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고, 부안여고, 내서여고 … 언급하지 못한 학교들, 그리고 아직 공론화되지조차 못한 학교들까지, ‘교실 내 여성혐오’는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여성’이라는 젠더권력 속 약자성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약자성을 이중으로 경험합니다. 고함20은 반복되는 학교 안의 젠더폭력 문제를 정리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여성’ ‘학생’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고, 은폐되어온 교실 내 여성혐오가 올해 들어 앞다투어 고발되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도 이러한 고발의 흐름 속에 있었다. 지난 6월, 페이스북에는 ‘나는 이우에서 3년간 혐오당했다’라는 페이지가 개설되었고, 여학생들이 겪었던 여성혐오에 대한 고발이 이뤄졌다. ‘자기보다 힘 센 여자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라는 편견 어린 농담을 들은 경험부터, ‘김치녀’라는 혐오표현이 사용되던 모습까지, 다양한 혐오의 경험이 페이지에 게시되었다. 

 

ⓒ 페이스북 ‘나는 이우에서 3년동안 혐오당했다’ 페이지

 

고발자는 이우학교의 재학생이었다. 재학생이라는 신분은 고발을 결심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을지, 학교는 고발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지금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학교라는 장소는 고발자들에게 어떤 공간일까? 아래는 “나는 이우에서 3년간 혐오당했다”를 개설한 관리자와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신상 보호를 위해 a, b, c로 호칭함을 알려드립니다)

 

1. 이우학교 내 여성혐오를 고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 첫 번째 만화에 소개된 이상형 월드컵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남자 동기들의 발언을 듣고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이우학교 내 여성혐오를 공론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화’가 여성혐오를 공론화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b : 동기들의 이상형 월드컵 사건 이전에 이미 1학년 후배들이 1학년, 2학년 여자 후배들의 얼굴을 평가하는 사건이 있었고 학교에서 큰 논란이 됐다. 그 때 같이 비판하던 동기들이 이전에는 자기들도 똑같은 행동을 했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2. 이우학교 내 여성혐오 문제를 공론화할 때 어떤 것들이 어려웠나?

 

a : 게시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왜 굳이 이런 식으로 공론화시켜야 했는지 모르겠다.”, “페이지가 불편하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뒤에서 우리 욕을 한다든지 듣기 힘든 이야기를 내뱉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자꾸 음지화되는 것이 안타깝다.

 

3. 부정적인 반응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

 

a : 두 번째 에피소드에 한 후배가 “(해당 에피소드가) 왜 여성혐오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에 많은 사람이 격양된 말투로 댓글을 달았고, 그 친구가 학교를 안 나오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 사건 이후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 이우학교에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존중해야 하는데 공격적인 반응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비난을 받았던 것 같다.

 

b :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비난이 있었다. 페이지가 생긴 이후로 논란이 많이 됐는데, 페이지가 불편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에서는 대나무 숲에 여러 이야기가 올라온다. “너네도 연예인 좋아하면서 왜 그러냐?” “연예인 좋아하는 것도 성적 대상화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더라.

 

4. 위와 같은 비판들에 대해 뭐라고 답하고 싶나?

 

a :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비난 중 가장 어처구니가 없다. 혐오는 다양성이 아니라 그냥 혐오일 뿐이다. 틀린 말이 어디 있느냐? 생각이 다를 뿐이지.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엔 틀린 말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혐오는 그게 무엇이든 명백히 틀린 말이다.

 

ⓒ 시사인 양한모

 

5. 혐오표현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재학생이기에 더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c :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고발 후에도 졸업할 때까지 계속 봐야한다는 게 힘들었다. 고발을 했을 때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고, 학교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런 폐쇄적인 환경이 공론화를 힘들게 한다. 또 이우학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잘못을 한 학생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온정주의가 존재한다. 이번에도 일부는 가해 학생을 징계 내리기 보다는 대화로 풀어서 가해 학생까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고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른 학교의 공동체주의와는 또 다른, 이우학교만의 특징이다.

 

b : 대화로 해결하려는 이우학교의 특징은 분명 장점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도 가해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가 있다는 점이다. 

 

ⓒ 고려대학교 양성평등센터

 

6.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땠나?

 

b : 학교 선생님들은 문제를 안에서 해결하고, 다 같이 안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c : 맨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아까 말했던 2학년 후배가 댓글 달았다가 많은 비판을 받고 학교에 안 나오면서 선생님들이 페이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몇 분은 지지의 뜻을 보내고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혐오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우리에게 학교를 나오지 않는 2학년 후배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선생님들도 있다.

a :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자신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문제에 자신들이 끼어드는 것은 자유로운 공론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우학교는 선생님들의 재량권이 많이 인정되는 곳이다. 수업 시간에 진보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유독 여성혐오적 사건에 대해서만 침묵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7. 문제의 공론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어지는 고민이 있나?

 

c : 친구들이 혐오 표현이 문제임을 인식하게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 같다. 지금은 그냥 혐오 표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b : 친구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혐오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죄의식을 느끼고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선이 무서워서 안 하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여전히 혐오표현을 한다. 이 부분까지 고칠 수 있으면 좋겠다.

 

ⓒ ‘나는 이우에서 3년동안 혐오당했다’

 

8.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a :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줄었다.

b :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여성으로 살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이 문제를 느끼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남성분들이 페미니즘을 접하신다면 이 점을 계속 생각하면서 공부하셨으면 좋겠다.

c :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더 바라는 것은 없고, 그냥 생각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 인터뷰는 8월 2일에 진행됐다. 8월 16일 이우학교 대나무 숲에 졸업생이 자신이 직접 겪은 여성혐오의 순간들과 이를 선생님에게 알렸을 때 돌아왔던 무신경한 발언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날 바로 교감 선생님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그동안 교사들이 여성혐오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에 대해 사과하며, 앞으로 모든 구성원이 성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가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성교육을 학년별로 반드시 이수하게 할 것이라는 점과 성 고충 및 피해전담기구의 설치를 공식화했다. 또한 제도뿐만 아니라 성 평등한 문화가 일상적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 이스국(seugwookl@gmail.com)

인터뷰. 이스국, 통감자

 

기획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 망고, 모킹버드, 이스국, 인디피그

특성이미지 ⓒ ‘나는 이우에서 3년동안 혐오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