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음식점 본가궁중족발에 사설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건물 임대인이 부른 이들이었다. 사장 김우식씨는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는 용역들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 수술을 받았다.

 

철거가 진행된 9일 오후 궁중족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은솔

“월세 4배 올린다더니 계좌 물어도 ‘묵묵부답'”

분쟁의 발단은 지난 2016년 1월, 현재의 건물주 이아무개씨가 궁중족발이 속한 건물을 매입하면서였다. 건물주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비상식적인 인상 폭에 대해 항의하자 건물주가 월세를 입금할 계좌를 알려주지 않았고, 전화나 문자도 묵묵부답이었다는 게 사장 김씨의 주장이다(관련 기사 : ‘핫하다’는 곳에서 족발집 하는 사장입니다). 

 

사실상 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입자를 내쫓는 방법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이 3기분의 임차료를 연체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즉, 3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않으면 계약을 만료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를 악용한 임대인들은 계좌를 변경하거나 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월세 입금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3개월이 지나면 이 법 조항을 근거로 계약이 만료됐다고 주장하고, 계약이 끝난 임차인을 건물에서 나가게 해달라며 법원에 명도 소송을 제기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월세를 법원에 대신 납부하는 공탁 제도가 있지만 임차상인들이 이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김우식 사장은 지난해 공탁 제도를 통해 법원에 월세를 납부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건물주 이씨가 명도 소송 취지를 변경했다. 계약 기간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재계약을 거부해도 된다는 조항을 이유로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씨가 승소했다. 건물주 이씨는 지난 2016년 1월 48억 원에 매입한 건물을 올해 70억 원에 내놓은 바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인들

이번 사례와 같이 월세를 과하게 인상하는 경우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월세의 상한을 연 9%로 제한하고 있다. 지나친 월세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는 5년 동안만 적용된다. 임차 상인은 계약이 만료되어도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까지는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데, 월세 인상 상한은 이 기간 동안에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즉, 궁중족발의 경우처럼 갑자기 4배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행법에서는 ‘합법’이라는 의미다. ‘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차상인들은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의 투자비용을 고려했을 때 보호 기간을 5년으로 두는 건 짧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국회에 법 개정안 또한 여러 번 발의됐지만 대부분 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자료.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 장경석(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토론회 자료집)

 

반복되는 폭력적 강제집행 

더 큰 문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인들이 건물주의 계약 만료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강제집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임대인이 법원에 명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용역을 고용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나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의 집행 관련 규정에서는 세입자가 문을 잠그는 등의 행위를 했을 때 기술적으로 도움을 얻기 위해 용역을 고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들은 신체에 손을 대거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규정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궁중족발에서는 두 번에 걸친 집행에서 두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1차 강제집행이 이루어진 10월 10일에는 집행에 반대하던 여성이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11월 9일에는 용역 다섯 명이 사장 김씨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손을 크게 다쳤다. 

 

김 씨가 부상을 입으면서 흘린 핏자국이 남아있는 모습. ‘정상적인’ 집행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은솔

 

물론 강제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감독하기 위한 집행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이 현장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집행관은 김씨의 저항이 이어졌지만, 집행 완료를 말하고 철수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약칭 맘상모)은 집행 다음 날인 10일 오전 11시 궁중족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관은 집행 중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집행을 중단해야 하는데, 임차상인이 크게 다치고 몸에 시너를 뿌리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집행을 멈추지 않고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집행관뿐 아니라 임대인이 고용하는 경비 용역에도 문제가 있다. 임대인은 경비업법에 따라 등록된 업체만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집행 현장에서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들이 신체에 손을 대는 등 불법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편 현재 임대인 측은 “명도 소송의 승소에 따라 강제집행을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임차인 측은 “유체동산 압류진행일 뿐 가게 안에 집기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집행이 완료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차인 측은 유치권 행사를 위해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유치권 인정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분쟁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사람 위에 돈? 

궁중족발의 사장 김씨는 어제 오후 집행이 시작되자 인화 물질인 시너를 몸에 부었다. 분신할 수도 있다는 최후의 저항이었다. 실제 이러한 행동을 단순한 ‘엄살’이나 ‘생떼’로 치부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4월에는 종로구 돈의문 재개발 지역에서 강제집행을 당한 상인이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궁중족발 사장 김씨는 7년 동안 장사를 해 다섯 가족의 생계를 부양해 온 가장이다. 장사로 가족을 책임지고 생계를 이어나가는 상인들은 ‘쫓겨나지 않을 권리’가 곧 ‘생존할 권리’라고 말한다. 

 

글. 사진. 유디트 (ekitales@gmail.com)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