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제가 이렇게 여러분께 말을 거는 이유는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입니다. 먼저, 여러분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청년’인 여러분은,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어떤 경로를 이용하시나요?

 

몇 년 주기로 돌아오는 투표만으로 내가 겪는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기엔 애매하고, 청년문제에 (대개) 관심 없는 것 같은 정치인들이 청년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고 믿기에는 꺼림칙합니다.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복지부에 의해 직권정지 됐던, 올해부터 다시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을누가, 어디서, 왜 만들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빙빙 돌려 말하기는 이제 그만할게요. 7월 28일에 ‘청년의회’가 열렸습니다. ‘청년의회’는 청년이 자신의 문제를 ‘청년의원’이란 자격으로 풀어나가는 자리입니다. 문제 당사자인 청년이 ‘의회’라는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목소리를 냅니다. 서울시장과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시행하고 있는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전합니다. ‘청년수당’도 이곳에서 청년들이 제안하고 만들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아니라요. 그런데, 대다수 언론은 ‘그런 게 있었다’ 정도로만 언급하더라구요.

 

2017 서울시 청년의회

 

그냥 그런 게 있었다라고 하고 말기에는 의미 있는, 수많은 문제제기와 해결방법이 올해 7월 28일 청년의회에서도 나왔습니다. 그냥 흘려 보내기에는 아쉬웠구요. 다른 언론에서는 정리를 안 해서 저희가 합니다. 지금부터 청년의회에서, 청년이 직접 제기한 9가지 문제와 그에 대한 9가지 해결책을 하나하나, 후려치지 않고, 정성껏 소개하겠습니다.

 

총 9개의 분과가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원, 그리고 여러 행정관 앞에서 발제했습니다. 9개 분과의 발제를 모두보셔도 좋고, 관심 있는 분과를 Ctrl+F로 찾아서 보셔도좋습니다. 청년수당분과, 교통분과, 장애인분과, 마음건강분과, 일자리분과, 부채분과, 주거분과, 시민교육분과, 갭이어분과 9개 분과를 소개합니다. 소개하는 순서는 의회에 발제한 순서와 같습니다.

 

1. 청년 수당,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올해 있었던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청년수당의 전국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죠. 서울시민이 아닌 저도 청년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기뻐했던 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전국화적으로 시행되는 청년수당은 저희가 알고 있는 청년수당과 조금 다른 형태로 시행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구직훈련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취업성공패키지Ⅱ(이하 취성패) 3단계에 구직훈련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청년수당을 전국화 한다고 합니다. 조건없이 지원 하겠다던 ‘청년수당’이 취업을 조건으로 하는 ‘취성패’에 합쳐지는 겁니다. 청년수당이 취성패에 흡수되는 양상입니다. 문제는 취성패와 청년수당은 그 취지가 전혀 다른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전국 단위 정책이 있음에도 청년들이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을 만들었던 건 취성패가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1. IT 계열에 치중된 교육프로그램

2. 취성패 참여 중에는 제한되는 아르바이트(경제활동)

3. 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원하는 공채에 맞춘 자율적인 일정구성이 불가능함

4.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을 중요시하는 고용노동부의 기준 때문에 하향취업을 강요당하는 청년

 

이런 문제들 때문에 재작년 청년의회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청년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취지입니다.

 

 

청년에게 특정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고 삶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청년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평가받았던 정책이, 다시 퇴보하는 것입니다. 청년의회에서 청년수당분과는 이런 사태를 가만히 두고 볼 것이냐고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책의 출발지인 서울시에서 정책 본래의 취지를 지킬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청년수당 분과의 위와 같은 요청에, 국무회의에서 청년수당 분과가 건넨 요청서를 읽고 논의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청년수당이 어떤 형태로 전국화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교통 분과, 헌법 보다 바꾸기 어려운 교통정책?

 

대중교통에 조조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6시 30분까지 있다고 합니다. 저도 교통 분과의 발표를 듣기 전까지는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1.4%만 조조할인의 혜택을 받고 있다니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교통 분과는 청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동 수단인 대중교통의 조조할인 시간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의제를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느라 조조 할인이 어느 정도 연장되어야 하는 지까지는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 교통 혼잡 시간의 분산 2. 자가용 운전자를 대중교통으로 흡수 3. 조조할인 수혜자의 확대등을 근거로 조조할인 시간의 연장을 주장했습니다.

