않고 붕붕 떠다닌다. 계속 공부하고, 그래서 돈이 필요한데 용돈을 받기도 쉽지 않고, 직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게 불안하게 유영하는 청년이 잠시라도 발을 디디게 할 수 있는 행성이라고 생각한다.

 

 

글.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

인터뷰 진행 및 촬영. 참새, 차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