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 마.’ 어려운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와도 십 년 전, 혹은 몇 시간 전에 찍힌 불법 촬영물이 여전히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시계, 보조배터리, 물병 모양의 초소형 무음 카메라가 판매되고, 해외에선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법촬영을 ‘MOLKKA’라는 고유명사로 소개한다. 한편, 수많은 몰카 전수조사 결과는 ‘0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불안감도 0%여야 하지 않을까? <고함20>은 ‘몰카’ 사회 속, 0개와 0% 사이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몰카탐지기라도 사야 하나.’ 불법 촬영에 대한 공포가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테다. 그러나 이제는 상상으로 그치지 않게 됐다. 싸고, 사용이 쉽고, 작고 가벼운 몰카탐지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학생 창업 모임 ‘불편한 사람들’은 이번 달 5일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탐지기 <몰카탐정 코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사람들의 목표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럼에도 불편한 사람들의 몰카탐지기 프로젝트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다.

 

몰카 범죄는 구조적 폭력이 아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불편한 사람들’

“우리(불편한 사람들)가 잘못 생각했다. 여성만이 몰래카메라의 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성별 상관없이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불편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카드뉴스 문구다. ‘5년 새 (몰카) 남성 피해자가 3배 증가’했다는 기사 헤드라인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불편한 사람들은 피해자가 남성’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몰카 범죄가 성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밝힌다. 불법 촬영 및 유포, 소비의 유구한 역사가 모두 여성을 향해 왔다. ‘남녀 상관없이 문제야!’라는 인식은 자칫 여성들의 피해를 축소, 은폐시킬 뿐만 아니라 불법 촬영이 ‘왜’ 발생하고 유통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지운다. 

 

여성이 몰카탐지기를 산다는 것

불편한 사람들의 프로젝트는 24일 낮 기준 목표금액의 1600%를 넘어섰고, 후원자 수도 1300여 명에 다다랐다. 페이스북 페이지 ‘불편한 사람들’에 올라온 홍보 글에는 환호와 응원의 댓글이 이어진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한다. 젊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몰카탐지기가 판매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대다수의 몰카 범죄 피해자가 여성임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범죄예방의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전가한다. 여성들이 직접 탐지기를 구매하고, 휴대하고, 이를 사용해 조사까지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몰카 범죄가 여성혐오 범죄라는 인식 없이 여성 개인이 탐지기를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안전을 지키게 하는 것은 불법 촬영 및 유통 범죄를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없다.  

 

여성 명품 사이의 몰카탐지기

 

ⓒ 텀블벅 ‘화장실도 못 가는 불편한 세상! <몰카탐정 코난>’

불편한 사람들이 탐지기를 판매하기 위해 게재한 사진도 문제시 된 바 있다. 불편한 사람들의 이전 연출 사진을 보면 명품 여성 가방, 지갑, 화장품, 그리고 휴대폰 사이에 몰카탐지기가 있다.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해 분수에 맞지 않는 값비싼 소비를 즐기는 젊은 한국 여성, 여성혐오적 표현 ‘김치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연출사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불편한 사람들은 “특정 여성의 상을 상정하는 시각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것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현재 사진은 사무용품과 함께 배치한 것으로 바뀐 상태다.

 

이동식 몰카 못 잡는 몰카탐지기, 해결책 될 수 없다

불편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특징은 가격과 휴대성이다. 이들은 시중의 비싸고, 사용하기 어려운 몰카탐지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불편한 사람들은 탐지기를 통해 여성들이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아무리 탐지기의 가격이 싸고, 사용과 휴대가 쉬워도 설치형 몰카 탐지기가 진정한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화장실 초소형 나사 몰카 등 특정 장소에 설치된 설치형 몰카 범죄는 전체 몰카 범죄의 5.1%에 국한된다. 대다수의 촬영이 이동식 몰카로 자행되며, 촬영된 사진 또는 영상이 국내 웹하드∙P2P 업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설치형 몰카에 대한 단속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설치형 몰카 탐지기가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만큼 빈틈 없는 대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몰카 범죄에 대한 정교한 접근을 위하여

몰카 범죄를 성별과 관계없는 개인 차원의 문제로 사고하는 방식, 팀 내부에서 여성혐오적 연출 사진이 통과돼 사용된 사건. 설치형 몰카 탐지기로 여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 이러한 관점은 몰카범죄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불편한 사람들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던’ 이유다. 그러나 한편으로 불편한 사람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을 나쁘게 볼 수 없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과 함께, 그 불안을 해소할만한 실질적인 방안이 거의 전무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불편한 사람들이 바로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았던 만큼 더욱더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불편한 사람들이 왜 불편한지에 대한 비판과 마주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불편한 사람들에게, 몰카 범죄의 두려움을 살갗으로 느끼는 여성들에게 이 기사를 고한다.

 

글. 키키(oinkbabe@naver.com)

특성이미지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불편한 사람들’

기획 [몰카몰까]

기획. 히파티아. 키키. 차가운손. 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