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청년주간을 맞아 10월 28일 서울 무교로에 갖가지 부스들이 들어섰다. 사회와 불화하는 갖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여성의 문제를 전면에 내건 사람들도 있었다. <청년정책네트워크> 성평등 분과젠더 폭력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다름네트워크>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년주간에 참여했다.

 

<청정넷> 성평등 모임 ‘Seoul for all’ 부스의 행사 입간판

 

Seoul for all

<청정넷> 성평등 분과는 ‘Seoul for all’이란 이름으로 행사 부스를 열었다. 성폭력, 데이트폭력, 이별폭력 등의 젠더폭력은 여성의 삶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2명이 평생 한번이라도 신체적 성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의 ‘2016년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에서는 여성 10명 중 6명이 데이트 관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피해경험이 없다고 해서 곧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직접적인 피해 경험이 있든 아니든, 여성에게 젠더폭력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경계해온 문제이다.

기성 정치도 젠더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반응했다. 11월 1일,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과 ‘데이트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에 의해 동시 발의되었다. 같은 달 6일 이루어진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젠더폭력방지법’의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에 대한 법안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에 발맞추어 발의되었다가, 관심이 식고 나면 소리 없이 폐기되기를 반복해왔다. 젠더폭력에 대한 더 많은 문제의식들이 모이고 공유된다면, 이번만큼은 이 법안들이 폐기되지 않고 제정의 수순을 밟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청정넷> 성평등 분과의 부스에서는 데이트폭력, 페미니즘, 성차별적 언행 등에 대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호신용품과 페미니즘 도서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100개의 몸, 100개의 삶’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의 삶은 당연히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 당연한 사실과는 달리, 여성들에게는 ‘몸’에 대한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모든 여성이 2차 성징 이후부터 사용해야 하는 브래지어, 그리고 개인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은 단지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러 단체 및 모임들-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창작집단3355, 나는니편, 66100, 언니미티드-의 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다다름네트워크>는 ‘100개의 몸, 100개의 삶’을 주제로 청년주간에 참여했다. 부스 한편에는 <브라보관소>라는 팻말을 단 작은 간이 탈의소가 있었다.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탈의하고 맡길 수도 있는 공간이다. 브래지어가 불편하거나,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착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다다름네트워크>의 브라보관소

신체적 아름다움의 기준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한 눈에 확인하게 하는 대형 판넬도 전시되어 있었다. 실제 여성복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네킹의 사이즈와 유사한 크기로 구멍을 뚫은 것이었다. 그 구멍은 행사 자리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얇았다. 놀라워하는 방문객들에게 <다다름네트워크>의 활동가는 이것이 사실 실제 마네킹의 사이즈보다 더 굵게 제작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네킹은 실제 사이즈 그대로 판넬에 구멍을 뚫어 세워두기 어려울 정도로 말랐기 때문이었다.

덧붙여,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매니큐어, 심지어는 생필품인 생리대에도 사용자의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다다름네트워크>의 버스킹 토크를 통해 공유되었다. 예컨대 얼마 전 있었던 생리대 파동은 여성들이 건강에 대해 얼마나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도 여성의 건강이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여성들 모두가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했으며, 또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물건에조차 위험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의 건강에 무관심했는지를 증명한다.

 

여성의 문제가 곧 청년의 문제

혹시라도 청년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왜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청년의 절반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러한 문제들이 청년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청년 문제란 말인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청년은 20대, 이성애자, 비장애인, 그리고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년’을 이루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모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학교 밖 청년이 그렇고, 성소수자 청년이 그렇고, 비장애인 청년이 그렇고, 또한 여성 청년이 그렇다. 여성의 문제가 곧 청년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년에 대한 담론이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금, 보다 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모여 ‘공통의 감각’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헤스터(hester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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