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는 모여서 무엇이 될까. 지난 10월 28일,  시청 뒤편 무교로 일대를 걸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곳에서는 전국 각지의 청년단체들이 모여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2017서울청년주간-청년활동박람회>가 있었다. 청년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들이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우리가 사는 곳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지 말하는 자리. 그 자리엔 내 또래의 사람들이 청년이라는 시기를 통과하면서 만들어내는 갖가지 이야기가 모여 있었다. 기록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를 만났다.

 

– 2017 서울청년주간  <몸의 대화> 퍼포먼스 기획자 ‘예니’

 

©몸의 대화

몸의 대화는 정신질환을 공유하는 기획자와 심리학도가 모여 ‘자가 진단’과 ‘감정 배설’을 연구하는 단체다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요?

 

“저희 같은 청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하고 혼자서만 안고 있는 것이 걱정 되었어요.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내가 지금 아프고 병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서로가 인정해주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는 더 많은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터놓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배설한다.’는 키워드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고요”

 

함께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술을 함께 마시는 친구들이 있는데, 서로 너무 잘 보이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신을 꾸며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요. 그래서 ‘우리 그냥 솔직히 이야기 해볼까?’ 라는 제안을 했고, 그때부터 서로의 감정을 터놓게 되면서 그 자리에서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저희의 시작이에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런데 사실 이 단체를 만든 저희들도 정신질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거든요(웃음) 누구를 치유한다기보다 ‘다 같이 감정을 마음껏 터놓자’는 느낌이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7 서울청년주간 <청춘고민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강OO

 

 

©디퍼

‘좀 놀아본 언니들’은 언제든 20,30대들의 고민을 나누고 들어줄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표방한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세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희도 세상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각 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조금씩 변화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재능기부의 형태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어요.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다보면 그 에너지가 전파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청년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누구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말하는 것을 미안해하지 않고, 또 서로 기꺼이 들어주는 ‘마음 품앗이‘가 되는 사회가 결국 더 좋은 사회가 아닐까요?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2017 서울청년주간  <청년정책네트워크 갭이어 분과> 신OO

 

©jstiming.blog.me

청년정책네트워크 갭이어분과는 청년들이 일정기간동안 쉬면서 자신의 시간을 갖는 ‘갭이어’를 지지한다.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들이 그냥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회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거든요. 사회가 제시하는 틀이 있고 그것에 맞추어 따라가지 못하면 자꾸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바라보고요. 그런 것부터 조금씩 변했으면 좋겠어요. 개개인의 삶의 속도나 방향을 사회가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잖아요.”

 

청년과 사회에 대해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한 번 틀에서 벗어나면 끝이야’라는 생각 때문에 누구나 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의 틀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잠시 멈추고 새로운 길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보자고 계속 말하고 싶어요. 물론,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계속해서 이뤄나가야죠. 면접관이 ‘1년 동안 뭐 했어요’ 라고 물었을 때 ‘그냥 쉬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제가 바라는 변화예요.

 

 

<2017 서울청년주간>이 진행되는 장소 한 편에 놓여있던 표어는 ‘연결의 가능성’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사람들, 또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이들이 서로 말하고 들으며 청년이라는 시기를 통과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연결의 가능성을 바란다. 도저히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인 청년의 삶에서, 나와 비슷한 옆 사람을 발견하는 연결의 가능성. 그것으로 하여금 이제는 조금 덜 외롭게 이 시간을 버틸 수 있겠다는 살가운 위로를 우리가 얻기를 바란다. 우리의 이야기는 모여서 무엇이 될까. <2017 청년 주간>에서 모인 이야기가 서로에게 주는 위로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무교로 일대를 빠져나왔다.

 

 

글. 서아람(aramstudio.daum.net)

특성이미지 ©몸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