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몸에는 한 가지의 정체성만 깃들지 않는다. 페미니즘 역시 하나의 모양이 아니다. <고함20>은 퀴어, 청소년, 장애, 성판매, 개신교라는 정체성과 페미니즘이 교차되는 곳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경계에서, 경계 너머를 상상한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믿는페미>에서 운동하는 달밤(이하 달), 희년(이하 희), 더께더께(이하 더)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믿는페미가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더: 단체 결성 이전부터 서로를 알아보고는 있었어요. 각자 다른 단체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거리 기도회 때 마주치게 되서 안면은 있었죠. 기독교 운동을 하다 보면 퀴어나 여성 인권 측면에서 대화 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 운동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운동이 ‘쭉쭉’ 나가게 되었어요. 다른 운동을 할 때는 항상 성과를 고민했고 실패를 두려워했죠. 하지만 달밤 님이 우리는 실패해도 된다고,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고 했던 말이 부담을 많이 덜어줬어요. 항상 그 말이 떠오르고 참 고마워요.

 

Q. 교회 내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은 차별이나 어려움이 있었나요?

더: 이전에 다녔던 교회들에서 문제를 제기하다가, 다른 곳으로 도망치듯이 옮긴 적이 많아요. 교회 내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해결해보려 애써도 제 힘이 너무 약하니까 외로웠어요. 저를 지지해주는 언니들이 있긴 했지만, 힘이 뭉쳐지지는 못했어요. 교회라는 공간이 제게 안전하지 못한 곳이었죠.

달: 목사의 아내인 ‘사모’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남편이 목사로 있는 교회의 신자가 100명이면, 그 사모는 100명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말도 있거든요. 실제로 남성 신학생이나 목회자가 ‘사모감’을 당당하게 찾아다니면서 주변 여성을 평가하는 모습도 많이 봤고요.

목사는 작업복이 양복이다 보니, 자주 다려야 하잖아요. 신학교 다니면서 사귀던 ‘남친’에게 나는 다림질을 잘 못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결혼하면 스팀다리미를 사주겠다는 거예요. (폭소) 제가 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거죠. 결국, 그 남자친구랑은 헤어졌어요. 지금 남편이랑은 각자 옷은 각자 다려 입고 살고 있습니다.

 

Q. 강남역 1주기 추모를 위한 ‘짓는예배’라는 이름의 여성주의적 예배가 인상 깊었습니다.

더: 여성주의적 예배나 수련회 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자리로 ‘짓는예배’를 기획하게 되었죠. 마침 강남역 1주기가 된 시기여서, 젠더 폭력에 희생당한 여성을 추모하는 예배를 짓기로 했어요.

당시 저희 세 명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 선배 세대 기독교 여성 단체들과 함께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기획 과정 전반에서 우리를 어린 ‘후배’로 대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로 존중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이 많은 남성에게 결정권이 쏠렸던 이전의 운동들과는 다른 느낌이었죠.

달: 짓는예배에서는 목회자, 기획자, 현장 가이드 모두 여성이었어요. 그런데 오신 분 중에  한 번도 여성 목사의 예배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계시더라고요. 어떤 교단에서는 교리상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죠. 새롭고 충격적인 방식의 예배였다고 말씀하셔서 재미있었습니다.

 

 

ⓒ믿는페미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와
공동주최한 ‘짓는예배’

 

Q. 교회 내 성폭력의 다수는 남성 목사가 여성 신도에게 가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왜 이러한 구도로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희: 일단 목사에게 집중되는 권위가 엄청나죠. 한국 개신교의 특성상 교회 내의 중요한 결정권은 목사에게 있어요. 또, 한국 교회에는 남성 목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신의 이미지 역시 남성중심적이기 때문에 남성 목사가 그 이미지를 입게 되고요.

더: 특히 교회는 가족이 다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신뢰하는 목사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죠. 

 

Q. 그렇다면 교회 내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달: 교회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저 사람이 왜 혼자 말을 많이 하지?”,  “왜 결정권이 그에게 쏠려있지?” 는 의문이 필요해요. 목회자는 교회 내 하나의 역할일 뿐이에요. 스스로 고민하고, 싸우고, 기도해서 얻어야 할 중요한 신앙적 대답들을 목사에게 위임하면 안 됩니다.

희: 여성 목회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 퇴출예배를 위해서, 여성 목회자를 섭외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제한적이었던 거예요. 목사 안수를 꼭 받고자 의지를 다지게 된 계기였죠. 교회 내 크고 작은 성차별을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젠더 부장’을 세우는 것도 당장 교회 문화를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더: 기독교 반성폭력 센터가 7월에 개소할 예정이에요. 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는 공적인 장소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Q. 퀴어 운동이 기독교 신앙과 대립한다는 인식이 파다한데, 믿는페미에게 퀴어 인권 운동에 연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더: 내 존재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기독교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배제 받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공동체가 되고 싶습니다.

달: 페미니즘을 공부하니까 이론적으로 누군가를 성 정체성이나 성적지향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크리스천-퀴어 운동하는 친구들이 이미 곁에 있기에 내 일이 아닐 수 없었고요.

 

Q. 성경은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용인되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믿는페미는 성경의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달: 성경의 해석은 시대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성서를 독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점할 수 있다고 착각함에서부터 차별과 폭력이 시작되죠. 차별하고자 마음먹으면, 성서만큼 써먹기 좋은 게 없어요. 사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던 예수의 정신은 급진적이고 해방적인데, 성경 구절을 명목으로 퀴어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되죠.

 

Q. 단체명에도 ‘믿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데요. 본인에게 믿음은 어떤 것인가요? 더 나아가 하나님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예수를 믿어요. 그를 대신하도록 이웃을 보냈고, 이웃에게 나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작은 자에게 한 일이 곧 예수에게 한 것이라고 말했던 그의 말처럼, 서로의 예수됨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달: 하나님은 풍성한 분이고, 누구의 생각에도 갇히지 않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분도 됐다가 저런 분도 됐다가 진노한 분이기도 하다가 약자들과 슬퍼하기도 하는 하나님. 고정적이지 않은 분이라는 것이 여성주의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데에 중요한 것 같아요.

희: 하나님은 페미니즘이라는 우주를 열어준 분이에요. 전지전능하지 않은, 약한 하나님의 모습을 알게 하셨죠.

 

 

글. 땡치 (see03142@naver.com)

기획 [경계없는 페미니즘]

기획. 헤스터, 땡치, 키키, 지우개, 뽐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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