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18일 오후 5시. 무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장렬한 태양 빛 아래에서 외침이 들린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에는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5차 성차별 성폭력 끝장 집회>가 열렸다. 해당 집회는 지난 14일 1심에서 안희정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의 판결에 부적합함을 호소하기 위해 예정된 25일보다 앞당겨 진행됐다. 이날 집회는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 살겠다 박살 내자’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이날 진행을 맡은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이소희 씨는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안희정 사건이 재판을 시작한 지 지난 한 달 동안 안희정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판결되기 위한 목소리를 모았지만, 법원의 판결은 이런 목소리를 무시했다”는 발언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이소희 씨가 발언하고 있다 ⓒ 고함20

 

– 우리는 김지은의 세력들입니다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1부 발언에서는 재판에서 김지은 씨의 대리를 맡았던 정혜선 변호사가 발언대에 올라 김지은 씨의 편지를 대신해 읽어 내려갔다. 김 씨는 편지에서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겹습니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당장 죽어야 할까 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습니다.”며 현재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세 분의 판사님, 제 목소리 들으셨습니까?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실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습니까?”라며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심경과 발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의 도로에서 시작한 집회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인도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는 거리만이 우리의 공간이라면 이 자리만이라도 보장해달라며 집회공간을 넓혀 줄 것을 요구했다. 권 씨는 “지금까지 피해자 죽이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감할 것이다. 세상에 알린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재판에서 제대로 말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강자의 논리, 힘의 논리가 아니라 연대로 함께할 것이다. 다음 주 2심 공판 등의 모든 일정에 저희 공대위(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엄마! 판사는 원래 나쁜사람 그냥 놔주는거야?” ⓒ고함20

 

집회에 참여한 ‘정치하는 엄마들’은 인터뷰에서 “우리 자식들이 제2의 김지은 씨가 안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우리 자식들의 세대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바로잡기 위해 오늘 집회에 참여했어요.”라며 집회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토로했다. 집회는 5시부터 진행돼, 발언과 행진, 마무리 집회를 거쳐 8시 30분 경에 마무리된다.

이날 집회의 배경이 된 안 전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해, 일부는 그의 무죄가 당연하다 말한다. 안 전 지사는 판결 후, ‘다시 태어나겠다’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말하고 있다. 그는 왜 무죄 위에 다시 태어날 것을 말하는가.

 

글. 히파티아 (shr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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