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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가 살기 편하다고? – ‘8998’ 출간 좌담회

“남성 청소년, 대학생, 취업준비생·무직, 직장인 모두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대상 혹은 혜택받은 집단으로 ’20∼30대 여성’을 꼽았다.”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접했을 당시엔 그저 ‘ㅂㄷㅂㄷ’했다. 한국 남성들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도대체 어떤 점에서 젊은 여자가 모든 남성 집단 보다 혜택받았다고 여기는 걸까? 

 

한 여성이 ‘여자라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너는 나’라며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부르짖었으나 돌아온 답이 고작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야”였을 때, 하루 걸러 성폭행과 살인 사건을 접할 때, 숨 쉬듯이 여성 혐오와 성차별을 마주할 때. 많은 한국 남성이 여성이 겪는 차별에 무지하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했다.

 

<8998: 헬조선의 여자들> 프로젝트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2017년을 살아가는 한국 20대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어왔고 구성되고 있는지, 20대 필진의 목소리로 말하고자 한다. 겨울에 시작된 프로젝트가 두 계절을 거쳐 마무리되었다. 여름을 앞두고, 필자들이 다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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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왔다. 소감 한마디씩.

 

서인: 실감이 안 난다!(웃음)

선민: 첨삭하느라 지겹도록 읽었던 글들인데, 책으로 읽으니까 기분이 남달랐다(웃음).

민진: 결과물을 보니까 좋은데,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도 참 좋았다.

다정: 내가 살아온 2n년을 곱씹어보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깨달은 시간이었다.

 

 

예를 들자면? 2n년 썰을 풀어보자.

 

민진: 어렸을 때 칼을 좋아하는 거로 엄청 ‘핍박’받았다(웃음). 장난감 가게에서 칼을 고르면 엄마가 애써 바비 인형을 권하면서 “이거 예쁘지?”(웃음). 유치원에서도 다들 뭐라고 했다. 남자애들은 너 왜 그거 가지고 노냐고 놀리고, 여자애들은 왜 우리랑 같이 안 노냐고 하고.

 

선민: 나는 핑크색을 좋아한다. 근데 어릴 때는 파란색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게 좀 더 강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되게 어릴 때였는데도 핑크로 상징되는 여성성이 열등하다는 걸 인지했던 거지. 그래서 일종의 명예 남성처럼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하고 막 털털하게 굴고 그랬다.

 

서인: 우리 아빠는 온화한 가부장이었는데, 나를 너무너무 사랑했다. 예쁜 딸을 데리고 다니고 맨날 안아줬다. 이렇게 보호받으면서 나한테 ‘나를 보호하는 왕자님’에 대한 기대와 보호에 대한 열망이 자리 잡았다. 아직도 그게 조금 남아있는데, ‘보호받는 여성’이 얼마나 안전한지 인지해서 그런 게 아닐까.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각자 원고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다정(아동): 내가 겪었던 일들을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했는데, 그것의 바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만 여아낙태 생존자가 아니었구나 싶고. 난 슬픔이나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감정을 통제하도록 배웠기 때문이다. 근데 연구들을 찾아보니까 나만 그런게 아니라 대다수 여자들이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사회화된다더라. 여성이 화를 낼 때 “삐졌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을 지닌다. 여성은 화를 내는 주체일 수 없는 것 마냥, 늘 여성의 감정은 폄하되는 거다. 그래서 최근에 페미니즘이 부상하며 터져 나오는 여성들의 분노가 반갑다.

 

은솔(청소년): 원고를 쓰려고 옛날에 봤던 로맨스소설이랑 팬픽을 몇 개 다운받아 봤다. 과거의 내가 너무 불쌍해지더라. 이걸 재밌다고 봤다니(웃음). 천편일률적으로 너무 폭력적이다. 남자가 조폭이고 여자는 사채를 쓰다가 강간당하고, 갑자기 둘이 사랑에 빠지는 식의 서사가 너무 많다. 이런 걸 로맨스라고 배운 나와 내 또래 여성들이 폭력적인 연애 서사를 깨고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들겠는가.

