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을 통해 사람들은 소수자 인권에 주목하고, 가치 있는 프로젝트에 동참합니다. 텀블벅을 통해 우리는 작은 액수로도 큰 감격이나 기쁨으로 가슴이 몹시 뿌듯하여 오는’, 벅차오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함20은 단순한 펀딩의 의미를 넘어선 텀블벅, 그리고 그 중에서도 후원자들을 특히 벅차오르게’ 하는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조명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BUG차오르다]입니다.

 

 

 

 

‘동성애자를 색출해 형사처벌하라’

 

 

올해 초,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성 소수자 군인을 색출하여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육군 수사단은 성 소수자 군인들을 잡아내 성관계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은 강압적이었고,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었다. 그들은 ‘아우팅’을 협박의 수단으로 삼았고, 성희롱 발언과 혐오 발언을 퍼부었다.

 

 

무지개 군인 프로젝트 ⓒ리임

 

해당 사건에 문제의식을 느낀 ‘리임’이라는 아티스트 듀오는 <게이 군인 색출 피해자를 돕는 무지개 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지개 군인 배지와 포스터, 에코백을 만들고 펀딩을 시작했다.

 

 

폭발적인 후원이 이어졌다. 원래 목표 금액(1,000,000원)은 이른 시일 내에 달성했고, 최종적으로 목표 금액을 1,008% 초과하는 10,086,400원이 모여들었다. 후원자는 531명이었다. 지난 19일 프로젝트를 진행한 아티스트 듀오 ‘리임’ 중 한 분인 ‘리’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문답을 진행한 것이다.

 

 

 

Q. 프로젝트에 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하는 ‘리임’의 ‘리’입니다. 이번에 진행했던 ‘무지개 군인 프로젝트’는 4월 동성애자 군인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색출했던 사건의 피해자를 돕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직접 만든 배지와 에코백 그리고 포스터의 수익으로 피해자의 법률 지원을 돕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Q. 무지개 배지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한국에서 성 소수자 이슈를 접하면 항상 무력감을 느낍니다. 국가가 성 소수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자 인권단체는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개인들은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무력감을 느꼈고, 그것이 싫었습니다. 방법을 찾다가 선택한 것이 이번 텀블벅 프로젝트였습니다.

 

 

 

Q.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한 이유는 뭔가요?

 

 

 

프로젝트는 물론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지만, 사건을 알리는 목적도 있습니다. 너무 끔찍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 밖입니다. 이 사건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랫폼 중 가장 대중적인 텀블벅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지개 군인 프로젝트 굿즈 ⓒ 리임

 

 

Q. 텀블벅을 통해서 모인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금액 책정이었습니다. 후원 금액을 비싸게 책정하면 부담스럽고, 싸게 책정하면 많은 기부금이 안 모이니까요. 결국 지금처럼 리워드 금액이 책정됐는데, 이 가격으로도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없었습니다. 제작비 인쇄비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됩니다. 후원금은 피해자 법률문제와 군 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촛불 문화제를 지원합니다. 군 인권센터에 별도로 연락해서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사건에 국한해서 후원금을 이용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Q. 포스터에 담긴 의미가 상징적입니다. 불빛이나 그림자에 어떤 의미가 담긴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지개 군인 프로젝트 포스터 ⓒ리임

 

 

성 소수자들은 평소에 숨어있습니다. 성 소수자임이 드러나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처럼 구속이 되는 극단적 사례부터, 사회적 관계가 끊긴다거나 부모님과 의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밝혀지는 것 자체가 폭력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포스터는 밤에 숨어있던 모델을 손전등으로 밝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손전등을 비추고 있는 사람은 군 권력을 상징합니다. 입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사실 검정 테이프입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범죄를 묵인하도록 압박당하는 성소수자 군인들의 상황을 상징합니다.

 

 

Q. 사회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있습니다. 이번 동성애자 색출 사건도 이러한 인식이 밑바탕으로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 소수자도 이성애자와 같은 인권을 가진 존재입니다. 어떤 것을 듣고, 봤기에 성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분들은 성 소수자를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포비아 단체가 만들어낸 상상의 이미지로서만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YTN 대선 안드로메다

 

 

혐오단체들은 ‘혐오할 권리’를 내세우며 자신들을 변호합니다. 제 생각에 ‘혐오할 권리’가 인정되는 경우는 그 대상이 사물일 때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혐오의 대상이 사람일 경우 한 사람에게 언어적, 사회적 폭력을 가하는 겁니다. 이 점에서 ‘혐오할 권리’는 권리가 아니라 폭력의 합리화일 뿐입니다.

 

 

 

Q. 군대 내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내무반 생활 특성상 상급자에 의한 성추행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러한 의견의 가장 큰 문제는 동성애를 동성 강제섹스와 동일시하는 점입니다.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성적 지향입니다. 따라서 동성을 사랑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추행, 강간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군대 내에서 동성애 군인에 의해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이는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에서 문제를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합니다. 또 군대 내에서 성추행이 일어나는 경우는 동성애 군인에 의한 것도 있지만, 이성애 군인에 의한 것이 많습니다. 신문에서 드러나는 여러 성추행 사건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이성간 성관계를 했다고 처벌하지도 않습니다. 이성애를 반대하지도 않고요.

 

 

 

Q. 군 검사는 군 형법상 추행죄라는 조항을 근거로 1심에서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조항의 문제는 뭘까요?

 

 

 

저는 이 조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 차별이 많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군 형법에는 이미 성추행을 처벌하는 법이 존재합니다. 동성 간 발생한 성범죄도 해당 법을 통해 처벌을 내리면 됩니다. 하지만 군형법 92조 6은 적용 범위를 항문 성교 및 기타 추행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성애자의 경우 합의 아래에 사적 공간에서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성애자들도 같은 상황에서 처벌할 수 있나요? 게다가 군형법상 추행죄를 근거로 했던 이번 수사과정은 동성애를 사랑이 아니라 그냥 섹스, 추행, 폭력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이 차별적이라는 겁니다.

 

 

 

Q. 텀블벅 후원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일단 마음을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작은 행동을 했지만 이제 지금 어떠한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희가 더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닷페이스

 

 

 

이 인터뷰는 ‘A 대위’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 진행됐던 인터뷰였다. 본문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24일 어떤 판결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당시 ‘리’ 씨는 “저는 희망을 걸어봅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글. 이스국 (seugwookl@gmail.com)

 

기획 [BUG차오르다]

기획. 모킹버드, 엑스, 망고, 이스국, 서아람

특성이미지 ⓒ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