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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쟁이 지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삶

돈 버는 데 쉬운 게 어디 있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곳은 전에 일했던 곳과 달리, 임금을 떼먹지도 않았다. 점주는 주휴수당을 부담스러워했지만, 매달 정확히 계산해 입금해주었다. 이것만 해도 어디인가, 법정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이 아직도 흔하다. 상대적으로 지금 일하는 곳은 안전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취업준비생이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이태영(가명)씨의 이야기다. 취업준비를 병행하기위해, 그는 하루에 4시간씩 총 5일을 일했다. 점심 피크타임에 조금 힘들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특별한 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저임금 인상, 줄어든 근로시간, 사라진 주휴수당

 

2018년 1월 2일, 태영씨의 근무 시간이 다가왔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취업준비생이 쓸 돈이 뭐가 있냐.”고 주변 사람들이 묻기도 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말이다. 교통비, 밥값, 어쩌다 잡히는 술자리 등을 합치면, 지금 아르바이트비로도 빠듯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태영씨가 취업 준비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그는 새해 목표도 세웠다. ‘한 가지에 제대로 집중해서 성과내보기’였다.

 

출근 후, 점주에게 들은 말은 그를 실망시켰다. 점주는 인건비 부담을 이야기하며, 하루에 4시간씩 3일 일할지, 3시간씩 5일 일할지 정하라고 했다. 임금은 올랐지만 근로시간은 줄었다. 주휴수당이라도 받기 위해, 3시간씩 5일 일하겠다고 그는 대답했다. 점주는 뒤이어 “그냥 주휴수당을 제외하고 임금을 줄 거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월급은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2011년도 통계 ⓒ 청년유니온

 

원래 하루 7시간 주 5일 근무를 했던 동료 A씨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그는 하루 4시간 주 3일 근무를 통보받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는 이유로, A씨의 월급 약 102만 원은 42만 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A씨는 “사실상 나가라는 통보”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근무시간이 바뀌지 않은 또 다른 동료 B씨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줄면서, B씨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늘었다. 그동안 피로감을 호소하던 그는 결국 하루만 쉬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사각지대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소상공인 지원 제도에 대해서도 태영 씨는 관심이 많았다. 최저임금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았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가 있다는 사실 또한 태영씨는 알고 있었다. 그는 점주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어쩌면 그것은 태영씨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였다.

 

ⓒ 뉴스1

 

일자리 안정자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태영씨는 ‘아차’ 싶었다. 점주는 그에게 고용보험에 가입할 거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태영씨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점주가 가입을 막아서도, 고용보험에 드는 비용이 아까워서도 아니었다. 그는 ‘취업성공패키지’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영씨는 취업성공패키지라는 국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준비를 했다. 지난해에는 MBC 아카데미에서 동영상 편집 기술을 배웠다. 이러한 교육 지원 제도가 없었다면, 그의 생활은 더욱 위태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취업성공패키지 제도가 태영씨의 발목을 잡았다. 태영씨가 지원받는 취업성공패키지는 4대 보험에 가입하면 지원금 수령에 제약을 두는 유형이었다. 지원금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그는 고용보험에 들지 않았다. 어느 순간, 취업 준비생을 돕기 위한 정책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해물로 변해있었다.

 

취업성공패키지 정책과 충돌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사실은 태영 씨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들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의 지원금을 포기하며 삶을 지탱할 자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인건비 부담을 이야기하며, 점주는 태영씨의 근무 시간을 조정했다. 결국, 태영씨는 줄어든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성공패키지 정책과 충돌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 고용노동부

 

최저 임금 인상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태영씨의 한 달 수입은 크게 줄었다. 불안한 마음에 그는 지인과의 약속부터 줄여나갔다. 최소한 아주 가끔 친구를 마주치며 살아갈 수 있는 삶, 그것은 태영씨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었다. 이제는 불안감을 나눌 친구도 만나지 못한다. 그렇게 태영씨의 불안감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더 커져갔다.

 

최저임금 논쟁에서 배제됐던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현실

 

새해부터 화두에 올랐던 최저임금 논쟁, 거기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담겼는가. 태영씨를 취재하며, 이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있었는지, 기존 최저임금은 기본적인 생활에 충분했는지, 인상된 최저임금이 실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주요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의 부담이라는 대결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할 뿐이다. 정작, 이러한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살인적인 상가 임대료에 대해서는 모두가 침묵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는 매체조차도 일자리 안정자금의 존재를 강조하느라, 해당 정책의 사각지대에 대해선 조명하지 못했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지난 21일 장하성 실장은 서비스업에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설 연휴 전까지는 일자리 안정자금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홍종학 중소기업부 장관의 발언도 있었다. 효과적인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 보완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사각지대에 놓인 실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란다. 태영씨가 더 이상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포기하지도 않아도 되는 사회, 최저임금 인상 논쟁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은 그곳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기사는 제보자가 겪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글. 이스국(seugwookl@gmail.com)

특성화이미지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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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국

수국차는 별로입니다

1 Comment
  1. Avatar
    ㅇㅇ

    2018년 2월 3일 01:31

    와 이 기사 참 좋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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