 

선민(강간문화): 고함에서 ‘강간문화’에 대한 칼럼을 몇 번 썼는데, 이번에는 특히 성폭력 피해자와 ‘꽃뱀’ 낙인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성폭행 고소 사건이 무혐의 처리가 되면 신고한 사람은 무고로 처벌받는다. 사람들은 성폭행 고소사건이 ‘무고죄’ 사건으로 바뀌면 여자가 꽃뱀 짓 했다고 무작정 욕하는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은솔: 성폭력으로 고소됐다가 남성 측에서 무고죄로 맞고소하면 사람들은 “그래서 결론이 뭔데?” 식으로 접근한다. 빨리 한 명을 타깃 해서 욕을 퍼부으며 심판하려고 하고.

 

선민: 모든 걸 법에만 맡겨두는 건 위험하다. 무혐의가 무조건 무죄를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피해자한테 너무 엄격하게 구는 분위기가 있다. 한 치의 흠도 용인하지 않으니까 정말 순수한 피해자로 자리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신고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

 

민진(담론): 88만원 세대나 삼포세대론 등이 남성 중심적이란 걸 몰랐었다. 청년 담론에 대해 알아갈수록 여성은 배제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2030 여성은 청년과 여성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까 이중으로 부담을 가진다. 취업난으로 청년 취업이 어려운데, 여성 청년은 특히 더 힘든 거다. 이런 ‘여성 청년의 특별히 더 힘듦’을 간과하는 담론들이 대다수다. 그냥 따로 떼어서 ‘여성’ 문제로 취급하면서 이질적인 존재로 만든다. 담론도 그렇고 정책적으로도, 언론 보도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아예 안 말해진 것도 아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청년 담론의 젠더화에 대해서 꽤 오래전부터 얘기를 해왔는데 정말 주변화돼서 우리 시야 밖에 있었던 거다.

 

선민: 고용 동향 같은 거 보고서를 낼 때 고용 취약계층은 따로 빼지 않나.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려고. 근데 거기에 청년이랑 여성이 각각 따로 항목화되어 있다. 그럼 여성 청년들만의 문제는 어떻게 담아낼 수 있겠는가?

 

민진: 개인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접근하는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 청년 내부에도 학력 등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책에서 다뤘던 좋은 일자리 관련 연구에서도, 고졸 여성과 대졸 여성의 고용 양상은 많이 다르다.

 

서인: 여성이란 정체성은 특히 더 동질화하기 힘들다. 담론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자꾸만 빈틈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 중에서도 더 가시화되는 목소리가 있고 더 비가시화되는 목소리가 있으니까.

 

 

 

 

그럼 이번에는, 자신의 파트를 제외하고 책에서 가장 공감됐던 부분을 공유해 보자.

 

선민: 3부에서 <반격과 반동> 파트가 가장 공감됐다.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하지만, 그만큼 안티 페미니즘의 양상도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 중심에 메갈이 있다. 나는 20대로 접어들면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는데, 페미 선언 이후에는 적어도 나의 표현을 억압하는 건 없을 것 같았다. 당시에 있던 ‘꼴페미’ 같은 말은 이제 전혀 나한테 데미지가 없는 거지(웃음). 근데 메갈 이후에는 뭐만 하면 ‘메갈이냐?’, ‘메퇘지 쿵쾅쿵쾅’ 이런 식으로 조롱이 한층 진화했다. 거기서 여성들의 페미니즘 발화가 타격을 받는다거나 소모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은솔: 2부 미디어 파트에서 ‘반성하는 창녀’를 다룬 게 좋았다. 미디어에 나타나고 있는 어떤 현상들을 가져와서 해석의 틀을 제공한 느낌을 받았다. ‘반성하니까 됐네’가 아니라 ‘반성하는 무엇이 돼서 끝나는’ 보편적 서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주변화된 목소리가 대항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꼭 필요한데, 미디어 파트에서 제시한 분석의 틀이 그 언어들을 어느 정도 만들어간 것 같다.

 

다정: 2부의 <청년 담론에서 지워진 여성 청년> 부분도 공감됐다. 학과 전공필수 수업이 있는데, 교수님이 수업 중에 자꾸 ‘청년과 처녀’라는 워딩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는 청년에 포함되지 않고 ‘처녀’로 따로 호명되는 거다. 정말 너무 이상하지 않나?

 

은솔: 처녀라는 말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맥락을 생각해보면 더 불쾌하다.

