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그중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곳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이 사는 공간의 종류를 크게 분류해보면 기숙사, 학사, 자취, 본가(주로 부모님과 함께 살며 통학하는 공간)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하루는 어떨까? 매일매일 살아가는, 살아가야만 하는 공간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닐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기획이 겨냥하고 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주거’라는 짧은 단어 속에 담기지 못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다층적으로 얽혀있는 삶의 문제에 대해 관찰하고자 한다. 우리, 대학생의 ‘주거’에 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대학이 서울에 몰린 한국에서, 지방에 사는 많은 학생들은 거친 입시를 거쳐 바득바득 서울로 올라옵니다. 그들은 드디어 서울에 ‘입성’하고 억압적이던 고등학교와 집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자취를 꿈꿉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했던가요. 서울의 자취생들은 ‘숨쉬는 것도 돈이다’며 자조합니다. 실제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월세와 물가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목을 졸라옵니다. 

 

현재 흑석동에 거주중인 대학교 3학년 A씨 역시 자취방을 찾고있습니다. 갑작스런 추위에 빨개진 손으로 부동산 어플을 켠 채 골목골목을 살피는 그녀의 길을 함께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경제

 

“이 넓은 서울에 제가 살 방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A씨는 오늘도 잠을 설쳤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벌써 며칠째 공인중개소를 전전하며 수 십 개의 원룸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이야말로 계약을 하겠다고 말하며 부동산으로 들어서는 A씨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20살 때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거주한 지 4년째. 벌써 거주지는 4번 바뀌었습니다. “20살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자취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방도 예쁘게 꾸미고, 반려동물도 기르고. 지금은 그런 거 없죠. 저 먹고 살 기도 힘든데 무슨…”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이번 주 내내 부동산을 돌고 있어요. 방은 많더라구요. 제가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그렇지.”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서울경제

한참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듣던 A씨는 깊은 한숨을 쉽니다. 대학가인 흑석과 상도의 원룸은 대부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 관리비는 별도입니다. 전세는 가뭄에 콩 나듯, 그나마도 오래된 건물에만 드문드문 있습니다. 전세난에 전셋값도 스물스물 오르더니 5000만원에서 9000만원 사이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비단 흑석동과 상도동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부동산 어플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서울에 위치한 10개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울교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홍익대) 인근 원룸 월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8월 평균 월세는 49만원, 보증금은 1,378만원에 달합니다. 그나마 시세가 가장 저렴한 편이었던 서울대 인근(봉천동, 신림동)의 경우 보증금은 지난 해 627만원에서 1,227만원으로 95.69% 올랐고 월세도 37만원에서 45만원으로 21.62% 상승했습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하나씩 조건을 포기해야 합니다. 조금 더 오래된 집으로, 학교에서 더 멀리, 반지하나 옥탑방으로, 골목길로, 서울의 구석진 주변부로.

 

달마다 쏟아지는 월세, 관리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도저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줄이고 오랫동안 준비해온 여행도 포기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보증금과 월세 일부를 지원해주니까 그래도 원룸에 살 수 있는거죠. 보증금을 구할 수 없는 애들은 다른 길을 알아봐야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대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보증금’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 독특한 제도는 본래 월세 등 임대차 계약상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부동산 보유자의 추가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서 임차인을 괴롭히는 제도가 되었습니다. 천 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지불할 수 없는 이들은 보증금을 받지않는 고시원 등으로 밀려납니다. 최근에는 저소득층 20대 청년들에게 LH가 학생에게 이자를 받고 전세보증금을 대신 지불해주는 제도도 만들어졌지만 이것도 충분치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전세임대주택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굳이 계약이 복잡한 LH전세임대주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공인중개사를 따라 이리저리 원룸을 찾아다니던 A씨는 곤란한 표정을 짓습니다. 원하는 가격대의방이 대부분 반지하, 옥탑, 모텔가 근처입니다. 여성인 A씨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에는 SNS에서는 한 여성이 혼자 방에 있는 데 어떤 남성이 10분 넘게 창문 밖에서 방 안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확산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A씨 또한 전에 살던 곳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는데 이후 배달원으로부터 “첫 눈에 반했다”는 문자가 와 기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여성전용 원룸이나 고시원은 어때요?” 고민하는 A씨에게 공인중개사가 제안했지만 A씨는 이것 또한 주저합니다. 여성전용이나 CCTV, 무인 택배함 등 안전장치들이 잘 설치된 곳은 그만큼 비싸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살 곳이 부족한 청년들이지만 특히 여성들은 더 선택지가 적습니다. 안전과 비용, 둘 중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합니다. “마음만 같으면 저도 안전한 곳이 좋아요. 어두운 골목이 아닌 곳, CCTV가 설치된 곳이 좋죠. 그런데 그런 곳은 비싸잖아요. 안전, 돈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포기할 돈이 없으니까 안전을 포기해야죠.”

 

ⓒ대학내일 20대연구소

 

포기해야하는 것은 안전만이 아닙니다. 청결한 곳, 교통이 편리한 곳,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는 곳, 보안이 좋은 곳. 월세 5만원에 따라 조건이 하나씩 더해집니다. 제한된 재정상황 하에서 청년들은 하나씩 조건을 포기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은 단순한 조건이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들입니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드디어 집을 계약하고 나오는 A씨는 답답한 한숨을 쉽니다. 계약한 곳은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후미진 골목길 구석의 반지하 입니다. 저렴한 월세 대신 접근성도 위생도 안전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돈이 없으면 좋은 집을 구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할 지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깨끗하고 안전하고, 돌아와서 쾌적하게 쉴 수 있는 곳이죠. 이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 욕심인건가요?”

 

글. 토닥토닥 (jhw2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