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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페미니즘 ① – 퀴어 페미니스트 매거진 「펢」 인터뷰

한 사람의 몸에는 한 가지의 정체성만 깃들지 않는다. 페미니즘 역시 하나의 모양이 아니다. <고함20>은 퀴어, 청소년, 장애, 성판매, 개신교라는 정체성과 페미니즘이 교차되는 곳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경계에서, 경계 너머를 상상한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언니네트워크의 운영지기 더지라고 합니다. 언니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퀴어 페미니스트 매거진 펢>의 2017년 특별판 [쓰까페미] 편집장을 맡았고요.

 

Q. <펢>이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A. 2015년 대전시성평등조례가 제정되었어요. 거기에 성소수자 보호 조항도 있었는데, 소위 ‘반대 진영’이 이 조항을 문제 삼아서 여성가족부로 민원을 넣은 거죠. 결국 여가부는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요.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라는 조항이 여성가족부로 인해 삭제되다니, 이상하잖아요? 우리라도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에 <펢>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 내부 전경ⓒ고함20

 

Q. 퀴어혐오나 여성혐오를 마주할 때,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A. 언어로 정리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죠. 퀴어문화축제에서 반대 집회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면 뉴스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아요. 혐오에 대항할 때, 우리는 혐오가 아닌 말로 맞서야 하잖아요. 그런 순간에 화도 나고 많이 슬픕니다.

 

Q. 혐오로 인해 상처받았을 때는 무엇으로 위로를 받으시나요?

A. 여성들과 퀴어들이요! 상처를 혼자 감당하면서 사는 건 너무 힘든 일이죠. 개인은 나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혐오에 노출되었을 때, 같이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로는 고 싶어도 웃어넘길 줄 아는 해학을 가진 동지들로부터 위로를 받죠. 페미니스트, 성소수자들 중에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주변적인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에 입장 맞바꾸기나 패러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Q. <펢>의 각 호에는 문화 아이콘(icon)을 소개하는 꼭지가 있던데, 소개할 아이콘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A. 사실 퀴어 페미니스트 아이콘으로 해석할 수 있는 뮤지션과 작가들은 많아요. 하지만 이 코너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섹션이라서, ‘유명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어요. 편집부에서는 너만 모르네, 너만 아네 하면서 입씨름도 했어요.

‘퀴어 페미니스트라고 해석할 만한 족적이나 상황이 있는지’도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좀 논란 있는 사람이 좋아요. 사회적인 논란이라고 할까요? 1호의 아이콘인 엠버는 존재만으로 논란이고, 2호의 아이콘인 아이유도 남성중심적인 대중문화계에 조응하곤 있지만, 그 안에서 분투하고 있다고 봤어요.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의 창문에 붙어있는 포스트잇ⓒ고함20

 

Q. 퀴어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저에겐 페미니즘과 퀴어 페미니즘의 정의가 다르지 않아요. 페미니즘을 흔히 ‘가부장제’의 억압에 맞서는 세계관이라고 하잖아요? 저한테는 ‘이성애 중심주의’로 인한 억압, ‘성별 이분법’에 의한 억압에 맞서는 것까지도 페미니즘이에요. 이 세 가지가 모두 고려되어야 하지만, 사실 후자의 두 개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최소한 제도 영역에서는 확실히 그렇죠.

그래도 이 두 개가 페미니즘에 중요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국면은 점차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은 오히려 ‘퀴어’를 둘러싼 페미니즘 내부의 논쟁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페미니즘이 힘을 얻은 만큼, 퀴어 페미니스트의 비판도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Q. 퀴어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을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사람들은 퀴어 담론과 페미니즘 담론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이유로 둘을 별개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단순히 말이 다르다고 다른 것이 아닌데요. 한 사람이 두 억압을 모두 받는 경우가 있죠. 한 사람이 가부장제의 피억압자이면서, 성소수자 혐오의 피해자일 수 있어요.

퀴어 담론과 페미니즘 담론이 비판하는 지점도 같아요. 여성들이 억압받는 것은 구조 때문이잖아요. 그 구조가 뭔지 들여다보면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의 문제란 말이에요. 이 구조로 인해 억압받는 건 퀴어도 마찬가지고요. 이 총체적인 구조를 다 생각해야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해소해야 하는 문제죠.

 

Q. 2017년 11월에 특별판으로 <쓰까페미>가 발간되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쓰까페미’라는 말이 만들어진 게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 말은 ‘페미니즘에 다른 소수자의 문제를 섞는다, 그래서 여성 인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미잖아요. 기분 나쁜 말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지칭하는 한국적인 이름을 얻은 묘한 기분도 들었어요.

우리를 조롱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장애인이나 성소수자까지 ‘챙기다’보면 여성인권이라는 본령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하면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여성에게 다른 소수자 정체성은 배제하고 오직 여성으로서만 함께 하자는 거죠. 이게 과연 성평등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퀴어에 대한 혐오 발언을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A. 과연 소수자에게 ‘전략’이라는 것을 구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묻고 싶어요. 미러링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미러링의 대상인 남성은 구조적으로 권력을 가진 주체이기 때문에, 미러링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성소수자는 그런 위치에 있지 않죠. 소수자에게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 또 그 사람들이 성소수자에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죠. 굉장히 다른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더지님이 꿈꾸는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A. 성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굴러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먼저 노동 시간을 줄여야 할 텐데, 우리는 평일 저녁에도 이러고 있네요. (웃음)

 

글. 헤스터 (hester114@naver.com)

기획 [경계없는 페미니즘]

기획. 헤스터, 땡치, 키키, 지우개, 뽐므.

 

특성이미지 ⓒ 언니네트워크 홈페이지 (http://www.unninetwork.net)

 

 

헤스터

작은 이야기를 큰 목소리로

1 Comment
  1. 홍길동

    2018년 5월 30일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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