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한민국 정부 트위터 계정 (@hellopolicy)은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을 게시했다. 제목은 ‘남친이 나보다 스포츠를 더 좋아할 때 대처법’.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트위터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잇따랐고, 정부 계정은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대체 무슨 영상이었길래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해당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영상 제작 업체 ‘쉐어하우스’에 외주를 맡겨 제작되었다. 영상은 ‘쉐어하우스’ 내의 연재 콘텐츠인 ‘대처법’ 시리즈로, 생활 속의 팁을 전하는 내용으로, 쉐어하우스 사이트에는 현재 수십 편이 올라와 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여성을 폭행하는 영상, 이게 정말 재밌나요

 

남성은 여성의 뺨을 손으로 밀친다. 이거 실화냐. ⓒ쉐어하우스

 

영상은 남자친구가 스포츠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여자친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남자친구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 시작 부분에서 여자친구가 피겨스케이팅 중계를 한다며 남자친구를 부르자, 한 남성이 다가와 여자친구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밀고, 몸을 짓누르며 소파에 앉는다. 스포츠 중계를 보기 위해 여자친구의 얼굴을 때리고 밀치는 모습이라니. 장난이라고 넘기기에는 황당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맞은 여성이 폭행에 반발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스포츠를 더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소파에 밀쳐진 여성이 남성을 노려보는 장면과 함께 ‘남친이 나보다 스포츠를 더 좋아할 때 대처법’이라는 제목이 자막으로 뜬다. 맞는 장면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고, 맞고 나서도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 노력의 과정 또한 문제적이다. 여성은 스포츠에 빠진 남성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남성의 취향에 자신을 맞추는 ‘노력’을 벌인다.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공부해서 규칙을 달달 외거나, 남자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 그 ‘노력’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남자친구는 규칙을 읊는 여성을 지겨워하거나, 과도한 응원을 펼치는 여성을 떨떠름하게 지켜본다. 여성은 영상 내내 남성에게 관심을 조르고 기대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계속 되는 헛발질, 반성 없는 정책홍보물

 

우리가 접하는 사소한 이미지들에서도 성차별은 만연하다. ⓒ행정안전부

 

정책 홍보 콘텐츠에서 여성혐오적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영상처럼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지만, 성별에 따라 고정된 역할을 문제의식 없이 재현하는 경우는 더욱 흔하다.

 

10월 30일부터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총 526개 기관이 참여해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포스터에는 ‘일하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군인, 경찰, 소방관 등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은 모두 남성으로 그려졌고, 경찰의 보호를 받아 대피하는 것은 아이들과 여성으로 그려졌다. 강의자료 앞에 서서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은 남성, 앉아서 설명을 듣고 있는 것은 여성이다.

 

물론 이런 표현들은 일부러 여성을 차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활용하다 보니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까지 이렇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은 생각해봐야하는 문제이다. 이렇게 사소한 차별들은 너무 사소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도 않고 그냥 넘어간다. 당연하다는 인식은 다시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런 콘텐츠들은 다시 성별고정관념을 양산한다.

 

필터링 할 수 있는 ‘구조’ 마련되어야

 

‘페미니스트 정부’를 선언한 정부에서 연일 이어지는 헛발질은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필터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정부의 공식 홍보영상에 사람을 때리는 장면이 들어갔는데도 아무런 피드백이나 제재 없이 공식 트위터에 게시될 수 있었을까? 이번 영상은 젠더 감수성까지 갈 것도 없이, 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예민함만 있었어도 걸러졌어야 한다.

 

서울시에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검토하고 방지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각 부서에 젠더담당관을 배정하고 있다. 시 정책에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하거나 성차별적인 디자인이 나온다면 이를 검수하고 미리 방지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성별영향분석평가 주민 모니터링단 등 시민들이 정책의 문구, 표현 등을 검토하고 지적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중앙 정부에도 이러한 제도가 필요해보인다.

 

정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앞으로의 홍보 영상은 더욱 신중하게 제작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고, 영상을 제작한 업체 쉐어하우스도 트위터를 통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의사를 표했다. 정부 홍보물에서까지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보고 싶지는 않다. 이런 사과들이 단순히 사건을 마무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부 부처에서 정책이나 홍보 문구를 제작할 때 방향과 표현을 검토할 수 있는 단계, 인력,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글. 유디트 (ekitales@gmail.com)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