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고, 부안여고, 내서여고 … 언급하지 못한 학교들, 그리고 아직 공론화되지조차 못한 학교들까지, ‘교실 내 여성혐오’는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여성’이라는 젠더권력 속 약자성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약자성을 이중으로 경험합니다. 고함20은 반복되는 학교 안의 젠더폭력 문제를 정리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여성’ ‘학생’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이야기입니다.

 

경남 창원의 한 여고에서 남교사가 교실에 몰카를 설치한 것이 밝혀졌다. 여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72명의 여학생이 두 남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두 달여 전에는 트위터에서 ‘#우신고_학생들을_도와주세요’ 해시태그와 함께 남교사의 성희롱 발언들이 고발되었다. 잇따라 부안여고 남교사의 성희롱, 성추행 및 여성혐오적 발언들을 공론화시키기 위한 계정이 만들어졌다.

 

공론화 계정들이 만들어졌다 ⓒ트위터 갈무리

 

어떻게 학교에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느냐고?

 

화제가 된 사건 중 몇 개만 나열했는데 이 정도다. 언급하지 않은 사건들도 더 있으며, 아직 언급할 수 없는, 공론화되지조차 않은 사건들은 더 많을 것이다. 성폭력 사건은 애초에 고발 자체가 쉽지 않다. 피해자들의 자기검열, 2차 가해에 대한 우려 등은 여성혐오 사건 전반에서 공론화의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교실 내 여성혐오’에서도 사건을 고발한 피해 여학생들은 ‘고발하기까지의 어려움’ 컸음을 호소했다. 다만 교실 내 여성혐오 문제에서는 한 가지를 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피해를 고발하는 학생들에게는 ‘청소년이라는 약자성’이 더해지고, 이것은 피해의 호소를 억압하는 기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학생의 약자성은 ‘교실 내 여성혐오’ 문제에서 여성혐오와 더불어 또 다른 핵심이다. 교실 내 여성혐오 피해자들은 ‘여성’이라는 젠더권력 속 약자성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약자성을 이중으로 경험한다. 그들은 여성혐오를 당하면서, 동시에 악명 높은 ‘대한민국 중고교’에서도 버텨야 한다.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 스펙 등을 생각해야 하고 생활기록부를 위해 선생님에게도 잘 보여야 한다.

 

‘교실 내 여성혐오’를 공론화시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트위터 갈무리

 

시스템의 억압 속에서 사건 공론화 이후의 과정은 여학생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교사의 잘못을 고발하면 밉보일 거라는 두려움과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이 ‘졸업 후 다음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직접적인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교실 내 여성혐오가 트위터 계정, 페이스북 대나무숲 등 익명성이 특징인 매체를 통해 고발돼 왔다는 것이 그들의 공포를 반증한다.

 

구조의 폭력 속 여학생

 

이러한 이중적 약자성을 통해서 사건들의 답답한 양상은 나타났다. 많은 경우 사건은 공론화되기도 전에 흩어졌다. 공론화가 되더라도 ‘학교 명예를 떨어뜨렸다’, ‘교사/남학생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등의 말들은 2차 피해가 되어 돌아왔다. 이때 여학생들의 이중적 약자성은 복잡하고 조밀한 3단계 구조의 폭력 속에서 더 공고해졌다. 1)중고등학교라는 공간이 젠더권력이라는 구조적 권력 관계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2)거기에 청소년-학생이라는 약자성이 더해진다. 3)더불어 사안에 대한 견제나 자정의 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1)과 2)가 맞닿아 3)이 양산되었고, 3)이 다시 1)과 2)를 재생산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실 내 여성혐오가 ‘악순환’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한공주’

 

심지어 학교라는 사회는 다분히 폐쇄적이다. 외부와 차단된 학교라는 공간은 성폭력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 가해가 일어났을 때 은폐가 용이한 환경, 공론화가 어려워지는 조건, 2차 가해가 용이한 환경을 양산해왔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접하기는 힘들다는 것, 학생과 교사의 수직적 관계는 여전히 공고하다는 것, 문제를 고발할 플랫폼(학생사회, 대나무숲,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교실 내 여성혐오 문제를 더욱 은폐한다.

 

[교실 내 여성혐오], 조용히 있지 않겠습니다

 

한국 중고등학교의 기형적 구조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길었다고 생각하는가? 이 모든 얘기는, 결국 한 가지를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여성혐오와 청소년 억압이 혼재한 이 구조 속에서 ‘공론화되지 못했더라도’ 언제나 여학생은 약자성이 가중된 혐오의 피해자였다는 것이다.

 

시작이다

 

이것이 우리의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의 시작이다. 교실 내 여성혐오는 다른 사건들만큼 공론화가 되지 않더라도, 매번 갑자기 터지고 쉽게 관심이 식는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시의성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주목해야 할 문제이다. 고함20의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은 여성혐오 사건이 불거진 중고등학교들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되는 ‘여학생’들이 겪는 피해의 양상과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구조적 폭력을 집어내고 분석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젠더권력과 청소년의 약자성의 교차를 지적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복잡하며 그래서 더 피곤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여성이라면, 이것은 ‘여성’ ‘학생’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이야기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성이라면, 청소년 시기 당신의 옆, 혹은 당신들의 이야기 속 흔히 존재했을 ‘여학생들’의 나지막한 아우성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이라고, 입을 다물어야 했던 많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이 기획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글. 모킹버드(sinjenny97@naver.com)

기획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 모킹버드, 망고, 인디피그, 이스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