 

서인: 나는 책 도입부에 <2030 여성이 한국에서 가장 살기 편한 집단이라고?>를 다루면서 여성이 ‘혜택받는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되짚어 보는 게 인상적이었다.

 

선민: 뭐랄까 그 부분이 우리 책의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대x페미니즘에 주목하게 된 것 자체가 젊은 여성이, 그러니까 우리 당사자들은 정말 일상적으로 성차별을 경험하는데, 한쪽에선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제일 살기 편한 것처럼 이미지화 해서지 않나. 심지어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이 소수가 아니다(웃음).

 

서인: 젊은 여성이 받는 ‘혜택’이라고 말해지는 건 결국 섹슈얼리티의 차원이다. 한국 남성들이 20대 여성을 너무 좋아하니까. 드라마 <청춘시대>의 강이나가 자신의 몸 자본을 활용해서 남성들에게 물질적인 것을 얻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걸 혐오하는 윤진명 캐릭터가 나중에 “나한테는 (이나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는 식으로 고백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여성이 어느 정도의 몸 자본을 확보했을 때 얻는 사회적 혜택, 즉 ‘배당금’을 인지하며 살고 있는 거다.

 

선민: 문제는 그게 진짜 혜택이 아니라는 거지.

 

서인: 맞다. 섹슈얼리티는 혜택인 동시에 족쇄다. 여성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보호받는 존재로 ‘선택될 때’ 굴절된 권력을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민: 남자들은 그걸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취집해서 인생 쉽게 산다고(웃음)

 

서인: 진짜 어이가 없다. 외모를 가꾸는 노동을 남성들이 안 해봐서 모르는 건가? 좀 해보면 알 텐데 해보던가(웃음). 섹슈얼리티의 ‘혜택(?)’을 인지한다는 건 동시에 공포의 근원이 된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나 평가가 너무 일상적이니까 늘 ‘온전한 사람’이 아닌 ‘선택받는 여성’이 되어야 하고, 한편으론 어린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지닌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다. 성폭력이 너무 일상적이니까.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권력과 폭력에의 통로다. 그런데 여성의 늙음에 대한 공포나 외모/사랑에 대한 집착은 너무 쉽게 희화화되고, 결국 여성에 대한 낙인만 남는 거다.

 

 

 

 

<8998: 헬조선의 여자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대 여성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에필로그에 응답들이 실렸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꼽자면?

 

선민: “가장 많이 지적당한 나의 특성”에 가슴이 큰 것, 가슴이 작은 것, 목소리가 큰 것, 목소리가 작은 것, 그리고 심지어 잘 웃는 것과 잘 웃지 않는 것이 모두 나왔다. 여성들은 정말 뭘 해도 우린 지적을 안 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 책에는 싣지 않았지만 “내 생애 최악의 성차별주의자”를 묻는 문항이 있었다. ‘아빠’라는 응답이 눈에 띄게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남자애들이 맨날 “너네 그렇게 남혐하면 아빠도 혐오하니?” 이러잖나. 근데 진짜로 아빠가 우리가 마주한 최악의 성차별주의자인 거다.(웃음) 

 

서인: “페미니즘을 접한 후의 변화”에는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는 답이 나온 것도 인상적이다. 여성과 여성의 화해가 페미니즘의 힘 아닌가.

 

은솔: “한국에서 20대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극한 체험’이라고 쓴 분이 인상적이다.

 

선민: 그 질문에 비판적으로 답하신 분들도 꽤 있었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나요?”라는 식으로. 여성으로 사는 것이 ‘또다른’ 의미를 지니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 이해됐다.

 

서인: “어린 시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에 “더 화내도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노력해줘서 고마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답변 정말 너무 슬펐다. 정확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지 않나.

 

 

책을 완성하기까지 정말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선민: 20대 여성의 당사자성을 부각해서 다룬 게 좋았다. 작년에 <82년생 김지영>이 나왔을 때 다들 ‘나는 XX년생 김지영이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때 이어진 2030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는 데 너무 공감되더라.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진부해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XX년생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8998: 헬조선의 여자들>은 1989년~1998년으로 맡은 거고(웃음)

 

다정: 이번에 내가 맡았던 ‘아동기’ 파트를 쓰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엄청 물어보고 다녔다(웃음) ‘너도 어릴 때 그랬어?’라고 물으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공감이 형성됐다. 이게 의의인 것 같다.