 

ⓒ청년의회 교통 분과

 

이 밖에도 버스정책시민위원회에 청년분과를 신설해줄 것도 요구했습니다. 대중교통은 시민 안전과 직결됩니다. 그런만큼, 2016년 이후로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은 버스정책시민위원회를 다시 활성화해 정책에 시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야 합니다. 주요 이용층 중 하나인 청년도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 분과 발제의 압권은 교통기획국장의 답변이었습니다. 현재 버스와 지하철의 적자는 2300억, 3700억 원으로 조조 할인 30분을 연장하면 약 500억의 적자가 추가될 것이란 논리였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돈이 듭니다만, 돈이 든다고 해서 정책을 안 만들지는 않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거부한 채 ‘헌법 바꾸기보다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였을까요? 개헌 논의가 한창 활발 했었는데, 조조 할인 시간이 먼저 바뀔지 헌법이 먼저 바뀔지 지켜볼 일입니다.

 

3. 장애인 분과, 장애인이 안전하면 모두가 안전하다

 

장애인이 재난에 취약하다는 말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진실’일까요? 장애인이 재난에 취약한 이유는 어쩌면 안전시스템이 비장애인에게 초점 맞춰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장애인 분과는 재난 훈련 때 많은 장애인이 소외된다고 지적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재난 교육을 서울시장과 서울시 재난대응 과장에게 요구했습니다.

 

장애인분과가 직접 조사한 결과, 장애인 복지시설 밖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재난 훈련을 받기도, 재난 매뉴얼을 접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재난훈련도 재난 매뉴얼도 모두 장애인 기관을 중심으로만 배포됐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복지시설에 근무하고있는 사회복지사는 절대 다수의 장애인이 시설 밖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매뉴얼과 훈련을 접하기 어렵다고 말을 보탰습니다.

 

그나마 있는 매뉴얼도 이제는 자취를 감춘 전화번호부 두께에, 8p쯤이나될까 싶은 깨알 글씨로 쓰여 있는 전공 서적에 가까운 책이었습니다. 비장애인을 위한 대비 요령은 애니메이션으로, 웹툰으로, 영상으로 뿌려지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비되는 실상이었습니다.

 

 

장애인 분과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장애인에게도 재난 대피 훈련을 제공하고 접하기 쉬운 형태로 매뉴얼을 배포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재난 대응 과장은 서울 두 곳에 장애인도 재난 대피 훈련을 체험할 수 있는 교장이 있으며, 누구나 와서 언제든지 체험할 수 있다는 말로 요구를 교묘히 회피했습니다. 과장님께선 비장애인에게도 낯선 곳으로 꾸역꾸역 찾아간 뒤 스스로 알아서 훈련받으라고 말씀하시나요?

 

4. 마음건강 분과, 마음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몸도 마음도 튼튼’ 이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마음건강 분과는 ‘시발비용’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청년이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식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소비하면서 나아지는 기분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겁니다. 장기간의 취업난으로 고시오패스, 취시오패스라는 말도 생긴 지 오래입니다. 20대 사망원인의 50% 이상이 자살인 점도 참담합니다.

 

마음건강 분과는 성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정신건강서비스센터가 현재 서울시에 2개밖에 없으며,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 2~3주를 기다려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기관은 상담비가 평균 8만 원입니다. 취준생/초년생 청년에게는 부담되는 비용이라 많은 청년이 상담을받지 못하고 마음병을 내버려 두는 실정입니다.

 

ⓒ청년의회 마음건강 분과

 

마음건강분과는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를 확장하고, 인프라를 확장하는 동안에 청년들에게 바우처를 제공하여 민간기관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서울시장에게 제안했습니다. 서울시청년조례 ‘보건’ 부분에 정신건강도 포함되어있는 만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시장은 마음건강분과의 제안에 적극 동의하면서 인프라 확장을 약속했습니다. 서울청년마음건강팀(가칭)을 신설하면 마음건강분과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서울시 곳곳에 있는 무중력 지대에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현재 있는 공간을 활용하여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안처럼 보입니다. 청년들의 마음건강 문제를 총괄할 기구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인프라 확장에 동의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5. 일자리 분과, 키오스크에 미련을 버리시길

 

청년 일자리 정책은 청년 정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청년 문제를 떠올릴 때 실업 문제부터 떠올립니다. 이미 일자리 관련 정책이 많이 있으므로, 일자리 분과는 기존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보완하는데, 활동을 집중했습니다.

