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그중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곳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이 사는 공간의 종류를 크게 분류해보면 기숙사, 학사, 자취, 본가(주로 부모님과 함께 살며 통학하는 공간)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하루는 어떨까? 매일매일 살아가는, 살아가야만 하는 공간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닐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기획이 겨냥하고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주거’라는 짧은 단어 속에 담기지 못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얽혀있는 삶의 문제에 대해 관찰하고자 한다. 우리, 대학생의 ‘주거’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아무도 지방 자치 학사를 건드리지 않았다

 

‘학사’ 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도(道)와 시(市) 등 지방 자치 단위에서 운영하는 학사, 기업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사, 그리고 한국장학재단과 은행권에서 운영하는 학사도 있다. 그러나 학교 학사 이외의 학사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분석된 적이 없었다. 오늘은 학교 밖의 학사, 그중에서도 지방 자치 학사를 다루고자 한다.

 

서울 내외 지역에서 운영 중인 지방 자치 학사

 

서울 내 지역은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7개의 학사가 운영 중이다. 학사를 운영하는 지방 자치 단위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면서 서울 및 경인 수도권 지역의 대학교(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도 5개의 학사가 있다. 서울 내 지역 학사와 차이가 있다면 지방 자치 단위에 위치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곳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남학숙은 학사가 위치한 전라남도 화순시 인근의 학교에 다니는 전라남도 지역의 학생들이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월 15만원 + a, 그 알파에 관하여

 

지방 자치 학사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다. 하루 세끼 식사비용을 포함한 한 달 비용이 월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다. 2015년 대학알리미 기숙사 수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식비를 제외한 서울권 사립대학교 한 달 평균 기숙사비가 1인실 기준 39만 7천원, 2인실 기준 26만 4천원이다(1인실의 경우 연세대학교 본교가 64만원, 2인실의 경우 고려대학교 본교가 38만 8천원으로 가장 비싸다). 학교 학사와 비교했을 때 지방 자치 학사 거주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학사가 아니면 왕복 3~4시간을 들여 매일 지옥철을 타고 통학하거나, 최소 2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살 곳을 구해야 한다. 월 15만원을 내고 학사에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 자치 학사 월 15만원은 어디까지나 ‘공급자 측’에서 제시하는 비용이다. ‘거주자 입장’에서 지방 자치 학사 비용을 측정한다면 학교 기숙사, 자취, 하숙 등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합리적일까. 애석하게도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그냥’ 매겨진 가격이란 없다. 값이 싸게 매겨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는 월 15만원에 ‘무엇’을 덤으로 들여야 한다. 그 무엇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시설과 지리적 위치를 심판대 위로

 

지방 자치 학사에 산다면 시설은 체념하는 편이 낫다. 같은 지방 자치 학사라 하더라도 어떤 방에 배정받느냐에 따라 시설과 평수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어디는 방 안에 화장실 및 샤워시설이 있지만, 어디는 층 사람들과 화장실 및 샤워시설을 공유해야만 한다. 침대의 여부 또는 침대의 종류-개인 침대, 2층 침대- 또한 방별로 차이가 있다. 같은 비용을 내는데도 말이다. 학사 시설은 홈페이지 상에서 공개돼있지 않거나 과장돼있어 입주하기 전 학생들이 미리 시설을 알기 어렵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무거운 택배도 계단으로 들고 가야 한다는 것도, 학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가 없다는 것도 말이다. 

 

교통도 문제다. 지방 자치 학사에서 산다면, 서울에서 서울로 가는데도 통학 시간이 매우 길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경기장학관(서울시 강북구)에서 고려대학교(서울시 성북구)까지 통학하는데 왕복 두 시간이 걸린다. 마을버스(도봉02)->지하철(4호선 수유역~성신여대역)->마을버스(성북04)를 타고 가야하는데, 통학을 하는 것인지 봉춤을 추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통학길 대중교통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학사와 학교가 서울의 끝과 끝에 있다면 통학 시간과 비용은 급증한다. 강북구와 나란히 붙어있는 성북구까지 편도 50분이면 말 다했다. 다른 지방 자치 학사 또한 주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대중교통으로 평균 20여 분이 걸린다. 재사생은 본인의 주소지에 따라 살 수 있는 지방 자치 학사가 단 한 곳뿐이다. 지리적 위치와 교통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성예절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찾아왔습니다. Ⓒ 강원학사 홈페이지

 

지방 자치 학사는 상벌점제도행사점수제도를 통해 재사생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가르친다. <재사생 길들이기: 지방 자치 학사 편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V월 1~2회 방의 위생 상태를 검사한다. V오전 12시에서 1시 사이의 특정 시각으로 통금을 정한다. V외박을 할 경우 미리 사감의 허락을 받도록 한다. V필수 프로그램 이외에도 명사강연, 멘토링, 6개학사 체육대회 등 선택 프로그램을 최소 몇 회 이상 참여해야 한다. 재사생들은 학사에서의 ‘생존’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해야만 한다. 지방 자치 학사는 재사생들을 미숙하고 훈육이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며 재사생들의 생활 방식과 태도를 통제한다. 

 

아침자율활동은 오전 6시부터 7시다. Ⓒ 남도학숙 홈페이지 학숙생활 캡쳐

 

남도학숙의 생활성적 평가 점수는 지방 자치 학사 가운데에서도 악명이 높다. 4개의 항목 – 아침자율활동, 교양활동, 생활태도, 학업성적 – 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전체 생활성적 중 24%를 차지하는 아침’자율’활동은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운동, 자습 등의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침‘자율’활동은 자율이 아니다. 재사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점수 항목 중 하나인 아침‘타율’활동이다. 만약 지방 자치 학사가 강조하는 인격, 예절, 생활 습관을 갖추지 못하거나 갖출 의지가 없다면 퇴사당하면 된다. 재사 상태와 직결되는 상벌점과 행사점수는 학사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이들의 선택지를 지우는 ‘강압’과 ‘폭력’이다. 학사는 오갈 데 없는 불쌍한 학생들에게 싼 값으로 먹고 잘 곳을 제공해준다는 보호주의로 이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월 15만원은 ‘싸지 않다’

 

너무 많이 넣었다 ㅋ

 

지방 자치 학사는 월 15만원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지방 자치 학사 월세를 계산해보자. 월세 15만원에 크게 줄어들지 않는 통학 시간과 교통비를 더한다. 빨래건조대를 피면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가는 좁은 방, 아침저녁마다 샤워실 두 칸을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화장실을 참고 살아야 한다. 방 검사, 행사 및 교육 참여, 통금 시간 준수 등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기꺼이 침해당한다. 기상시간이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지방 자치 학사가 최선의 주거 형태라면 학사에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전국의 시(市)·도(都)는 대학(원)생들의 위태로운 생존을 빌미 삼는 일을 학생들을 위한 복지와 장학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개인의 존엄성을 대가로 치른 월 15만원은 절대 ‘싸지 않다’. 
 
 
글. 키키(oinkba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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