 

서인: 많은 서사가 “나는 여성이지!”부터 시작한다. “내가 어떻게 여성이 됐지?”에 대해선 별로 다루지 않지 않나. 이 책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는 하나의 서사만을 썼지만, 이 하나의 이야기가 수십 수백 개의 이야기로 넓혀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책을 보고 ‘아닌데? 나는 다르게 경험했는데?’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은솔: 1부를 쓰면서 생리 파티나 로맨스 소설 등이 청소년기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식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고민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사소하다고 잘 다뤄지지 않는다. 낙태 같은 거는 중요하니까 시위도 하는데, 생리 파티 반대시위 이런 거 없다고!(웃음) 너무 사소해서 얘기 안 해왔던 것을 굳이 굳이 꺼냈다는 거에서 의의를 부여하고 싶다.

 

다정: 아, 근데 20대 여성의 노동 이야기를 못 했다는 게 맘에 걸린다. 어느 일자리에 가든 20대 여성은 아가씨로서의 노동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서비스업에서든 직장 내에서든. 이걸 좀 더 다루고 싶었는데 못 했다.

 

민진: 맞아, 대학생 중심적으로 쓴 한계가 있다.

 

예섭: 그게 의의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10대에서 20대 남성들이 혐오하는, 어떤 가상적 존재인 20대 여성 이미지가 있지 않나. 된장녀·김치녀·보슬아치로 호명되는 건 보통 20대 중산층의 대학생을 상정하고 만들어낸 거니까 어느 정도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은솔: 내가 좋았던 건, 요즘 2030이 접하는 페미니즘 창구에서는 주로 구체적 사건을 가져와서 “이거 빻았다”고 비판하는 식인데. 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 말고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본 느낌? 그러니까 특정한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좀 생각해보는 시간이 나한테는 없었는데 이번에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20대x여성x페미니스트로 사는 삶은 어떤가?

 

서인: 정말 화가 난다. 화나는 일들이 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서 화가 또 나는데, 이 ‘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아서 또 화가 난다.

 

선민: 너무 공감된다.(웃음). <8998> 서론에서 ‘2030 여성이 한국에서 가장 살기 편한 집단이라고?’를 제목으로 정했는데, 솔직히 더 심한 말을 쓰고 싶었다.

 

서인: 내가 일 년에 3~4번은 성추행을 당하고,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여성이 그런 삶을 살고 있는데 이걸 정말 당신들이 모른다고?

 

은솔: 그렇게 차별이 실재하는데도 살기 편하다고 여겨지니까, ‘페미니즘 리부트’의 중심에 20대 여성들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인: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 김지영 씨는 가정에 귀속되면서 아예 목소리를 잃게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20대가 네트워크화되기 조건적으로 더 유리한 면이 있다. 우리가 20대 이야기를 한 것처럼, 더 많은 세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

 

은솔: ‘페미구술사’란 말처럼, 젊은 페미들이 엄마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쓸 사람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낙태도 그렇다. 어머니 세대 역시 낙태를 경험했을 수밖에 없다. 어머니 세대 때는 지금보다 더 당연하게 낙태를 요구하는 사회였으니까.

 

서인: 연대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낙태 집회를 갔다가 종로에서 밥 먹는데, 우리가 피켓을 들고 있으니까 밥집 아주머니가 주변 아주머니 손님들한테 “얘네 이런 거 한다”고 얘기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건 우리가 해야 하는 건데 해줘서 고맙다”고 손잡아주시는데 울컥했다. 20대의 문제라는 게 지금까지 3~40대가 겪어 온 문제였던 것이고, 그 사람들의 삶을 바탕으로 우리가 얘기하게 됐구나, 싶었다.

 

 

빈틈이 너무 많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구조물조차 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아직 우리 사회는 너무 차별적이고, 주변화된 존재들의 목소리가 충분치 않다.

우리는 더 목소리를 내야 하고, 터져 나온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공통으로 묶이는 어떤 배경을 찾아서 연대해야 한다. <8998: 헬조선의 여자들>이 그 이야기의 일부였길 바라고, 앞으로도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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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달래.(sunmin5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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