 

서울시가 취업 청년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일자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비싼 음료를 사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어서 이용자가 꽤 많은 편입니다. 일자리 카페에서는 공간뿐만 아니라 취업 상담 서비스도 누릴 수 있는데요. 문제는 취업 상담 서비스의 형태가 좀 괴랄하다는 점입니다.

 

키오스크 ⓒ청년의회 일자리 분과

 

자소서 첨삭을 받고 싶은 청년은 자기 덩치만 한 키오스크를 이용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나의 성장 과정’을 노출하기 싫은 건 저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당연히 청년들의 이용횟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상담사가 주중 하루 정도 상주하지만, 취업 상담사임을 알리는 표시가 없어 찾을 수 없습니다. 얼핏 수많은 취업준비생 중에 한 명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일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일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한 정책인 뉴딜일자리 사업도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뉴딜일자리 사업은 청년이 23개월 동안 특정 업체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서울시가 회사 대신에 청년에게 임금을 제공하는 형식의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 208개의 사업장 중 70%의 사업장에서는 관련 스펙이나 고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전수 조사로 밝혀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분과는 정책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와 일자리 정책 사업조정권 권한이 부여된 이해당사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서울시장과 일자리 노동 정책관은 모바일로도 취업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앱을 개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서울시 일자리 정책에 대한 특별 점검시행을 약속했습니다. 일자리 노동 정책관은 일자리 분과의 제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단위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일자리 정책에 지역색을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9월 중으로 서울시가 간담회를 연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분들은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6. 부채 분과, 언제까지 부채춤을 추게 할 거야~

 

“언제까지 ‘부채’춤을 추게 할 거야~” 청년의회 일정이 슬슬 힘에 부칠 때쯤 부채 분과가 등장했습니다. 자신이 ‘부채’춤을 추게 될지 몰랐던 청년은 늘어나는 청년부채를 멈추기 위해 청년의회에 섰습니다.

 

생활고, 학비,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청년은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렵고,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업체가 청년이 가진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금리와 금액으로 청년에게 돈을 빌려 준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대학생햇살론’ 이나, ‘대학생론’ 같은 상품 권유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청년의회 부채 분과

 

‘서울시 불법 대부업 피해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사후대책입니다. 가장 최선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부채분과는 ‘대학생론’ 같은 불법 대출상품을 규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더하여 중·고등학교 금융 생활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금 열심히 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돈을 어떻게 빌리고, 어떻게 써야 하는 지에 대한 교육은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대학 학자금 대출받을 때 동영상 교육을 시청했던 것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금융 교육입니다.

 

끝으로 부채 분과는 빚으로 빚을 갚도록 유도하는 정책인 ‘한강론’, ‘위기탈출론’을 비판하면서 저소득 고부채 청년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부채 위기 청년 긴급생활 지원(가칭)’을 제안했습니다. 청년이 갚을 돈을 서울시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아닙니다. 소득 대부분을 빚을 갚기 위해 사용하는 청년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부채 분과의 제안에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난색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에는 청년 정책을 담당하는 팀이 없으므로 청년 부채의 다양한 양상을 파악하고 법적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입니다. 이런 이유로 혁신기획관은 최근 청년 정책을 담당할 ‘청년정책팀’, 민-관을 이을 수 있는 중간조직 등을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 실업을 1호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아직 ‘청년정책팀’이 없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7. 주거 분과, 게임으로 만나는 서울시에서 집 구하기

 

게임이 쉬우면 재미가 없습니다. ‘서울에서 집 구하기’를 게임으로 만들면 최고로 재밌는 게임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거정책의 도움을 받아도 난이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주거 분과는 서울시에서 주거정책의 도움을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청년’씨는 집을 구하기 위해 ‘SH행복주택’에 스테이지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가입되는 직장을 갖지 않았다면? 취업한지 5년이 지났다면? 졸업한 지 2년이지나서도 취준생, 대학원생이라면? 건강보험이 안 되는 알바생이거나 시간강사라면? 자발적으로 퇴직했다면? ‘SH행복주택’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위의 5개의 조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김청년’씨는 2000 : 1 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다시 ‘서울시 자치구 맞춤형 청년주택’ 스테이지에 도착한 ‘김청년’씨. 정책 이름에 ‘청년’이 들어가서 조금 쉬웠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하지만!? 드론이 없어서? 창업하지 않아서? 취업하지 않아서 패배! 입주에 실패하고 맙니다.

