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생리대’ 사건을 접한 며칠 뒤, 생리가 ‘터졌다’. 급하게 서랍을 열었는데 거기 있는 건 다름 아닌 릴리안이었다. 황당한 마음에 나가서 다른 생리대를 사올까도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시판 중인 10개의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결국 그렇게 욕하던 릴리안 생리대를 하고 나오는 길, 분통이 터졌다. 대체 여성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생리대가 있기는 한걸까?

 

면생리대 만들기 참여자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모여 면생리대 만드는 법을 배우는 곳이 있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서대문구 연희동의 수유너머에서는 면생리대 만들기 교육이 열린다.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의가 주최하고, 피자매연대에서 면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배운 강사가 자원 봉사의 형태로 교육을 진행한다. 직접 참여해 면생리대를 만들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의 사태로 면생리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세탁이나 휴대에 있어 불편하거나 비위생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뭇거린다. 이에 강사 오리진 씨는 여성들이 면생리대를 꺼리는 것은 ‘생리를 나쁜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를 보면 비위가 상한다거나, 생리혈이 비치기라도 하면 큰일 난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1 .  세탁은 어떻게 할까?

 

사용한 생리대를 모아 찬물에 담가놓고 핏물을 뺀 다음에 비누를 묻혀 애벌빨레를 한다. 이후 세탁기에 흰 빨래를 돌릴 때 같이 넣는다. 꼭 매번 삶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핏자국이 남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렇게 세탁하면 잘 지워진다. 물론 빨아야할 시기를 놓치면 얼룩이 잘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속옷에 얼룩이 남았다고 해서 세척이 덜 됐다거나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처럼, 면생리대도 마찬가지다.

 

17년 전 만들었다는 면생리대. 사용하던 제품임에도 핏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 바깥에서 생리대를 갈 때 어떻게 들고 올까?

 

사용한 생리대는 지퍼백에 담아 들고 오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생리의 불쾌한 냄새는 피 자체의 냄새가 아니라 생리혈이 생리대와 만나서 나는 냄새다. 피를 흡수한 면생리대에서는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는다.

 

3 . 똑딱이로 착용하게 되어 있는데, 벨크로(찍찍이)로 만들면 더 편하지 않을까? 활동할 때 움직이지는 않을까?

 

삶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벨크로가 아니라 금속 똑딱이를 쓴다. 또 벨크로의 고리 때문에 면생리대 재료인 융천에 보풀이 일거나 먼지가 낄 수도 있기 때문에 벨크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면생리대를 착용하게 되면 속옷과 면생리대 사이, 면생리대와 몸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4 . 한 번 만든 면생리대는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까? 한 번 생리할 때 몇 개가 필요할까?

 

한 번 만들면 10년도 넘게 쓸 수 있다. 중형 면생리대를 하나 만드는 데에 융천 1/4마가 필요한데, 한 마에 3,4천원이면 살 수 있다.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매일 빨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10개 정도를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5 . 양이 많은 날 새면 어떡할까?

 

양이 많은 날에는 안감을 여러 개 겹쳐 사용하면 된다. 안감은 생리대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 시침질해서 넣어도 되고, 아이들이 쓰는 가제수건을 몇 겹으로 접어 써도 된다. 이도저도 귀찮다면 헤진 수건을 접어서 넣어도 된다. 면생리대 만들기 워크샵이 세 번째라는 한 참여자는 양이 많은 날에는 그냥 일회용 생리대를 쓴다고 말했다. 강사도 ‘꼭 면생리대만 쓰라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면생리대에도 다양한 크기와 종류가 있다.

 

직접 만들어 본 면생리대는 생각보다 만들기 쉽고, 각자에게 맞게 응용할 여지가 많았다. 자신의 생리량이 많은 편이라면 안감을 두껍게 만들면 되고, 좀 더 폭이 넓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도안보다 조금씩 크게 자르면 된다. 면생리대는 ‘완성된 제품’이라기보다는 ‘생활 습관’에 가까웠다. 자신이 쓸 물건을 직접 손으로 만들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 몸을 긍정하는 과정이다. 좋으나 싫으나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생리라는 현상이 일회용 생리대에 돌돌 말아 버려야 하는 부끄러운 것, 더러운 것, 찝찝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흘린 피를 관찰하고, 건강할 때는 어떤 색의 피가 나오고, 몸이 안 좋을 때는 어떤 색의 피가 나오는지 비교하면서 자기 몸에 대한 정보를 쌓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생리는 더 이상 ‘여성의 신비’로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신체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김정지현 사무국장은 면생리대는 여성의 건강과 환경 두 가지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 패드 생리대나 탐폰의 유해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왔고, 나이를 먹으면 주위에 자궁에 혹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부인과 질환이 흔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문제였다는 것이다. 또한 면생리대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기회에 많은 여성들이 면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면생리대 도안과 만드는 법에 대한 정보는 피자매연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자매연대는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자료를 남겨두고 있다. http://bloodsisters.net/

*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에서 여는 면생리대 교육은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공지는 http://greenshop.or.kr/ 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 사진. 유디트 (ekitales@gmail.com)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