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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페미니즘 ③ – 페이스북 페이지「성판매 여성 안녕들하십니까」운영자 인터뷰

한 사람의 몸에는 한 가지의 정체성만 깃들지 않는다. 페미니즘 역시 하나의 모양이 아니다. <고함20>은 퀴어, 청소년, 장애, 성판매, 개신교라는 정체성과 페미니즘이 교차되는 곳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경계에서, 경계 너머를 상상한다. 세번째 인터뷰는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의 운영자 이소희 님(가명)과 진행했다.

 

Q. 성판매/성노동 중 어떤 단어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각각 다릅니다. 소희님께서는 어떤 워딩을 지향하시나요?

A. 저는 성판매라는 워딩을 지향합니다. 한국 성매매는 개인 간 성적 거래가 아니라 사실은 실장, 전무, 매니저라는 말을 쓸 정도로 조직화, 기업화돼 있는데요. 여성의 몸을 착취해서 이윤을 남기는 구조를 저는 긍정하지 않습니다.

 

Q.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시작은 한풀이였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평상시에는 말할 수 없어서 진짜 너무 답답했거든요. 2016년도에 있었던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얘기해보고 싶어요. 저는 그 사건이 ‘저의’ 이슈로 와 닿지 않았어요. 노래방 화장실에서 돌아가신 그분이 만약 성판매 여성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여자들이 ‘여자라서 죽었다’고 말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분은 화류 여성이 아니었고, 남성과 1:1 연애를 하고 있었어요. 그 때문에 음란하지 않은, ‘진짜’ 피해자로 승인받을 수 있었던 게 없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 또한 페미니즘 이슈로 말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꺼낼 수 없었죠. 그런 제가 여기에 있음을, 말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어서 페이지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Q. 페이지를 운영하시면서 힘드셨던 점은 없으셨나요?

A. 혐오 발언 댓글을 접했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없거든요. 어떤 게시글은 댓글이 2천 개가 넘어요. 글을 올린 첫날에 알림이 계속 와서 핸드폰이 꺼지기도 했죠.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Q. 페이지 비공개 및 삭제 사건 때 소희님께서 페이스북 코리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셨고, 1141분께서 연서명해주셨는데요. 이렇게 여러 개인과 단체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17년 8월, 페이스북 코리아는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를 ‘음란물’로 규정해 통보 없이 삭제했다. 그로부터 3일 뒤, 다시 통보 없이 페이지는 복구된 바 있다

A. 메갈리아와 같은 다른 페이지 삭제 건을 겪으면서 ‘더는 안 된다’라는 토대가 이미 마련돼 있던 것 같아요. 이 페이지나 저의 영향력보다는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이 쌓아온 시간 위에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 성판매/성노동과 페미니즘은 밀접히 연관되어 논의되는데요. 성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페미니즘이 힘이 되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A. 사실 힘이 안 될 때가 많았죠.. 페미니스트들은 성판매 여성들이 여성인권을 해친다고 말하거든요. 페미니즘 내부에서 성판매 여성을 향한 혐오를 마주할 때마다 난감해져요. 제가 참여한 페미니즘 스터디에서 “몸 파는 년이나 사는 놈이나 다 똑같다.”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어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 이 스터디 그룹에는 성판매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텀블벅 펀딩 마스코트 뱃지ⓒ홍혜은

 

Q. 도서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출판 과정에서 필진과 함께 잡아나갔던 중요한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2018년 2월 ‘성판매 여성 안녕들하십니까 기록팀’은 도서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 바 있다.

A. 책을 보면 성판매랑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해요. 구성원마다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인데요.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얼마나 실을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컸었어요. 그러다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최소한의 합의를 했죠. 진영이 갈리는 논리보다 경험이 더 드러나는 글을 담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Q. 책 출판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책이 지금 나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이 싸웠고, 책 출판이 엎어질 뻔한 적도 있었어요. 성노동 지지자인 분과 성판매/성노동자가 판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두고 싸운 적이 있어요. 그분은 성노동자가 판매하는 것이 ‘성적 서비스’라고 말했는데, 제가 술을 마시고 ‘네가 뭘 아냐. 같이 출근하자.’고 깽판을 치기도 했었죠. 그래도 이 책이 성노동이나 반성매매 중 어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예를 들면, 반성매매 단체에서는 단체 방문 후 성노동 모임에 갈 거라는 걸 알아도 가서 나눠 먹으라고 도시락을 싸주기도 했고요. 성노동을 지향하는 출판사에서는 제가 반성매매 단체 지원을 받고 있어도 ‘여기서 쓰고 싶은 글을 써도 된다,’ ‘편집자로서 검열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기도 했습니다.

 

Q. 성판매/성노동 당사자가 이루는 네트워크 안에 남성,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등 주변화되어 있는 성판매자/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연결하고 키울 수 있을까요?

A. 그런데 이 다양한 성판매자들이 현실적으로 다 뭉칠 수 있을까요? 성판매 내부에도 정말 다양한 결들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묶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성판매자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업종, 연령 등에 따라 저마다의 경험이 다 달라요. 이 과정에서 내부의 차이를 발견하게 돼죠. 각자 자기 위치에서 말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Q. 소희님이 꿈꾸는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A. ‘인간이기에 존엄하다’는 명제, 가치가 공유되는 사회요. 기본소득이 실현되고, 최저임금 1만 원이 실현돼서 노동 가치가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하루에 네 시간만 일하고도 나머지 시간은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일상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또한 공동체가 복원됐으면 좋겠어요. 힘든 시기에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고립된 상황에서는 더 안 좋은 선택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지원이 필요할 때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키키 (oinkbabe@naver.com)

기획 [경계없는 페미니즘]

기획. 헤스터, 땡치, 키키, 지우개, 뽐므.

 

특성이미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홍혜은

 

 

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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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은 마녀

2 Comments
  1. Avatar
    ㅇㅇ

    2018년 4월 26일 18:45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 17일에 일어난 것입니다. 2014년이 아니고요.

  2. Avatar
    익명

    2018년 6월 26일 17:26

    페이스북에서 내가 뎃글을 달은 친구의 답글이 오면 그 답글의 말풍선을 분홍색 으로 표시해주세요
    친구가 많아지니 일일이 보는 것이 문제군요
    내 뎃글에 답글이 올라 오면 다른 색으로 표시되면 빨리빨리 확인 할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침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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