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주인공이나 특별한 사건이 없음에도 빛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인물들은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크고 작은 불행을 맞기도 한다. 이들이 불행을 견디는 중에도 여전히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옷을 갈아입는 일상은 계속된다. 이렇게나 평범한데도,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세 편의 웹툰을 모아보았다.

 

두번째 작품, <이토록 보통의>

※ 본 기사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애물이라고 해서 항상 특별한 낭만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법은 없다.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는 연인들의 관계가 지속, 파탄, 회복을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조명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대체로 멋지고 로맨틱하기보다는 찌질하고 못난 모습이다. ‘본인들도 반쯤만 이해’한 감정과 생각으로 ‘서로 위로하기도, 상처 입히기도’ 하는 과정. <이토록 보통의>의 작가 캐롯이 그의 다른 작품(레진코믹스 <삶은 토마토>)에 남긴 문장으로 유추해 보건대, 그가 생각하는 ‘이토록 보통의’ 관계란 이런 것인 듯하다.

 

<이토록 보통의>는 총 3가지 각기 다른 연인들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무슨 말을 해도>는 연인으로부터 그녀의 전 애인이 에이즈 보균자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자의 불안과 불신으로부터 시작되고, 2부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는 우주로 떠나는 꿈을 가진 여자와 그녀의 연인, 그리고 그들을 복제한 로봇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막 연재가 끝난 3부 <티타>에는 매력적인 불행을 두르고 다니는 여자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연애담은 대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멸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 앞에서 연인을 의심하다가 그런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고 마는 주인공에게 우리는 어떤 시선을 보낼 수 있는가? 자신을 복제한 로봇을 잊지 못해 그 로봇에게 떠나버린 연인을 바라보는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니면 자신의 ‘특별하지 않음’을 견디지 못하고 불행을 지어내어 말하고 다니는 사람의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만화를 보는 이들은 그들을 쉽게 비난하거나, 동정할 수 없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우리의 감정과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 가지 이야기 속에는 나름대로 복잡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횡설수설하며 실수를 저지르거나, 이기적인 감정에 스스로 당황하거나, 못난 자신을 숨기려고 도망치고 마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보통의 폭력성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게 행동하는 것, 혹은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해 보이는 이 단어는 사실 꽤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의 무언가를 상상하거나 고정하려는 시도는 자칫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배제가 되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차별은 보통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향하곤 했다. ‘보통은 동성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보통은 턱이 높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보통은 여자가 직장에 오래 남지 않는다’거나 하는 진부한 말들이 배제와 차별을 만들고 유지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재구성되는 보통

 

그리고 <이토록 보통의>로 다시 돌아오자. 우주 비행, 복제 로봇, 에이즈나 불행을 지어내는 허언증과 같은 소재들은 <이토록 보통의>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만화 속 연인들이 맞닥뜨리는 장애물들은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고백한 대로, “약간은 일반적이지 않”다. 만화는 시종일관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바닥까지, 처절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밑바닥들은 하나같이 경멸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친숙하다.

 

인물들이 처한 처지나 상황들은 매우 특수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독자는 만약 자신이 그러한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나라도 저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만화에서 재구성되는 ‘보통’의 의미는 ‘누구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누구라면’의 의미에 가깝다.  연인을 의심하는 저 남자가 나였다면, 불행을 떠들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외롭다면. 그들의 감정을 따라갈 때, 만화를 읽는 독자는 특수한 상황 속에 숨겨진 익숙한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토록 특별한 이야기들이 ‘이토록 보통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야기 속 인물들이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특별한 사정과 처지와 경험과 맥락들은 독자들에게 이 치졸한 이야기들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을 발휘하게 한다. 결국, 이렇게나 이기적인 연인들에게 끝내 경멸보다 연민을 더욱 깊게 느끼고 마는 것을 보면, <이토록 보통의>가 인물들에게 ‘보통’의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은 나름 성공적인 셈이다.

 

글. 헤스터(hester114@naver.com)

특성이미지 ⓒ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