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강대에서는 서강대 퀴어 자치 연대 “춤추는 Q”의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현수막은 커터 칼로 여러 군데 찢겨 있었고, 연결 끈은 절단됐다. 조사 결과 현수막을 훼손한 범인은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였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가 결코 다양성과 성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한국 대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 소수자 혐오 사건을 계속 비판해왔다. 공식적으로 54개 대학 내 59개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슈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궁금했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심기용 의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편화된 목소리를 공동의 목소리로

 

 

“파편화되어 있던 성 소수자 모임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심기용 의장은 QUV가 만들어진 계기를 이처럼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 내 성 소수자 모임은 파편화돼 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데 그쳤다. 다루는 의제 또한 학내 문제에 국한돼 있었다. 이러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공동의 의제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QUV는 탄생했다.

 

 

계기가 됐던 것은 차별 금지법이었다. “2013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이후로 2014년 연대체 구성 회의를 통해서 구성된 단체입니다.” 2013년은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차별 금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도 차별 금지법을 새로 발의했던 시기였다. 실제로 당시 대학성소수자모임 일동은 5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동시에 입법 예고 기간에 보수 기독교 단체의 조직적인 반대 의견이 등록됐다. 차별 금지법은 결국 폐기됐지만, 그것이 QUV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웰페어 뉴스

 

 

QUV의 뜻에 동참하는 연대 단위는 점차 늘었다. 처음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20개 대학 모임이 연대하던 단체였다. 각 대학에 성 소수자 모임이 생겨나면서 단체는 더욱 커졌다. 지금은 2017년 4월 20일 기준으로 53개 대학 57개 모임의 연대체로 발전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사회가 전제하는 기본값과 다른 사람들은 이성애 중심적이고 성별 이분법적인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 의장은 대학 내에서 당연하다는 듯 전제돼있는 이성애 중심적 분위기가 성 소수자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 사회는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이성애 중심주의가 강하다. 술자리에서는 ‘게이 샷’을 외친다. 이성애 중심적 사회에서 규정된 행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게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강의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교수가 무의식중 성 고정관념과 성별 이분법을 전제하고 성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발언을 내뱉는 것은 일상이다. 

 

 

“성 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하거나, 모임을 알리는 홍보물들이 훼손/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직접 성 소수자를 탄압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독교 학교의 경우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학교 차원에서 성 소수자 모임에는 대관이나 홍보 게시물 부착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심하면 고소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성 소수자 모임 “깡총깡총”을 찾아내서 엄벌/고소 등을 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총신대학교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무관심은 어디서 오는가

 

 

대학 내 존재하는 성 소수자 혐오는 한국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연결돼있다. 이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여러 움직임을 갖는 이유다. QUV는 지난 20일 19대 대선을 맞아 기자 회견을 열었다. 기자 회견 참가자들은 “성 소수자 인권 보장”,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 구성권 보장”,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주장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굉장히 더디다. 동성혼 법제화를 통한 다양한 가족 구성권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했으며, 차별 금지법은 매번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군형법상 추행죄도 ‘계간’이라는 용어를 순화한 정도에 그쳤다.

 

성을 협소하게 생각하거나 무지한 정치인들도 있다. 해당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정치인도 많다.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과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도 있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표를 위한 당리당략적인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 소수자를 지지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표가 적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 의장은 정치인들이 소극적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19대 대선과 문재인 대통령

 

 

이번 대선 과정은 성 소수자 문제가 큰 관심을 끌었다. 기독교에서 주최한 ‘제19대 대통령선거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회에서 주된 이슈는 ’동성애 반대‘였다. 이 발표회에는 주요 대선 후보 중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4개 정당 대선 후보 측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경중의 차이는 있어도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이에 대해 심 의장은 “모두가 과학적으로, 혹은 통계적으로 반박되는 내용입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당시 후보(현 대통령) 측의 입장은 낮은 출산율을 엉뚱하게 동성혼 법제화와 연관 짓는 주장이었다. 심 의장은 이에 대해 “잘못된 출산/육아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표현했다. 안철수 당시 후보 측의 내용 또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차별금지법은 종교의 자유와 전혀 관계가 없다. 심 의장은 “오히려 비합리적인 인권침해 및 차별과 억압을 근거로 종교의 자유를 운운함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심 의장은 “4월 25일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은 당연히 공분을 살 발언이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했다. 심 의장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게이 커뮤니티의 요구안에 답변하면서, 성 소수자는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와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고 이야기하며 이 부분은 분명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노력의 사항들이 명시되진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성 소수자 인권이 정치공학적인 계산 때문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되며,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QUV는 필요하다

 

 

QUV가 출범한 지 공식적으로 3년이 지났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학 내에서는 많은 성 소수자 혐오 사건이 발생했다. 서강대에서는 올해도 또다시 현수막이 무단 철거됐다. 본부의 허가를 받은 현수막이었다. 서울대에서도 작년 성 소수자 동아리의 현수막이 찢겼다. 총신대학교에서는 대강당에서 ‘동성애 에이즈 예방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크리스천 투데이

 

 

 

성 소수자 혐오가 대학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열거한 사례는 겉으로 드러난 사례들이지만 학내 대화, 톡 방, 분위기에서 혐오는 드러나지 않되 보편적이다. 전국 대학 단위에서 발생하는 성 소수자 혐오를 개별 대학 성 소수자 모임이 대응하기란 어렵다. QUV는 개별 모임들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한국 대학은 QUV의 존재 이유를 계속 확인시켜주고 있다.

 

 

 

글. 이스국 (seugwookl@gmail.com)

특성이미지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