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사진을 주면 합성해드립니다.”

 

ⓒ 트위터 갈무리

며칠 전, 페이스북의 한 대학교 대나무숲에 제보가 올라오면서 ‘지인 능욕’이 논란이 됐다. 한 남성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초등학교 동창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음담패설과 함께 합성 계정에 보냈고, 프로필 사진이 알몸 사진에 합성돼 블로그 등에 퍼졌다는 것. 피해 여성은 충격과 배신감을 토로했고, 많은 여성들도 댓글로 분노와 불안을 표했다.

 

‘지인 능욕’은 지인의 사진과 정보를 제보하고 이를 음란물에 합성하거나 성적 모욕을 가하는 말을 덧붙이는 행위를 말한다. SNS에 ‘지인 능욕’ ‘지인 합성’ 등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계정에서 이런 모욕이나 사진 합성이 횡행하고 있다. 

 

이는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합성 사진이 개인 메세지나 오픈 채팅 등을 통해 폐쇄적으로 공유될 경우에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합성 계정은 주로 해외에 서버를 둔 트위터, 텀블러 등의 SNS를 통해 익명으로 활동 때문에 가해자를 찾아내거나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지인 합성’ 가해자는 트위터 본사가 해외에 있어 수사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 트위터 갈무리

 

위협적인 방식으로 진화하는 사이버 성폭력

 

 

‘지인 능욕’은 명백한 사이버 성폭력이다.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유포하는 몰카 범죄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와 유사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위협적이다. ‘지인 능욕’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은 일종의 양식을 갖추고 사진을 제보 받는데, 이 양식에는 사진 속 인물의 이름, 나이, 직장, SNS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 

 

피해자의 정보는 ‘OO고등학교 18살 OOO’과 같이 명명돼 사진과 함께 퍼진다. 합성 사진이나 모욕적인 글을 공유하는 이들은 피해 여성의 SNS를 찾아 관음하거나 휴대전화 번호로 음란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학교와 주소 등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거나 강간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의 성폭력이 현실에서의 실제적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폭력을 쾌락으로 소비하는 강간 문화

 

주소를 알고 있다며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 트위터 갈무리

 

이러한 ‘지인 능욕’은 폭력을 쾌락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지인 능욕’ 계정의 콘텐츠를 찾아보거나 지인의 사진을 제보하는 이들은 욕설과 비하, 강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성적 쾌락을 느낀다. 억압과 폭력이 곧 ‘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들은 비대칭적인 성별 간 권력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여성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법을 ‘학습’한다. 

 

‘지인 능욕’ 계정의 등장은 일상 속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강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강간 문화가 팽배함을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지인을 ‘능욕’의 대상으로 보는 관계가 건강할 리 없다. 이러한 사이버 성폭력을 접하는 여성들은 자신도 언제든 이런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과, 남성 지인이 자신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 아니다 

 

ⓒ 네이버 카페 파우더룸 갈무리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은 움츠러들고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기 쉽다. 실제로도 ‘지인 능욕’ 계정이 문제가 되자 인터넷에서는 ‘무서우니 프로필 사진을 내리자’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들이 조심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앞으로 조심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러한 사이버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폭력을 폭력으로 바로 보는 태도다. ‘지인 능욕’ 등의 폭력적인 콘텐츠를 단순히 음란물로 생각하고 소비하거나, 심각하지 않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성폭력임을 인지하고 제재해야 한다. 또한 이런 것에 동참하는 것이 강간 문화의 일종임을 자각하고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성이미지. 트위터 갈무리

글. 유디트(ekitales@gmail.com)

*이 글은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