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카메라를 휴지에 싸서 숨겨놓기도 해서 여기도 다 꼼꼼하게 봐야해.”

 


지난 11일, 해가 뜨거운 한낮. 여성안심보안관 조끼를 입은 두 명의 여성이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화장실을 찾았다. 한 명은 능숙하게 화장실 앞에 ‘점검중’ 안내판을 펴놓고, 또 다른 이는 무전기 모양의 기계를 켜 휴지통과 경첩 부분의 나사를 비춘다. 한 칸 한 칸 빠짐없이 화장실을 훑고 나면 벽에 ‘몰래카메라를 찍으면 처벌될 수 있다’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다. 이것으로 몰카 탐지 작업이 마무리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중·민간 개방 화장실(지하철역, 공원, 백화점 등 화장실)에서 몰카 수색 작업을 벌인다. 50명의 보안관이 서울 25개 구에서 2인 1조로 활동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화장실을 돌아다니고,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화장실만 살피는 건 아니다. 수영장, 체육시설 등도 수색 대상이다. 요청이 있을 때는 학교나 사무실에 가기도 한다. 최근엔 몰래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민들이 먼저 탐지를 요청하기도 한다. 얼마 전엔 법조타운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의 요청으로 사무실 화장실의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몰래카메라가 걱정돼 친구들과 직접 탐지기를 살까 고민했다는 시민은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고마워했다고 한다.

 

“화장실은 아래쪽, 탈의실은 천장 쪽” 그 이유가…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화장실 전등과 비데의 전원을 끄고, 전자파를 탐지하는 안테나가 달린 기계로 화장실 곳곳을 탐색한다. 전자파가 높게 나타날 경우에는 기계 창에 떠 있는 초록색 바가 빨간색으로 바뀐다. 그러면 렌즈를 감지하는 기계를 꺼내 의심 가는 곳에 레이저를 비춰본다. 카메라 렌즈가 감지될 경우에는 삑삑 소리와 함께 진동이 온다.

“화장실은 아래쪽을, 탈의실은 천장을 주로 살펴봐요.”

무엇이 다른지 묻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화장실은 성기를 찍기 위해 하체 쪽으로 카메라를 두고, 목욕탕이나 탈의실은 옷을 갈아입는 전신 모습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위에다 달아놓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보안전문가에게서 새로운 몰래카메라 유형이나 단속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몰래카메라에 있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전문가다.

 

“몰카 같은 거 없다”며 거부하는 경우도… 온도차 느껴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묻고, ‘좋은 일 하신다’며 감사를 전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가끔 민간 건물의 관리인들이 ‘우리는 그런 거 없다’며 거부하거나, ‘남자 화장실도 수색해달라’며 농담을 던질 때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온도차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도 이 일을 안 했으면 몰래카메라를 무서워하면서 살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무서워하면 안 되잖아요. 잘 찾아서 다른 여성분들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게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죠.”

다행히도 아직까지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를 발견한 적은 없다. 이들은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앞으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도록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안관들이 화장실을 확인한 후에 누군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면 이를 적발하기 힘들다.

송파구청 여성보육과의 이종언 주무관은 “시민들이 반가워하시며 자주 와달라고 부탁하시는데, 두 분이 송파구 전체를 담당하시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여성안심보안관 사업이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여성안심보안관의 업무는 여성을 위한 일임과 동시에 여성에 의한 일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경력단절여성과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여성안심보안관을 선발했다. 송파구를 담당하는 한 보안관은 경력이 단절되어 일자리를 찾던 중 우연히 시청에서 공고를 보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남편과 아이들이 ‘엄마, 이왕에 하는 거 확실하게 해’라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경력단절 걱정없이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여성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뿌듯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일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 사진. 유디트 (ekital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