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고, 부안여고, 내서여고 … 언급하지 못한 학교들, 그리고 아직 공론화되지조차 못한 학교들까지, ‘교실 내 여성혐오’는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여성’이라는 젠더권력 속 약자성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약자성을 이중으로 경험합니다. 고함20은 반복되는 학교 안의 젠더폭력 문제를 정리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여성’ ‘학생’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이야기입니다.

 

S 씨는 자신이 겪었던 교실 내 여성혐오를 고발하기 위해 직접 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S 씨가 졸업한 중고등학교는 여성혐오 문제가 직접 공론화된 곳은 아니다.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은 S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교실 내의 ‘일상적인’ 여성혐오와 그에 고통받아온 여학생들에 주목하고자 했다.

 

부안여고, 내서여고, 우신고 등 공론화된 학교만이 여성혐오 문제를 겪는 것이 ‘절대’ 아니다.  ⓒ동아일보

 

S 씨는 현재 초중고생을 상대로 하는 교육봉사자다. 학생들이 ‘김치녀’, ‘메갈녀’ 등의 여성혐오적인 발언들을 일삼는 것을 보며 학교 내 여성혐오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S씨는 자신의 인터뷰가 교실 내 여성혐오를 해결하는데 한 줌의 기여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Q.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목격한 교실 내의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공학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남교사는 특정 여학생을 지목해 아끼는 ‘딸래미’라며 그 학생의 어깨와 팔을 주무르고, 높은 수행평가 점수를 줬었다. 생리로 인해 앉아 쉬는 여학생들에게는 ‘왜 그렇게 내숭을 부리고 꾀병을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발언하면 옆에서 이상한 농담이나 조롱을 던져 꼭 망신을 줬다. 쉬는 시간에는 성적 매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나이가 많은 여성 연예인과 섹스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교사가 보충수업을 설명하며 “2만 원에 해준다니까. 진짜 싸잖아”라고 하자, “싸기는 진짜 싸다, 근데 별로 하고 싶진 않다.”라며 낄낄거렸다. 외모 순위를 매기는 것은 당연했고, 심증만 남은 성추행들은 더 많다.

 

Q. 이러한 사건들이 모두 여성혐오적 맥락의 성폭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학생 때는 해당 행동들이 모두 ‘성폭력’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몇몇 행동들은 성폭력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였으나, ‘이것은 성폭력이고, 나는 성폭력 피해자이다.’라는 생각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언어로 옮기지 않았던 것 같다.

 

Q. 폭력임을 인지했을 때, 그에 대한 제지나 저항과 같은 직접적인 행동을 한 경험이 있는가?

 

제지나 저항과 같은 직접적인 행동을 한 경험은 별로 없다. 나는 그들이 나의 발언이나 제지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 속에서 젠더권력 차와 힘의 차이, 그리고 교사의 권위에서 오는 차이를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여성들이 불쾌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고깃덩어리’처럼 여겼고,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즐겼다. 여학생들의 불쾌감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사춘기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라는 사회적 용인하에 불쾌감을 주는 행위였다는 것조차 모르기도 했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높은 성적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pixabay

 

Q. 인터뷰이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 여성 혐오적인 사건이 있는가? 그것이 인터뷰이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내가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지적하면, 남학생들은 비웃으며 높은 성적을 소재로 내게 모욕감을 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높은 성적이라는 ‘능력’이 조롱의 대상이 됐다. 또한 남학생들은 ‘꾸미는’, ‘예쁜’ 여성만을 인정했다. 청소년기에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미거나 예뻐야만 했다. 나는 당시에 안경을 쓰고, 화장을 하지 않는 여성이었다. 그들이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의 발언은 읽힐 겨를도 없이 조롱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내 외관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관심 없던 꾸미기 노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차던 성격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나는 문제를 제기했을 때 내게 쏟아질 남학생들의 시선과 그 언어 속에서 ‘벗겨내어 지고’, ‘희롱당하는’ 것이 두려웠다.

 

Q. 교실 내 여성혐오의 또 다른 양상으로 남학생과 여교사 사이의 교권침해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혐오를 경험하였는가?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자 담임교사에게 성추행에 대해 알린 적 있다. 하지만 교사는 “남자애들이 좀 어리고, 너네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다” 며 해결을 회피했었다. 교사라는 권위를 가졌어도 그녀도 ‘여성’이었다. 남학생과의 젠더 권력을 인지하고, 갈등을 회피하려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동료 남교사가 그녀를 대신하여 남학생들을 혼낸 적 있었다.
교사가 권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교사 중 남자만이 젠더 권력과 그에서 오는 권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남학생들은 ‘여교사’를 ‘여성인 교사’가 아닌 ‘교사인 여성’으로 여겼다. 자신을 혼내는 여교사가 권위를 가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하기 싫어했다. 오히려 젠더 권력을 통해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남학생들에게 여성은 평가받는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성이 자신보다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교에서 ‘여성혐오표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우  ⓒ전교조여성위원회

 

Q. 이러한 여성혐오가 교실 내에서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성들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2등 시민’으로 여길 수 있는 권력을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서 가진다. 여성을 평가하고 조롱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남성 내 집단문화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사회가 이 권력의 차이를 강화해주는 사춘기 시절부터 주눅 들기 시작한다. 이는 중고등학교 시기와 맞물린다. 평가와 조롱이 일상인 삶은 몸가짐을 조심하고, 생리를 수치스러워하고, 외모까지 가꾸게 했다. 여학생들은 성적이 높아도, 착실하게 질문을 해도 조롱당했다. 야한 이야기를 하거나 화장을 짙게 하면 ‘걸레’가 되지만 화장을 안 하면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 남성 중심 문화 속에서 우리는 평가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Q. 교실 내 여성혐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실은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외부의 모든 자극은 교실 내에서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쥐고 흔든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의 경험은 어른의 ‘나’까지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 교실에서 사회로 진출한 남학생들은 비판의식 없이 여성혐오를 재생산한다. 여학생들은 오랫동안 학창시절에 겪은 혐오의 잔상을 떠올리며 산다. 한국의 교실은 젠더권력의 우열과 약자에 대한 혐오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나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이 여학생이나 여교사들을 평가대상으로 삼고, 비웃고 조롱해도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젠더 권력’이라는 기회의 차이에 큰 영향을 받았다.

 

폐쇄적인 학교라는 집단과 자아 형성 시기가 맞물리며 초중고생의 인식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pixabay

 

Q. 현재 교실 내 여성혐오를 겪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교실 내에서 불편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왜 나는 이것을 불편해하는지’ 고민하며 자신을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상황이 ‘왜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건 학생이라는 딱지를 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 대한 문제이다.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망고(quddk97@gmail.com)

 

기획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 모킹버드, 망고, 인디피그, 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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