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간판 예능 SNL이 한글날에 맞춰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청소년을 뜻하는 ‘급식’과 말투를 의미하는 ‘체’가 합쳐진 말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희화하는 의미이다.)’를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보면서 권혁수의 설민석 흉내에 감탄했지만곧 의문이 들었다왜 영상 속 단어들은 급식체로 불리는 걸까
 
 
ⓒ SNL 코리아 캡쳐
 
 
‘급식체’는 누가 만들었나?
 
 
SNL이 말한 급식체는 애초에 청소년이 만든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앙 기모띠’라는 용어는 아프리카 tv의 BJ철구의 별풍선 리액션에서 비롯됐다. ‘~하는 부분?’과 같은 용어도 아프리카의 인기 BJ가 자주 쓰던 단어다. 야민정음(본래 글자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대체하는 것. 예시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현) 또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DC 인사이드 야구 갤러리에서 탄생했기에 청소년들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터넷이 청소년의 언어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요즘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을 막자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2011년 여성가족부 외 4개 부서가 합동 보고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에 따르면 청소년은 인터넷 등의 디지털 매체에서 욕설신조어를 배우고 모방한다.
 
 
ⓒ BJ 철구 유튜브 캡쳐
 
 
그럼 청소년들만 쓰기 때문에 ‘급식체’라고 불리는 걸까? 그렇지만 ‘급식체’를 쓰는 것은 청소년 만이 아니다. ‘급식체’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다. ‘오지다’, ‘지리다’ 등의 단어는 대학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올해 문제가 됐던 학교 주점 포스터에서도 일명 ‘급식체’ 중 하나가 사용됐다. ‘오지다’, ‘지리다’ 등의 단어들은 현재도 인터넷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동아리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자보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ㅇㅈ’은 언론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5년 말 대학내일연구소는 20대를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ㅇㅈ세대 라고 규정했다. 
 
 
 
‘급식체’는 사회악인가?
 
 
청소년 세대가 많이 쓰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영상에서 소개한 용어들이 다른 세대보다는 펴져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치자. 그러면 이 용어들의 해악이 입증돼야만, ‘급식체’라고 부르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행위를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프란 캡쳐
 
 
야민정음을 예로 들어보자. 한글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야민정음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한글의 우수성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모든 문화적 창조물은 창조자의 손을 떠나면 다르게 사용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야민정음 같은 것도 우리 문화를 더 다채롭고 발랄하게 해주는 고마운 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용어가 세대 간 단절을 일으킨다는 주장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세대 간 단절의 원인은 청소년의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반항심 정도로 치부해 온 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화는 한국 전체 문화와 맞닿는다.
 
 
물론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에서 나타나는 소수자 혐오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만약 당신이 해당 용어가 거슬렸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거라 믿는다.) ‘앙기모띠’와 같은 용어는 일본 포르노에서 나오는 소리를 따라한 것이다. 일본 포르노가 어떤 시선으로 여성을 다루는지를 생각한다면, 이 말에 여성혐오 코드가 담겨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소수자 혐오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김치녀’, ‘맘충’ 과 같은 용어를사용한다. ‘병신’과 같은 장애인 비하 발언, ‘짱깨’와 같은 인종차별 용어도 마찬가지다,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국회의원에겐 어떤 불이익도 가해지지 않는다. 이 모든 발언을 했던 사람은 청소년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청소년 문화는 한국 문화(전체 문화)의 부분 문화다. 전체 문화와 부분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소수자를 혐오하는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행하는 소수자 혐오는 아프리카 BJ를 거쳐 청소년에게 도달했다. 이러한 맥락을 지우고 인터넷 용어를 ‘급식체’로 규정해 청소년을 비하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문제를 특정 집단의 문제로 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너무 치졸하다. 
 
 
청소년과 성인 간의 권력은 불균형하다
 
 
성숙과 미성숙을 구분하는 권력을 가진 것은 주로 성인이다. 무엇을 성숙한 것으로 볼 것인가의 기준은 성인에 맞춰져 있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고 평가내린다. 둘을 구분하는 행위에는 청소년을 성인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 전제가 깔려있다. 
 
 
혐오는 약자를 향한다. 그렇게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청소년은 온갖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청소년이 만든 것도, 청소년만 쓰는 것도 아닌 많은 용어들은 쉽게 ‘급식체’로 규정된다. 일부 용어에 들어있는 소수자 혐오가 사실은 한국 사회의 문제라는 점은 쉽게 지워진다. ‘급식체’라는 멸칭은 이렇게 모든 맥락을 없애고, 가장 혐오하기 쉬운 청소년을 향해 모든 책임을 떠맡긴다.
 
청소년을 쉽게 후려치는 사회에서 SNL의 영상은 청소년 혐오를 더욱 공고히 한다. ‘급식체’라는 용어는 이제 인터넷을 뛰쳐나와 한국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이와 함께 청소년은 이상한 말투를 사용한다는 인식 또한 늘어났다. SNL이 해당 영상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려는 것이라면 성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남겨진 혐오는 씁쓸할 뿐이다. 
 
 
글. 이스국(seugwookl@gmail.com)
특성이미지 ⓒ SNL 코리아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