 

 

공공주택에서 살 팔자는 아니라고 생각한 ‘김청년’씨는 ‘보증금 지원 정책’에 신청합니다. 두 번의 실패를 맞본 김청년씨는 지원자격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신청하려면 계약서가 필요해서 지원 한도 2000/70에 맞춰 계약금 200만 원을 내고 계약까지 마친 뒤 계약서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또 탈락. 기간 내에 보증금을 내지 못해서 계약이 해지되고 맙니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김청년’씨가 해지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금 200만 원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빈털터리가 된 ‘김청년’씨는 주거 때문에 죽어 나갑니다.

 

주거 분과의 위와 같은 문제 제기에 주택건축 국장은 ‘2030 역세권청년 주택’이 지어지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하지만, 2030 역세권 청년 주택 중 20%만이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되어 낮은 부담의 주거공간은 여전히 부족할 전망입니다. 게다가 역세권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청년은 주거비 바우처를 신청하거나 보증금 지원을 받아서 입주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주택건축국장님 말씀은 결국 지금과 다를 게 없을 거라는 말인가요? 주거 분과의 제안으로 ‘청년주거권 TF팀’을 만든다고 하니, 그곳에서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라야 할 것 같습니다.

 

8. 시민교육 분과, 나의 숨은 권리 찾기

 

교육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는 있습니다. 시민교육 분과의 발제자는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금융 지식이 없어서 제2금융권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그야말로 ‘웃픈’ 이야기지요. 자기 등록금에 여섯 배나 되는 금액을 높은 이자에 빌렸던 그는, 그 이후로도 노동계약서를 쓰지 못한 이야기, 임대차 계약하는 법을 몰라 헤맸던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의 권리에 대해서 각자도생의 방법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응당 누려야 하는 권리를 ‘네가 몰랐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요? 권리를 잊은 채 수많은 의무에 짓눌려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민교육 분과는 권리를 몰라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더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수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청년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금융복지상담센터, 주거복지센터에서 상담을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없습니다. 상담 대부분이 긴급한 상황에 부닥쳐있는 사람이 대상이기 때문에 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마저도 상담시간이 9시~18시이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거나,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은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청년의회 마음건강 분과

 

필요한 건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편한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상담 센터입니다. 시민교육 분과는 ‘청년밀집지역 및 생활권 기반의 청년 생활 상담 교육 프로젝트와 해당 프로젝트를 맡을 인력으로 청년 고민 나누미(가칭)을 제안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 다’ 류의 상담에 질린 나머지 내 이야기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담사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정책들이 시민들에게 가닿기 위해 상담 교육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는 키트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배치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9. 갭이어 분과, 좀 쉴 때 되지 않았냐

 

대학을 다니는 분들은 방학이 끝나가고, 일하고 계신 분들은 휴가가 끝나 갑니다. 휴가가 없으신 분들은 쉬고 싶다고 생각하시겠죠. 아직 진로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은 고민만 하다가 굶어 죽을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 자리나 채용 공고를 기웃기웃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등 떠밀려 일하면서 이게 내 일인가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미처 언급하지 못한 분들까지 포함해서,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할 시간과 쉴 시간이 필요합니다.

 

 

획일적인 교육은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런 교육으로는 모두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욕구는 그 사람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대다수 사람이 획일적 교육과 생애 과정에 쫓겨 욕구를 확인할 시간 없이 살고 있습니다.

 

워킹홀리데이나 배낭여행 등으로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모든 부담은 개인이 떠안습니다. 갭이어 분과는 사회가 일정 기간 동안 청년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삶을 기획하는 시간을 보장/지원해주는 ‘갭이어’를 제안했습니다. 청년이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사회에서 보장 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청년의회 갭이어 분과

 

너희들 시간을 왜 사회에서 보장해주냐?”라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갭이어는 교육의 새로운 형식이지, 방종의 다른 이름이 아닙니다. 획일적 교육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사회가 나서서 새로운 형식의 교육을 실험해야 합니다. 갭이어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청년 갭이어에서 머무르지 않고 경력 단절 여성 / 은퇴 중장년 / 노령자 등 전 주기에서 갭이어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거라고 갭이어 분과는 말합니다.

 

갭이어가 청년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직접 지원의 방식일지, 프로그램을 미리 구성한 뒤 청년을 모집하는 간접지원 방식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조만간 갭이어 분과에서 ‘서울 갭이어 시민포럼’을 열어 방식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 참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 참새(gooook@naver.com)

 

참고자료 

서울시 청년의회 발표 스크립트(https://seoulyg.net/news/page.php?no=175)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