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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헛된 여성들의 죽음, 문제는 워마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여성 대상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되는 것을 방조한 역사 유구하다. 수원의 한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은 최소 4년 전부터 유포되었다. 4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방조의 시간이 긴 만큼 수많은 가해자와 방조자가 존재한다. 소라넷은 10여 년 동안 사회의 방조 속에 운영되었다. 지금도 텀블러에는 불법 합성물과 촬영물들이 마구잡이로 올라온다. 국내 웹하드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이 100~150원에 팔리고 있다. 업로더는 한 달 수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그리고 영상물을 유통하는 한 유명 웹하드는 2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낸다.

 

그 결과, 수많은 여성들이 불법 촬영 피해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경찰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공권력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

 

경찰은 방조범, 사회는 공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일부 성원의 일탈이 아니다. 여성대상 불법 촬영물이 제작되고 유통되어온 흐름은,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방조를 등에 업고, 이젠 로봇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으로까지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피해의 규모로도, 피해의 양상으로도 여성 대상 불법 촬영은 개인의 잘못으로만 보기엔 너무나 거대하다. 여성 대상 불법 촬영은 구조화된 성폭력이며, 한국 사회가 만들고 정착시킨 문화다. 한국 사회는 불법 촬영의 문제에 있어서, 단 한 번도 ‘정상사회’였던 적이 없다.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죄목은 ‘음란물 유포 방조죄’다. 불법 촬영물의 유포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워마드를 수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지금껏 여성 대상 불법촬영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떠올려보면, 일견 당연해 보이는 경찰의 이 행보가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여성의 나체 합성 사진이 합의 없이 무단 게재된 텀블러 블로그에 대해 경찰은 “해외 SNS라 수사가 어렵다”며 수사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 불법 촬영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이하 한사성)는 “남성 불법촬영 가해자들의 경우 구속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미처 삭제되지 않은 원본 영상이 재유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찰은 “웹하드 업체를 음란물 유포 방조범으로 처벌하려면, 경찰 수십 명이 한 업체에만 달라붙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사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나 SNS 계정에 대해서는 경찰이 거의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영상을 유포한 플랫폼에까지 혐의가 미친 경우는 더욱 이례적이다.

 

경찰에 ‘협조’하는 웹하드, 왜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나죠?

 

일각에선, 웹하드 사이트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에 ‘협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직도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이 게재되어 있고 피해자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웹하드가 경찰의 모든 요구에 협조했음에도 이렇게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그 자체로 경찰의 협조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밖에 되지 못한다.

 

경찰이 무슨 변명을 내놓는다고 해도, 여성 대상 불법 촬영 범죄가 지금도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성대상 불법 촬영과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여성대상 불법 촬영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그 규모에 비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변하지 않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10일 오후 열린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스1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커지고 있는 여성들의 분노는 워마드 편파수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을 방조한 경찰과 사회에 대한 분노다.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그토록 필요로 했던 조치들은 항상 불가능하다는 핑계와 함께 거부당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성별이 남성으로 바뀌자마자, 그 조치들은 단번에 당연하고 합리적인 조치가 되었다. 경찰은 워마드에 대한 수사를 통해, 그들이 여성 피해자들의 사건을 ‘능력이 없어서’ 방조한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방조했던 것이라고 고백한 셈이다.

 

이로써 지금까지의 불법 촬영 피해자들의 죽음은 사회적 살인이었음이 드러났다. 한사성은 “방심위에 넘겼던 1461건의 피해 촬영물과 유통 플랫폼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경찰은 무의미한 변명과 책임 회피를 그만두고, 여성 대상 불법 촬영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것만이 더 이상의 구조적 여성살해(femicide)를 막고 여성들의 분노를 달랠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글. 헤스터 (hester114@naver.com)

특성이미지 ⓒ Osservatorio Balcani e Caucaso

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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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Avatar
    소현

    2018년 8월 14일 21:58

    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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